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直說後談]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유통 굴기(崛起)
[김병헌의 直說後談]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유통 굴기(崛起)
  • 김병헌 전문위원
  • 승인 2019.08.1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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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제공
신세계 제공

[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삼년불비(三年不飛)...초(楚)나라 장왕(莊王)

중국 춘추시대 초엽, 오패(五覇)의 한 사람으로 꼽혔던 초(楚)나라 장왕(莊王)은 즉위 후 3년간 국사를 돌보지 않고 주색(酒色)으로 세월을 보낸다. 보다 못한 충신 오거(五擧)는 우회적으로 말한다. “언덕 위에 큰 새가 한 마리 있사온데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사옵니다.무슨 새이겠나이까?(三年不飛 又不鳴)“이에 장왕(莊王)은 ”3년이나 날지 않았지만 한번 날면 하늘에 오를 것이오.또 3년이나 울지 않았지만 한번 울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오. 뜻을 알았으니 그만 물러가시오“라고 말했다. 이후 대부 소종(蘇從)이 다시 죽음을 각오하고 직간하자 그는 이후 완전히 달라진다. 지난 3년간 주색에 빠져 있었던 것은 충신(忠臣)과 간신(奸臣)을 선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후 수많은 반윤리적 공직자를 숙청했고 수백 명의 충신을 등용했다고 한다. 여씨춘추(呂氏春秋) 심응람(審應覽)등에 실린 얘기다. 장왕 삼년불비의 원대한 꿈은 이렇게 시작한다. 초는 장강(長江) 중류의 비옥하고 광대한 평원(현재 후베이성과 후난성 일대)의 나라였다. 중원의 한(漢)족과 민족,언어도 달랐고 풍속과 습관은 물론 정치와 제도도 상이했다. 중원에서는 남만(南蠻)이라 불렀다. 장왕은 중원의 패자(覇者)가 되는게 꿈이었다. 중원의 강대국은 진(晉)이었다.

“아마존이 가장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는 것처럼 신세계그룹도 본질적 문제를 놓고 생각해야 한다” 올해초 그룹 신년사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닥쳐올 위기를 직감했는지 이렇게 말한다. 앞서 2달전 그는 “앞으로 온라인 신설법인이 성장을 이끌 것이다. 그룹의 핵심역량을 집중해 온라인사업을 백화점과 이마트를 능가하는 핵심 유통채널로 키우겠다”고 강조한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유통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근다.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같은 유통업이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모든 면에서 많이 다르다. 신규 업종 진출로 봐도 무리가 없다. 중원 제패를 꿈꾸는 초와 국내 온라인유통시장의 제패를 열망하는 신세계와 입장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이마트의 위기와 온라인 유통시장의 성장

지난 7월 말 마트시장 국내 1위 이마트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결과는 창사 이래 ‘첫 분기 영업 적자’.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다. 1인 가구 증가, 모바일 쇼핑 강자들의 시장 잠식, 경기 불황 등 3대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온 탓이다. 예상보다 더 빠르게 위기는 닥쳤다. 온라인사업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적자 폭만 쌓이고 있다는 점도 위기를 부채질한다.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해 1조원대가 넘는 투자계획을 앞세워 쓱닷컴을 통해 온라인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두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온라인유통시장 점유율은 고작 2.2% 수준. 연간 100조원대의 시장 점유율은 이베이(G마켓, 옥션)가 13.5%로 1위,11번가 8.1%, 쿠팡이 7.1%를 차지하며 빅3를 이루고 있다. 오프라인의 강자가 ‘빅3’에는 크게 못 미친다.

중원제패를 꿈꾼 초나라 장왕의 집권 초기와 내용은 다르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장왕은 녹록치 않자 숨을 고르고 내치에 주력한다. 인재영입에 발목이 잡혔지만 손숙오(孫叔敖)라는 구세주를 만난다. 영윤(令尹)이라는 최고 관직에 임명, 국정을 맡게 했다. 지금 국무총리에 해당한다. 손숙오는 아무리 좋은 사업일지라도 서둘러 벌이지 않고, 사업의 필요성을 납득시키고 협력자를 모으기 위해 교육과 홍보를 선행했다. 화합정치, 상하일치의 요체다. 정용진 부회장 최고의 덕목인 소통과 맞 닿아 있다. 초는 수공업과 상업에 걸쳐 ‘사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평판이 생겨나며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한다. 사기(史記)순리열전(循吏列傳)에 따르면 공무원은 청렴했고, 기강이 바로 섰으며, 도둑이 거의 사라졌다고 적고 있다.

장왕은 이후 강대한 군사력을 배경으로 본격적으로 중원으로 뛰어든다. 중원의 패자(覇者)들은 예외 없이 ‘존왕양이(尊王攘夷)’를 내걸고 막아섰다. 주(周) 황실을 모시고 받들면서 문화와 민족이 다른 오랑캐들의 침략에 대응한다는 명분이다. 장왕은 최소한 주 황실과 대등한 관계를 원했다. 장왕은 숨고르기에 들어 간다. 당시 북방의 황하 유역 이른바 중원에는 진(晉) 중심의 중원 연맹이 있었다. 초를 맹주로 하는 남만(南蠻) 연맹과 대립했다. 남북 세력의 교차지대에 약소국인 송(宋)·정(鄭)·진(陳)·채(蔡)등이 자리했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에 거는 기대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해볼 때 향후 2~3년후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은 대형매장 시장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며 연간 150조원대 시장으로 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와 이베이, 11번가, 쿠팡과의 진검승부는 시작되고 있다. 신세계그룹도 무작정 뛰어들기 보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우회전략이다. 온라인역량을 키우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올해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통합 온라인법인에서 2023년까지 매출 10조 원을 달성해 국내 1위 유통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갈길이 바쁘지만 배송이 온라인 유통의 핵심으로 보고 물류센터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에선 오프라인 초저가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정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초저가 전략을 다시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가 구상한 해법은 ‘극단적으로 낮은 가격’이다. 잠깐 하는 할인 행사가 아닌 ‘매일 초저가’전략이다. 올 초부터 진행해오던 '국민가격'을 지난 1일부터 대폭 강화했다. 30여개 상품을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으로 정했으며 올해 200여개를 시작으로 상품을 늘려 향후 500여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온라인 상품가격을 겨냥한 듯 하다.

초는 남방에 위치하면서도 중원과 교통하는 데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었다. 초는 먼저 정나라를 복속시키고 이어 중원의 패자 진(晉)에게 필전투(邲戰鬪)에서 대승하면서 중원 제패의 서막을 연다. 이어서 송(宋)나라의 항복을 받아낸다. 문화적으로 미개한 곳으로 여겨지던 남만(南蠻) 세력의 중원 진출이 성공한 것이다. 여기서 장왕의 중화문명에 대한 포용과 확장 능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보편주의적인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정용진 부회장도 향후 1~2년이 그의 경영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이베이, 11번가, 쿠팡 등 온라인업체의 승승장구가 신세계그룹의 위기를 부채질하는 위협요소다. 쿠팡이 기술혁신을 통해 온라인 배송역량에서도 신세계를 능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소통하는 트렌드세터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 이상의 시간과 공간을 사이에 뒀지만 둘은 많이 닮아 보인다는 생각이다. 신세계그룹과 정용진 부회장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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