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제공 : 서울대
[미디어SR 이승균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등 갑질에 대해 엄격히 다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네 차례 가까이 "엄격한 법 집행을 하겠다"며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27일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조 후보자는 "대기업 집단은 그간 뛰어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지배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 등 개선할 부분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초 재벌개혁과 관련해 일감 몰아주기와 사익 편취를 중심으로 시장에 충분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기자들의 재벌 개혁 의지를 묻는 질문에 "기존 공정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한다"고 답했다.
 
기존 대기업 외에도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혁신성장을 도우면서 구글, 애플, 네이버와 같은 대표 IT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하고 시장을 구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는 "관심 있는 분야는 ICT 시장"이라면서 "플랫폼과 빅데이터 사업자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조 후보자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독과점 남용과 알고리즘 담합 등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불공정 행위 분석과 법 집행을 위해 심사 기준 등 경쟁법 집행 기준을 섬세하게 다듬는 작업도 생각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규제 방식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전 공정위원장이 세심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영역으로 평가받는 ICT를 찍어서 예의 주시 하겠다고 발언하자 관련 업계에서는 일찌감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정 산업을 거론하면서 발언한 만큼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 ICT 생태계가 불공정하다는 편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IT 업계 한 전문가는 미디어SR에 "공정거래위원장이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가 대기업 이상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원장이 보기에는 기울여진 운동장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현재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선점한 상태에서 생태계 내에 있는 사업자가 공정한 게임을 하기 어려운 구조가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IT 업계에서는 정통 경제학자인 조 후보자가 첫 간담회에서 ICT 산업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것 자체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원천 기술에 해당하는 알고리즘을 들여다보겠다는 발언은 핵심 역량을 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련되는 경쟁법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의 2기 내각에서 후보로 오른 조성욱 교수를 두고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인선으로 평가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강경한 자세로 대기업 집단은 물론 ICT를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관련 업계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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