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장혜진 시인

[장혜진 시인]

처서가 지나고 건들바람 불어주니 살 것 같다.
더위를 유난히 타는 체질이라 매해 여름이 시작되기 전부터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하는 걱정으로 계절을 맞이했다.
아이들마냥 손가락을 펴서 여름의 시작부터 끝나갈 즈음의 개월 수 를 헤아려보며 몇개월 정도를 견디면 가을이 오는구나를 매해 헤아려보았다.
 
모기입이 옆으로 돌아간다는 처서가 지난지 며칠이나 되었는데 요즘 모기는 건강관리를 잘했는지 이틀 전 두곳이나 물렸다. 잎이 비뚤어져도 무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가보다
하긴 사람도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해야 된다지.....
 
모기입이 비뚤어지든지 말든지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오니 참 좋기는 좋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건들바람에 오소소 다 일어나는 팔뚝의 솜털을 쓸어눕히며 이 짧은 계절을 어떻게하면 길게 늘려가며 보낼 수 있을까 궁리해본다.
 
사람들 저마다의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다 다르 듯 휴식의 개념도 다르듯 이 나에게 휴식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다.
짐을 바라바리 싸서 어디를 가기보다는 간단한 소지품이 든 작은 백 하나를 들고 두어시간 거리에 있는 바다를 찾아가는 일. 그것이 내게는 가장 편하고 즐거운 휴식이고 휴가다.
우- 몰려서 사람들과 또는 식구들과 함께가는 건 나만의 휴가도 휴식도 아니기에 가끔 혼자의 시간을 간절하게 갈망하게된다.
두어시간 거리에 있는 바다를 보러가는 일이 마음만 먹으면 휙 떠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속상하다.
 
이런저런 일상의 자잘한 걸림돌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게하는 가운데 나는 바다 대신에 아쉬운대로 하늘을 본다.
8월의 막바지 하늘이 얼마나 예쁜지. 하늘 그곳에서 바다를 본다.
바쁜 일상 중 올려다보는 하늘은 번잡한 마음속을 잠시 잊게 만든다.
 
요즘은 특히 새벽시간에 집 가까이 있는 봉래산 봉우리를 바라보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밤새 지상으로 내려온 구름에 봉래산 봉우리가 통째로 사라지는 광경은 실로 마술에 가깝다.
희뿌연 구름이 살살 불어오는 바람과 떠오르는 햇살에 서서히 흩어지면서 봉래산 자락이 본래의 모습을 나타낼때의 그 신비로움이란.....
 
먼 곳에서 찾지 않아도 이리 가까운 곳에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음에 순간 또 감사함을 느낀다.
그 감사의 순간이 지나고 일상에 지쳐 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위로를 받게 될것이다.
늘 그랬던 것 처럼...
 
이럴 땐 시골에서 사는일이 참 고맙게 여겨진다.
공기청정기가 없어도 되고 거리를 걸을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되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사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십분 거리에 노루와 청설모. 다람쥐가 뛰어다니는 곳을 지척에 두고 나는 늘 먼곳의 바다를 그리워하며 떠나기를 갈망했구나.....
 
오늘은 잠시 바쁜 일상을 밀어놓고 지척에 있는 숲길을 걸어야겠다.
그리운 내고향 바다를 만나러가는 일은 다음으로 미루고...청설모. 다람쥐 노루가 뛰노는 숲속으로 들어가봐야겠다.
가끔 출몰하는 맷돼지떼를 조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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