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중구청 홈페이지

서양호 중구청장의 “관군, 의병 따질 상황이 아닙니다”라는 서두로 시작하는 페이스북 글이 화제이다. 댓글이 수십 개 달리고 국민은 찬성과 반대의견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페이스북에 한일전에 참전하겠다는 글을 올린 후 국민들의 의견과 관계없이 오전 10시 30분쯤 이미 명동을 비롯한 중구 시내 중심에 ‘NO 재팬’ 거리 배너를 약 1,100개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게첨 전에 중구청장이 나서서 ‘NO 재팬’ 거리배너 게첨을 반대하는 국민에게 페이스북을 통해서 “경제 판 임진왜란이 터졌는데, 전쟁에 이기는 데 집중해야지 전쟁 중에 관군, 의병 없이 혹은 진보, 보수 없이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 민관합동으로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타이밍이 중요한데 지금이야말로 일본정부의 반칙에 민관이 합동으로 벤치 클리어링이 필요할 때이며, 이 전쟁에 많은 정치인과 15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론은 본인도 국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지만 입바른 소리도 전쟁 전에 할 것이지, 지금은 전쟁 중이니 자신의 행동에 반대하지 말고 모두 참전하라. 전 세계를 향해서 일본의 침략에 대해서 알리겠다“는 주장이다. 

한일전에 대한 참전의사는 그가 구청장이건, 도지사건 일반시민이건 다 말하고 밝힐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서양호 구청장의 패기는 이해하지만 행동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중구청이 관할하는 지역은 명동, 시청, 을지로, 남대문시장 등 관광의 명소들이 많은 곳으로 일본 관광객뿐만 아니라 해외관광객이 오면 반드시 들르는 곳으로 쇼핑을 위한 중소규모의 매장들과 비즈니스호텔들이 많은 곳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개인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장이다. 그것도 일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의 중심인 중구에서 ‘NO 재팬’ 배너가 휘날린다면 일본 관광객들 마음이 어떨까? 두렵지 않을까? 이후 한국을 또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인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서양호 중구청장의 마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리고 하고 싶어 하는 말이 뭔지도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장쯤 되면 하고 싶은 말도 꾹 참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아베가 전 세계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물건을 사주겠다는 인바운드(Inbound) 구매자들을 거절하므로 자국의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바보 같은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중구청도 마찬가지다. 서양호 구청장의 말대로 경제적인 임진왜란이라면 우리는 12척의 배로 싸워야 하니 더더욱 이기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일본에 가겠다는 아웃바운드(Outbound) 관광객은 막아도,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인바운드(Inbound) 관광객을 내쫓지 말아야 한다. 지자체장은 애국자이기도 해야 하지만 경영자이기도 해야 한다. 관광이 주요산업인 수도 서울 중구에서 주요산업을 말아 먹고 애국심을 고취시키고자 한다면 서양호 구청장 당대에는 칭송을 받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구 관광산업에 피해가 갈 수 있는 실정이 될 수도 있다. 

150여개 지자체가 뜻을 함께한다고 해서 걱정이다. 

한일전은 중앙정부에서 정치와 외교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어도 민간수준에서의 민간교류는 지속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싸우고 싶으면 지방정부와 싸우면 된다. 지방정부가 나서서 민간 관광객과 민간교류를 막는 것은 군국주의나 독재국가나 하는 일이다. 문화예술과 관광 등을 정치의 선전도구로 사용하면 파쇼가 된다. 일본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지시했다. 그도 애국심이 충만한 사람일 것이다. 그도 자신이 왜 욕을 먹는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우리는 그가 왜 욕을 먹는지 아는데도 말이지. 

바로 예술이라는 가장 다양한 민간교류를 애국심으로 포장된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덮었기 때문이다. 

서양호 중구청장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장들은 민의와 만나는 소중한 자산이다. 애국심과 정의감이 없었다면 그 자리까지 가지 못했을 것이다. 지방정부 장들은 애국심과 정의감을 보여 주기보다는 일본 관광객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쇼핑과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안전한 한국’, ‘친절한 한국’을 더 주장하고 표방해야 한다. 매출 떨어질까 불안하고 걱정하는 중소업자들과 소상인들을 안심시켜야 하고 민간교류는 더 활성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행히 글을 작성중인 시간에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이 서울시청과 명동, 청계천 일대에 내 건 일본 제품 불매와 일본 여행 거부의 뜻을 담은 ‘노 재팬’ 깃발을 내리기로 했다.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깃발 설치를 철회한 것이다.

그들이 수준 떨어지게 극악을 떨어도, 우리는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한다. 

[미디어SR 남정숙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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