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장혜진 시인

오늘은 깊은 잠속에 빠져들고 싶다.
바람이 자꾸 커튼을 흔들며 소리낸다.
강건너 기찻길. 철로를 구르는 긴 행열의 바퀴소리마저 일어나라고 보채며 지나간다.
무심히 커튼자락을 걷어올리니 난간위에 앉았던 참새 한마리가 놀라 황급히 날아간다.
강물을 건너다 보았다.
심심한 듯 지루하게 흐르는 듯 하다.
그 위로 낮에 내려오는 진초록의 거대한 새 한마리, 새의 공통이름은 ,페러글라이딩, 바람을 타고 강물위를 빙빙돈다.
구름도 낮게 내려와 있구나.
바깥은 저리 수런수런한데, 깊은 잠속을 헤매다 부스스 일어나 이제서야 밖이 궁금해진다.

위 글은 5년 전 쓴 짧은 글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은 감성을 보며 앞으로 다시 5년이 흐른 뒤 나는 또 어떴게 변해갈까를 생각해본다.
변한다는 것은 좋은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사실  두려운 일이기는 하다.
그 두려움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 제각각이겠지만 나 역시 어떤 큰 틀을 제외 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 한몸을 놓고 봤을 때 나이가 든다는 것의 가장 큰 걱정은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일이다.

어른답다의 사전적 의미는 뒤로 밀어놓고 
오십이 넘으면 좀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될 줄 알았다.
가령, 한살의 나이를 넓이로 친다하고 그 한살의 넓이를  두 팔을 양쪽으로 좍 펼친 넓이로 가정한다면 좋아하는 가지가지의 꽃 몇포기는 심을 수 있는 텃밭 넓이의 나이는 되지 않았을까.

나에게있어서 나이가 든다는 의미는 나의 텃밭이 조금씩 넓혀지고 비옥해진다는 의미다.
그 조금씩 넓어지는 텃밭만큼 마음또한 나이답게 너그러워지고, 늘어난 몸무게만큼 바상바상하지 않는 여유로움을 갖는 것이다.
정말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꼭 그렇지많은 않구나 라는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 아닌 반성을 종종하게된다.
금방 내 자신의 행동이나 마음 씀씀이를 돌아보며  나이답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자책하지만 그 또한 순간일 뿐이다. 그러니 반성다운 반성이 아닌  그저 자기검열에 불과한 것이다.

한뼘두뼘 늘어난 텃밭에 계절따라 꽃을심고 가꾸듯 내 마음의 밭이 부드러운 흙으로 메꿔지기를 바라며 흙에 섞인 작은 돌멩이를 골라 내듯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 박혀있는 모난 돌을 밖으로 골라내 버리는 연습을 해본다.
내가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가 타인의 꽃밭으로 날아들어가 고운 흙을 패이게 하거나 꽃밭을 망치게 할 수도 있기에.....
그러나 이 번드르르한 글과는 대조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따라 자꾸 그 반대가 되려는 내모습에 속상해진다.

어른다워 지는일이 아직 먼먼 얘기같다.
먼지 풀풀 날리지 않도록 수시로 마음의 텃밭을 매만지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고 일기를 쓰듯 이렇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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