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고용노동부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독일 금리 연계 파생 상품(DLS)의 수천억원대 손실이 예상돼 금융당국이 실태 점검에 나선 가운데 고용보험기금도 같은 상품에 투자해 81%의 손실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 위탁운용 주간사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형 상품에 584억원을 투자해 476억 6000만원의 손실을 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6일 미디어SR에 "독일 금리가 역사적 저점 수준인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금리정책이 갑작스럽게 변하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금리가 떨어져 손실이 발생했다"라면서 "작년에는 독일이 경제적으로 안정돼있어 독일 금리가 마이너스 금리로 내려올 거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대 수익이 어느 정도 됐던 상품이라 주간사가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고용보험기금이 투자한 DLS 상품은 독일 국채 금리가 0% 이상이면 5~6%의 수익이 발생하지만, 금리가 마이너스 0.1% 밑으로 내려가면 원금의 20% 손실을 보고 마이너스 0.5% 이하부터는 원금 전액을 잃게 되는 구조다. 

고용노동부는 상품 설계에서부터 고위험이 내포된 상품에 사회보장성 기금을 배팅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기금은 고용안정,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사업 재원 충당을 위해 보험료, 징수금 등으로 조성한 기금이다. 대량 실업 및 고용 불안에 대비한 준비금 성격의 기금인 만큼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중심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령상 고용보험기금의 목표 수익률은 2% 후반에서 3% 수준으로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위험도를 높여서 투자하면 목표 수익률도 높겠지만 목표 수익률의 절반 이상이 채권형 상품에 투자돼 있는 상황에서 위험도가 높은 포트폴리오는 아니다"라면서 "해당 상품은 어느 정도 수익을 얻어내기 위해 헤지(hedge)적인 성격을 갖고 투자했던 상품으로, (전체적인) 투자 비중으로 따지면 고용보험기금이 위험성을 높여 투자한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고용보험기금 자산배분 현황(2018년 말 기준) 제공. 고용노동부

지난해 말 기준 고용보험기금 운용 원금은 9조 3531억원으로, 이중 국내외 채권에 투자한 자산의 비중은 53.5% 정도다. 지난해 고용보험기금은 국내외 주식시장 급락으로 -2.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노동부는 향후 고용보험기금의 손실을 예방하기 위해 투자 결정 절차를 개선하고 운용사에 대한 관리·감독과 성과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기금 손실이 발생할 경우 운용사의 성과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 지표를 개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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