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한진그룹 본사.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한진 재단은 한진 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한진 일가가 이사장단에서 물러난 현재도 계열사 지분으로 의결권 행사를 하며 목적성이 불분명한 사업에 총자산 대비 미미한 규모를 지출하고 있다.   

일우재단은 지난해 총자산의 2.72%인 9억원을 공익사업에 지출했다. 일우재단의 공익사업은 장학사업과 문화사업으로 이뤄져 있는데, 2009년 주무관청이 서울시 교육청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변경되면서 두 사업이 합쳐진 것이다.
 
일우재단은 본래 장학사업을 목적으로 출범했으나 2009년 이명희 전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故 조양호 회장의 취미로 알려진 사진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변경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재단은 문체부 산하의 문화재단으로서 문화예술사업을 주 목적사업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장학 사업에 지출하는 사업비 비중이 더 높다.
 
일우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공시하고 있는 바로는 문체부 산하에서 문화예술사업을 진행한다고 되어있지만, 실질적인 지출 비중으로 말하자면 장학사업이 더 규모가 큰 메인사업"이라고 전했다.
 
주무관청을 변경하면서까지 문화예술사업을 추가했지만 실제 재단에서는 장학사업에 더 주력한다는 모순이다. 지난해 재단은 우즈베키스탄, 몽골, 캄보디아 등 해외에 장학생을 유치하고 국내 대학 진학을 돕는 장학사업에 4억 5000만원가량을 지출했다. 문화사업으로는 사진 사업과 전시 사업을 진행하지만 일우사진상 개최에 1억 9000만원, 일우스페이스 전시에 2억 7000만원가량을 지출해 둘을 합쳐도 장학사업과 비슷한 규모다.
 
지난해 6월 이명희 이사장에서 오치남 이사장으로 재단 이사장이 교체된 후에도 이러한 사업 구조에 변화는 없었다. 재단 관계자는 "오치남 이사장은 1991년 재단이 생겼을 때부터 발기인으로 이사직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장 오래된 이사가 이사장에 오른 것"이라면서 "이사장이 교체됐다고 해서 재단 분위기가 바뀌는 게 아니어서 현재 사업에 큰 변화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석물류학술재단은 기부금 지출 명세서를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당 재단은 외부의 기부금 없이 자생적으로 당 재단의 기본재산으로 발생한 수익으로 목적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라면서 "기부금 접수 및 영수증 발행내역은 상증법에 따라 세무관청에 연 1회 보고하고 있으며, 또한 공익법인 공시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올해 변경된 상증세법에 따르면 기부금 지출 명세서는 기부금수익으로 계상되지 않고 기본 순자산의 증가로 직접 반영되는 기부금(출연금)을 포함해 작성해야 한다. 재단이 출연받은 재산으로 영위한 사업이 있다면 그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뜻이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이 지난해 목적사업에 지출한 비용은 총자산의 1.07% 정도로, 공익사업 의무 지출 비중인 1%를 간신히 넘겼다. 공익 사업에는 이렇게 적은 돈을 쓰면서 재단은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87.34%나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재단은 정석기업에 9.99%의 지분율로 세 차례 의결권을 행사해 찬성표를 던졌다.
 
정석물류학술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이 어떤 안건이었는지는 공개하기 어렵다. 이사회 안건은 보통 결산이나 이사 선임 등이 일반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2017년 사업연도에 기부금 지출 내역을 공시하지 않아 지적받았던 정석인하학원은 지난해 2214명에게 지급된 기부금을 10000원 단위까지 기재하는 등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목적사업 지출의 공익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재단은 지난해 공익사업에 3886억원을 썼는데, 이 중 58%인 2237억원이 인력비와 시설비로 나갔다. 재단이 경영하는 인하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교 등의 교직원 급여나 복리후생비 등이 공익사업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기업과 재단, 한진 편 ①] 한 눈에 보는 한진재단
[기업과 재단, 한진 편 ②] 내부통제와 관리 실패한 한진재단
[기업과 재단, 한진 편 ③] 조원태 승계에 재단 이용될까
[기업과 재단, 한진 편 ④] 공익사업비 1.07%, 누구를 위한 재단?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