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NH농협은행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금융당국이 NH농협은행이 공모규제 회피를 위해 고의로 사모펀드를 쪼개 팔았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혐의가 인정되면 증권신고서 미제출에 따른 처벌로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21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오는 26일 농협은행의 미래에셋방지법 위반 혐의가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에 상정돼 심의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의 지시를 받아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펀드를 운용한 혐의로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 등에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증선위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운용사에 OEM펀드 구성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 농협은행은 지시한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처벌받지 않으나, 해당 사모펀드를 공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쪼개 팔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인정되면 사실상 공모펀드를 판매하면서 사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징금이 부과된다.   

해당 혐의가 근거한 규제는 '미래에셋 방지법'으로, 지난 2016년 미래에셋대우가 '베트남 랜드마크 72 자산유동화증권(ABS)' 판매 시 15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사모펀드 형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한 사건이 발단돼 작년 5월 도입됐다. 

증권 투자자를 모집할 때 50인 이상의 공모 펀드는 증권신고서 제출 등 사모펀드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게 되는데, 이를 피하고자 15개의 SPC를 통해 49인 이하의 투자자를 모집해 동일 증권을 쪼개 판매한 것이다.

이는 당시 규제의 허점을 파고든 교묘한 꼼수로, 발행시장 공시의 핵심인 증권신고서 제출 규정의 근간을 뒤흔들었다는 논란을 낳았다. 이에 관련 규정을 보완한 미래에셋방지법이 시행돼 같은 종류의 증권 두 개 이상의 발행 및 매도 시기가 6개월 이상 근접하고 자금조달 계획이 동일하면서 발행인·매도인이 수취하는 대가가 같은 종류이면 동일한 증권으로 판단한다.

농협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3월까지 시리즈펀드 형식으로 이어서 판매한 상품으로, 금감원은 해당 상품을 공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장한 사모펀드로 보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에 대해 늘어난 펀드 수요에 따라 추가적으로 판매한 시리즈 상품이라는 입장이다.

농협은행의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판매사인 은행에 증권 신고서 미제출의 의무를 지우고 함께 처벌할 수 있는지도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신고서는 발행인, 즉 자산운용사가 금융위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문제가 된 펀드를 OEM펀드로 보고 농협은행이 펀드 운용에 대한 관여도가 높다고 여겨 공시 의무를 연대해서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소급 적용의 문제도 있다. 농협은행에서 해당 펀드를 판매한 것은 미래에셋방지법이 도입된 2018년 5월 이전이다. 6개월 이내 발행하면 안 되는 '동일 증권'의 기준이 모호하던 시기에 발행된 펀드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금융투자업계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OEM펀드에 강력한 잣대를 들이밀고 칼을 뽑은 모양새라 농협은행의 제재 수위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금감원은 최근 대규모 손실 사태를 불러온 해외금리연계 DLS·DLF 상품 설계에 은행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만들어 팔 때 원활한 펀딩을 위해서는 판매사인 은행과 협의를 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그것을 업무 협의 수준이었다고 볼지 판매사가 지나치게 관여했다고 볼지는 법리 해석의 차이"라고 전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자조심 심의를 통해 따져볼 문제로,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라고 밝혔다.  

오는 26일 자조심에서 농협은행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가 확정되면 이는 미래에셋방지법이 도입된 후 첫 위반 사례가 된다. 구체적인 과징금 규모는 알 수 없으나 앞서 미래에셋대우에 규정상 최고액인 2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바 있어 작지 않은 규모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