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노민우. 사진. 엠제이드림시스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신드롬이었다. 비주얼 록 밴드 트랙스의 꽃미남 드럼 ‘로즈’로 2000년대를 풍미했고, 연기로 전향해 브라운관에서의 존재감을 조금씩 키워왔다. 그랬던 노민우가 각고의 노력 끝에 연기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삼중인격 캐릭터로 활약한 MBC ‘검법남녀2’로 노민우는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발휘하면서 비로소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변화가 무서워요. 남들은 재미없게 산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게 좋아요”라고 말하지만, 노민우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묵묵히 자신의 색을 간직하며, 조금은 천천히, 하지만 제대로, 그리고 꾸준히.

Q. ‘검법남녀2’의 다중인격 캐릭터가 힘들었을 것 같아요.
노민우: 처음부터 다중인격에 대해 알고는 있었어요. 감독님이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나오는 작품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하루에 3, 4편씩 꾸준히 보곤 했죠. 하도 보니까 나중에는 잔인한 장면을 봐도 무감각해질 정도였어요. 그러면서도 역할에 충실해야 하니까 메디컬 드라마와 영화도 챙겨봤어요. 한 번에 두 가지 준비를 해야 하는 게 조금은 어려웠죠.

Q. ‘검법남녀2’는 군 제대 후 첫 작품이자 4년 만의 복귀작이었어요.
노민우: 그래서 아쉬움이 많아요. 선배님들이 대부분이셔서 거기서 오는 압박감과 긴장감도 컸고, 모든 분들이 장철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게다가 방송을 보기 전까지는 어떻게 찍혔는지를 알 수 없으니까, 촬영하는 동안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늘 두통에 시달렸어요.

Q. 오랜만에 선보이는 연기인만큼 쉬운 길을 택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쉽지만은 않은 장철 역할을 하게 됐어요.
노민우: 복귀작 치고는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를 맡게 돼서 도전을 해보고는 싶었어요. 다시 2월로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배우 노민우. 사진. 엠제이드림시스 제공

Q. 그렇게 말하기엔, 처음부터 노도철 감독의 신뢰가 대단했어요. 닥터K 역할에 노민우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는 말도 있었죠.
노민우: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도, 극 중에서의 모습 그대로 갔었어요. 저를 보고 감독님이 “이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단번에 말씀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이런 저의 모습을 원하셨어요. 스타일링이나 의상은 감독님이 전적으로 제게 맡겨줬어요. 그런 부분에선 감사해하고 있죠.

Q. 장철 역은 복귀작으로 택하기엔 위험부담이 있잖아요. ‘4년 만의 컴백’이라는 것에 무게를 둔다면 부담감도 꽤 컸을 것 같고. 캐릭터 선택에 있어 어떤 면을 가장 많이 생각했나요?
노민우: 대중에게 새로운 면을 보여드리고 싶은 갈증이 가장 컸어요. 그리고 제가 기존에 했던 작품 대부분은 꽃미남 캐릭터에 한정돼 있었죠. 그럴 때마다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톤이 밝게 나오는 면이 있어서, 무게감 있는 남자다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 ‘검법남녀2’를 제안 받을 즈음에도 음악을 하는 꽃미남 캐릭터의 시나리오를 받아서 더욱 고민이 컸지만, 주변분들 모두가 ‘검법남녀2’를 추천해줬고요. 어려울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주위에서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지금은,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장철과 닥터K는 참 다른 캐릭터예요. 어떤 연기가 더 힘들었나요?
노민우: 두 개 다 힘들었어요. 닥터K는 굉장히 동선과 행동이 과감해요. 장철은 초반부터 나오지만 삼중인격을 티내지 않으면서 계속 극을 이끌어가야 했죠. 어딘지 모를 아픔은 있어보이되 개인의 서사는 보여주지 말아야 하고, 그러면서도 미묘한 감정은 드러내야 했어요. 둘 다 어려운 연기인데 그걸 2인극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Q. 감독의 디렉팅도 중요했을 것 같은데.
노민우: 감독님은 모니터를 보시면서 본인이 직접 연기를 보여주세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역을 다 그렇게 챙기셨어요. 제가 이중인격의 2인극 신이 있으면, 감독님이 먼저 제 앞에서 그걸 보여주세요. 정말 완벽주의자예요. 그래서 장면들의 촬영도 시간 순서에 맞게 했어요. 순서대로 찍으려 하다 보니 촬영기간도 다른 작품보다 2배 정도 더 걸린, 반 년 정도였어요. 그만큼 완성도가 높았지 않나 싶어요. 감독님이 시즌 3, 4까지 생각해 놓으셨다고 해서 정말 기대가 돼요.

배우 노민우. 사진. 엠제이드림시스 제공

Q. 어려운 캐릭터에 배우의 노력, 감독의 열정이 더해지면서 이번 역할 자체를 “노민우의 연기 전환점”이라고 평하는 의견들이 많았어요.
노민우: 그런 면에선 정말 감사한 작품이에요. 부담이 많이 됐지만,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마지막까지 멋있게 끝내주시고, 모든 분들이 잘 이끌어주신 덕에 정말 편한 환경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그게 드라마에 잘 표현이 됐죠. 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저는 원래 댓글을 무서워서 잘 안 보는 편인데, 주위에서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셔서 내가 이상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보다 생각했어요. ‘재발견’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울컥했고요.

Q. 캐릭터가 복합적이면서 어려웠던 만큼 이에 대한 감정 소모도 컸을 것 같아요.
노민우: 이런 역을 맡아보니 촬영하는 내내 크게 기뻐할 일 자체가 없었어요. 집에 올 때면 항상 월트 디즈니의 음악을 들으며 자기 전에 명상을 했죠.

Q. ‘복면가왕’ 출연 이후 SNS에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음반 내고 활동하고 싶습니다. 방해 받고 싶지 않습니다”는 글을 남겨 화제가 됐었어요.
노민우: 당시엔 전 소속사와 분쟁이 있었어요. 그 때문에 국내에서의 활동을 포기할까도 생각했거든요. 생각지 못하게 기회를 뺏기는 일도 생기다보니까 정신력이 강해져도 열정은 줄어들었어요. 이 직업이 나와 맞지 않다고 하늘이 메시지를 주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어요. 군 제대 후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활동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출연한 게 ‘검법남녀2’예요.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안전한 길을 택하기보단 도전해보고 싶은 걸 하고 싶어졌죠. 그때만 해도 지상파 출연에 제약이 많았는데도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했어요. 이제는 그런 제약들이 다 사라졌어요. 드디어 계약이 끝났다는 판결이 나왔거든요.

배우 노민우. 사진. 엠제이드림시스 제공

Q. 여러 일을 겪으면서 내적인 변화도 겪었을 법한데.
노민우: 확실히, 무덤덤해졌어요. 그리고 자수성가 했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우여곡절이 많으시더라고요. 제가 올해로 서른넷인데, 그분들에 비하면 제가 겪은 것은 그냥 작은 경험 같아요.

Q. 30대의 초반을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공백기로 두게 된 거네요. 조급함이 있었을 것 같아요.
노민우: 그래도 군대 이후에 그런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 자신에게 엄격해서 식습관도 관리하고 운동, 피아노 연습, 작사·작곡 등을 스스로 하면서 저를 압박했어요. 하지만 군대 생활 동안 밤늦게 라면도 먹게 됐죠. 라면이 그렇게까지 맛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웃음). 이런 것처럼 저를 조금씩 풀어놓기 시작하니까 편해지더라고요. ‘아티스트 노민우’를 중심으로 살던 삶의 방식을 바꿔, 군대에서 터득한 ‘인간 노민우’를 중심에 두게 됐거든요. 그러면서 힘든 일이 있다고 해서 그 늪에 빠져 있기보다는 이 젊음의 시간을 매일 즐기며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래서 요즘은, 슬프거나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그걸 오래 생각하려 하지 않아요. 오버워치라는 게임을 좋아하는데, 그런 게임을 하거나 혹은 영화를 보며 안 좋은 생각을 제쳐두고 있죠.

Q. 사람에게 받는 위로도 큰데, 연애는 안 하나요(웃음).
노민우: 연애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모든 게 제 마음 같지 않고 그렇더라고요. 저는 운명을 믿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제 마음 같은 분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것도 있고, 4년 동안 일에 대해 준비하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한국에서 중점적으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커요.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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