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을 피해 시애틀에 다녀왔다. 휴가이지만 아마존을 비롯한 회사들을 돌아보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시애틀에서의 몇일 간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었던 친환경이 참 인상적이었다. 예전 필자의 칼럼에서 미국에서는 음식 분리 수거 등의 환경에 대한 규제나 일반인들의 관심도 한국보다 적은 편이라고 언급을 했었는데, 그 편견을 깰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돌아와서 조사해보니 2014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지속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뽑히기도 했단다.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떠나는 순간까지 친환경에 있어서만큼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했던 경험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만 차량 공유 서비스 제공 가능한 공항
공항에 도착해 호텔에 가기 위해서는 차량공유서비스 우버(Uber)를 이용해야 했다. 공항에 마련된 주차 공간으로 갔다. 참고로 미국 도시들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일반화되다 보니 공항 주차 건물 한 층 전체를 차량 공유 서비스 전용으로 만들고 있다. 어쨌든 우버 앱으로 차량을 부르고 대기(TNC/Rideshare) 지역에서 기다리는데, 보이는 차들이 모두 토요타 프리우스(Prius)같은 하이브리드 차량이었다. 너무나 일률적으로 프리우스만 보여서 토요타와 딜을 했나 싶을 정도였다. 호텔로 가는동안 운전자에게 물어보니, 시애틀 공항에서 우버 또는 리프트 같은 차량 공유로 돈을 벌려는 차량은 하이브리드처럼 친환경 조건에 맞아야 손님을 태울 수 있는 공간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버 웹사이트를 찾아보니 “To meet environmental goals, the Port of Seattle will only allow Uber vehicles with a blended MPG rating of 45 or higher to wait for airport requests at the waiting area.(환경 보호를 위해 시애틀 교통청은 MPG(Miles per Gallon: 기름 1 갤론 당 운행 가능한 거리) 45 이상의 우버 차량만이 대기 존에 머물수 있도록 규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규정은 일반 차량들의 MPG 가 18(도심)-25(고속도로)인 것을 고려하면 결국 MPG가 45이상인 하이브리드 차량만 차량 공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원칙적으로 제한한 것이다. 유일하게 가능한 경우도 리-매치(Re-Match) 경우만 가능하다. 이 규정 등의 위반 시 티켓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데려다 준 하이브리드 차량의 모습:  호텔 앞에서는 택시보다 이 차량이 더 많이 보인다. 제공 : 황지영 교수

이외에도 다양한 면에서 차량 운행을 줄이고 대중 교통 역시 대기 오염이 없는(Zero Emission) 전기버스(Electric Trolly)가 운영된다. 5일동안 머무르는 내내 대도시임에도 시내 중심에 차가 막히는 것을 본 적은 딱 한번밖에 없었다. 찾아보니 시애틀에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혼자 운전하는 경우가 50%가 채 안되고, 미국 북서부에서 교통량이 적은데 규모는 가장 큰 도시가 시애틀이라고 한다.

제로 에미션의 일렉트릭 트롤리. 제공 : 황지영 교수

그런가하면 길 여기저기 라임(Lime)과 점프(Jump) 등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자전거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라임 색의 라임, 빨간 색의 점프는 모바일 앱으로 자전거를 언락(Unlock)하고 원하는 곳까지 자전거를 이용한 후 다시 락(Lock)을 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해변가를 돌아봤다. 이용 금액을 확인해 보니 기본료는 없고 1분당 25센트를 내야해서, 13분 35초를 타고 세금 포함 $3.85를 냈다. 택시에 비해 요금도 저렴하고 도로 옆 자전거 도로에서 안전하게 탈수 있어 생각보다는 편리하다. 이렇게 시애틀 시민들은 카풀링과 자전거 등을 이동 수단으로 삼는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재활용과 친환경 제품으로 서비스하는 카페와 레스토랑
레스토랑과 마켓, 카페에서도 친환경의 모습은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스타벅스 등 커피샵에서는 빨대가 필요없는 뚜겅을 이용하고 있고, 유리로 만든 빨대를 파는 상점들도 보인다. 스타벅스 1호점이 있는 유명 관광지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안의 레스토랑에서는 옥수수로 만들어져 100% 생분해가 가능한(‘Made from Corn. 100% Compostable’)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담아주었다. 또한 슈퍼마켓에서는 비닐봉지를 찾아볼 수가 없다. 모두 재활용 재질의 갈색 종이 봉투에 구입한 상품을 담아준다. 2019년 1월 시애틀 타임즈에 따르면 2015년부터 이미 시애틀 카페와 식당에서 생분해 재질로 만든 제품들을 사용해야하는 의무를 제정했으며, 2018년 7월부터는 플라스탁 빨대를 전면 금지했다고 한다.
옥수수 재질의 100% 생분해 가능한 플라스틱 컵. 제공 : 황지영 교수
유리빨대 판매 점포. 제공 : 황지영 교수

시애틀에 왔는데 아마존 방문을 빼놓을 수가 없다. 무인매장 아마존 고의 현재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아마존 본사 건물 옆의 거대한 원형 스피어스(Spheres)라는 건축물이다. 이는 아마존이 본사 직원들에게 수풀이 우거진 산림 속 자유롭게 일하는 분위기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주말에는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필자도 방문해 보니 수풀림이 우거진 공간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재미있고 풍부한 자연의 컨셉, 에머럴드 시티인 시애틀에 적합한 컨셉이었다.

아마존 스피어스. 제공 : 황지영 교수

시애틀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득한 친환경의 모습
5일간의 방문을 마치고 다시 공항 길에 올라섰다. 비행기 탑승 전 간단한 요기를 위해 들렀던 샐러드 가게에서는 포장지, 냅킨, 포크까지 100% 재활용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공항에는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 그리고 자연에 분해될 수 있는 음식 등을 따로 구분한 쓰레기통(Bin)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워싱턴 주의 별명이 더 에버그린(The Evergreen)이고, 시애틀의 별명이 에머럴드 시티라는 것이 떠나는 순간까지 각인되었던 경험이다. 미국의 여러 도시들을 방문해 보았지만 첫 인상부터 마지막 인상까지 일관된 메세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애틀은 친환경 정책측면에서 벤치마킹을 해야할 곳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