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을 지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이 숨을 거두고, 그의 부인 이명희 씨가 갑질 논란으로 일우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나면서 한진그룹의 공익재단은 한 차례 개편을 거쳤다. 그러나, 한진그룹의 손길이 닿는 인물들이 재단 이사회에 다수 포진해 있어 사익편취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석인하학원은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이 1978년 설립한 법인으로, 현재 인하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교,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등이 소속돼 있다. 

조 전 회장 별세 이후 현정택 전 청와대 수석이 새로운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현 이사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대통령 정책조정 수석비서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등을 지낸 경제 관료 출신으로,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조 전 회장과 경복고 동문인 현 이사장은 서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현 이사장은 지난 4월 조 전 회장의 영결식에서 추모사를 했다. 

현 이사장, 즉 외부 인사를 선임했지만 총수일가가 재단을 통해 사익을 편취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이사회에 한진그룹 전현직 임원들이 다수 소속돼 있어 사실상 총수일가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정석인하학원의 이사회는 2019년 5월 기준 14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로 구성됐다. 이중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한국공항 강영식 사장, 원종승정석기업 사장, 최병권 전 대한항공 상무 등, 조항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한진그룹의 일원들이 이사로 자리하고 있다. 

이사장까지 조 전 회장과 친분이 있어, 친구의 가족, 즉 총수일가를 물밑에서 지원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정석인하학원의 이사로 있는 조원태 회장이 지분 확보를 위해 재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조원태 회장은 가족 간 지분 상속 문제가 정리가 되지 않은 데다, 행동주의펀드 KCGI와  경영권을 두고 갈등이 지속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단은 한진(3.96%), 대한항공(2.74%), 한진칼(2.14%)를 보유하고 있다. 

김도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정석인하학원은 2.7%의 대한항공 지분과 조 회장 측에 우호적인 이사진을 가지고, 지금까지 조 회장의 지배력 행사에 유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해왔다. 한진그룹 계열사가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땐 대학발전기금을 동원해 막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온갖 전횡 속에서도 조 회장 일가는 끄떡없이 공익법인들을 움켜쥐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공익법인은 5%(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 증여세와 상속세 면제받는다는 점을 이용해 총수일가가 세제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3남매가 내야 할 상속세는 2000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정석인하학원 이사회 명단. 색칠된 사람은 특수관계인이다. 출처. 정석인하학원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 정석인하학원은 이사회에 특수관계인을 과도하게 선임해 공익법인법을 위반했다. 

공익법인법은 이사회 구성 시 특수관계인을 이사 현원의 5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정석인하학원 이사회의 특수관계인은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한국공항 강영식 사장, 원종숭 정석기업 사장,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최병권 전 대한항공 상무 총 5명으로, 현원(14명) 5분의 1을 크게 넘었다. 이는 미디어SR이 지난 1월에도 지적했던 부분이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미디어SR은 재단에 개선 계획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일우재단은 조중훈 창업주가 사돈 최현열 CY그룹 명예회장과 주식과 현금을 출연해 1991년 설립됐다. 일우재단의 이사장이었던 이명희 씨는 폭행,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등으로 논란이 되자 지난해 4월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사회 일원이었던 오치남 대림 AF 회장이 차기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기소된 한진그룹 고(故)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 사진. 구혜정 기자

오 이사장은 한진중공업 사외이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그의 동생 오치형 코셋 대표이사는 정석물류학술재단의 이사로 있다. 오 형제 또한 총수일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일우재단은 홈페이지에 이사회 프로필과 회의록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우재단은 오치남 이사장 선임 배경에 대해 "1991년 당 재단을 설립한 발기인 중 한 명으로서 당 재단의 역사와 사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므로 이사장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이사진의 판단에 따라 2018년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은 조중훈 창업주의 부인인 고(故) 김정일 씨가 설립했다. 김정일 씨가 이사장을 맡다 별세 이후 유경희 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차기 이사장이 됐다. 

총수일가의 영향력이 가장 적어 보이지만, 석태수 한진칼 대표와 오치형 코셋 대표가 이사로 있다는 점은 한계다. 이외에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변호사, 이철웅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교수가 이사로 있고, 김용진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이상진 대주회계법인 이사가 재단 감사를 맡고 있다. 

재단은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재단은 회의록이 내부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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