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영 소장] 코스리(한국SR전략연구소 KOSRI)에서 많이 쓰는 단어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이다. 사회적 기업(Social Company)이 자주 등장한다. 그냥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도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 책임 앞에 기업을 붙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도 익숙한 용어. 요즘엔 기업의 핵심전략인 이윤극대화에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통합하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도 핵심이슈다.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조직화된 집단이나 세계와 관계된’ 이 단어는 언뜻 사회주의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회적이란 수식어를 달고있는 여러 대상들, 즉 ‘사회적 기업‘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진자본주의에서 더 자주 언급된다. 잘 발달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사회와 가치를 공유하는 기업(CSR, CSV),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면서 이윤도 창출하는 기업(사회적 기업)은 얼마나 멋있고 자랑스러운가. 게다가 이런 모습은 글로벌 거대기업에서 가장 활성화돼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사뭇 달라보인다. 사회적 기업들은 영리법인으로서 이윤극대화를 추구한다. 일반 기업과 다른 점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 정한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고 성취를 이룸으로써 존재의의를 찾는 것. 무척 어려운 과제다. 이윤과 사회적 미션이 충돌하는, 그래서 둘중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은 너무나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균형점을 찾으려는 사회적 기업들의 분투가 이어지는 이유다. 더욱이 기업경영의 상식조차 갖추지못한 이들이 사회적 기업 간판을 내걸고 홍보에 몰두하는 모습을 적지않게 보면서, 취업난을 우회하려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창업 유형‘쯤으로 유행을 타는게 아닐까 의구심도 생긴다.

대기업이 주로 고민하는 사회적 책임은 자선사업 수준에 머물거나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수단쯤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여전하다. 사회공헌활동이란 이름으로 오랜 시간 많은 자금을 들여 ‘착한 기업’ 이미지를 쌓아올린 기업이 돌발사건 하나에 무너져버린 사례도 적지않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은 기업경영의 전략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을 채택한데 이어, 최근엔 ‘책임의 시대’에 맞춰 이익극대화와 사회적책임을 완벽히 결합시킨 새 모델을 현실에 적용하느라 부산하다. 우리나라에선 기업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개념부터 제각각이고, 타사의 활동을 벤치마크하려 해도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CSR 실무진의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우리기업이 이처럼 부족하나마 ‘사회적‘이려 몸부림치고, 그게 생존의 길이란 자각을 하고있는데 비해 국가 혹은 정부는 태생적으로 사회적이다. 민주공화정은 제왕이 아니라 국민이 주인이고, 권력을 가지는 체제다. ’사회적‘의 뜻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조직화된 집단이나 세계와 관계된‘을 대입하면 민주국가는 그 자체가 사회적이다. 다양한 사회적 미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국가의 범주에 미국이나 EU의 여러 나라가 빠질 리 없다. 미국보다 더 자본주의적이고 돈의 생리를 잘 아는, 그러나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의 외피를 갖고있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럼 지금 우리나라는 사회적인가? 새누리당이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기치를 높이 들었을 때, 많은 이들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사이에 정책적 차별점이 있는지 난감해했다. 보수정당이 앞에 내세울 정도로 경제민주화는 국민 다수가 듣고 싶었던, 사회가 원하던 가치였음이 분명해보인다. 민주적 경제는 기업이윤 극대화라는 개별기업 단위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공유, 공생’의 사회적 미션을 성취하려는 시도로 이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가 사회적이고’, ‘사회적인 국가가 된다’는 것은 경제민주화는 물론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의 한계도 넘어서는 목표일 수 있다. 정부조직이 시민과 기업, 즉 민간영역의 든든한 지원세력이 돼주는게 바로 사회적 국가의 모습이다. 국가가 사회적이면 기업은 좀 더 수월하게 사회적일 수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