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산리 대첩’은 청산리에서 찍을 수 없다
영화 ‘청산리 대첩’은 청산리에서 찍을 수 없다
  •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 문화평론가
  • 승인 2019.08.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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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박준영 대표
윤동주 생가. 제공 : 박준영 대표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 문화평론가] 

영화 ‘청산리 대첩’은 청산리에서 찍을 수 없다.
영화 ‘봉오동전투’가 관객 수 500만명을 향하고 있다. 대박은 아니지만 중박 정도는 되는 흥행 성적이다. 인상적인 장면은 영화 마지막에 홍범도(최민식)가 독립군 부대원에게 일갈하는 모습이다. “자 이제 청산리로 가자”
 
다음 작품을 염두에 둔 대사인지 아니면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단순한 수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청산리대첩을 영화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중국의 청산리에 가기가 어렵게됐다.

필자는 지난 주에 모교 동문회에서 주관하는 ‘만주 항일독립유적지 답사’에 다녀왔다. 뜻 깊은 일정이었다.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가 바로 봉오동전투 격전지와 청산리 대첩의 역사적 장소였다. 그러나 너무도 아쉽게도 두 곳 모두 접근할 수가 없었다.

독립운동사상 일본 정규군과 싸워 최초로 승리한 봉오동 전적지는 길림성 도문시에 위치하고 있다. 봉오동은 원래 산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동네였으나 지금은 봉오골이 사라졌다. 봉오댐을 만들면서 수몰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봉오동전투를 기념하는 ‘봉오동 반일 전적지’ 기념비가 댐 아래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마저도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그마저도 어려웠다. 마침 내린 폭우로 도로가 유실되었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화룡시를 거쳐 ‘청산리 항일대첩 기념비’를 보는 계획도 포기해야만 했다. 기념비가 세워진 곳은 청산리 대첩의 서막을 연 백운평전투가 벌어진 계곡의 초입이라고 한다. 아다시피 청산리 전투는 1920년 10월21일 단 하루 만에 승리로 마무리된 단기 전투가 아니다. 백운평전투를 시작으로 하여 완루구, 천수평, 어랑촌, 맹개골, 만기구등 청산리 전역에서 벌어진 전투다.
우리는 청산리 전투 하면 김좌진 장군의 이름만 기억하지만 김좌진 장군이 이끄는 북로군정서군과 홍범도의 대한독립군이 연합하여 대승을 거두었다는 게 역사학계의 정설이다.
 
6일 간의 전쟁이 끝난 후 일본군은 심대한 타격을 입고 퇴각했다. 이 전투의 일본군 사상자 숫자는 여전히 논란중이다. 교과서에는 3,300명이 사살되었다고 나오고 박은식의 독립운동지혈사에는 일본군이 약 2,000여명 사살된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의 기록인 3천명 사살도 조금 고개가 꺄웃하지만 일본측 기밀문서에는 사망자 수를 단지 11명으로 기록되어있어 일본이 얼마나 이 전투를 왜곡 축소하고 싶은지 알듯하다. 가장 믿을만한 자료는 ‘중국 동북지역 민족운동과 한국현대사’를 쓴 장세윤박사의 500명이 아닐까한다. 그러나 숫자가 중요하랴. 열악한 무기와 소수의 부대원으로 기적같은 전과를 올린 건 분명한 사실이니.
15만원 탈취사건 비석. 제공 : 박준영 대표

청산리대첩은 이미 영화로 제작된바가 있다. 이장호 감독이 1983년에 ‘일송정 푸른솔’으로 처음 대한민국 관객에게 청산리 전투의 감동을 안겨주었다. 벌써 40여년 전이다. 충무로 영화기획자들은 항상 만주에 시선을 두고 있다. 영화 소재의 엄청난 보고이기 때문이다. 밀정, 암살, 그리고 15만원 탈취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만든 영화 놈.놈.놈이 그렇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의 촬영은 당분간 힘들듯하다. 연변대학교를 방문하여 조선족 동포 교수님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만주에 한국 관계자들이 오가는게 일단은 불편하고 사드사태로 한중관계가 냉각되면서 이마저도 이런 저런 핑계로 출입을 막는단다. 봉오동이나 청산리는 중국하고 관계가 없지않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쪽팔린단다. 당시 자기네 땅에서 벌어진 한일간의 전투와 전쟁은 자신들이 이를 통제하지 못한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는거다. 이래저래 이제 청산리에서 청산리 전투의 촬영은 어려울 것 같다. 아쉽고 아쉬울뿐이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 문화평론가 oks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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