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로고. 사진. 각 방송사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의 기본 편성 블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SBS와 MBC에 이어 적자난을 이기지 못한 KBS가 월화극 중단 검토에 나섰다.

2일 KBS 측은 미디어SR에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3개월여 동안 월화극을 편성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KBS 편성 블록에 따르면 월화드라마 시간대에 오는 9월 방송 예정인 '조선로코-녹두전' 이후로 예정된 작품이 없다. KBS 측은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는 3개월 동안 휴식기를 갖고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는 방침이나 향후 월화극 편성 여부에는 확답을 않는 상황이다.

현재 KBS는 적자경영에 직면해 있다. 올해 사업손실만 1019억 원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2023년까지의 누적 사업손실 전망치는 6569억여 원에 달한다.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KBS가 현재 지역 방송국 내에서도 불필요한 부서를 정리하려 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에 KBS는 사내에 '토털 리뷰 비상 태스크포스'를 꾸려 'KBS 비상경영계획 2019'를 마련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에 열중하고 있다.

KBS2 '조선로코-녹두전'에 출연하는 배우 김소현, 장동윤. 사진. 각 소속사 제공

경영난에 따른 드라마 편성 블록의 구조조정은 KBS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앞서 MBC는 주중 드라마 편성 시간을 기존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1시간 앞당겼다. 뿐만 아니라 오는 5일 첫 방송되는 새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의 후속작품이 현재까지도 편성되지 않는 등 잠정적인 월화극 폐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MBC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는 의미와 함께, 시청자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드라마 시장은 월화 밤 10시대 5개, 수목 밤 10시대 4개 프로그램이 혈투를 벌이며, 한 두 작품만 겨우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한 바 있다.

SBS는 월화극 드라마를 아예 폐지하고 예능을 월, 화요일 연속 편성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SBS는 오는 12일 첫 방송되는 월화예능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드라마 시간대에 예능을 편성하는 시도를 했다. 예능으로는 드물게 16부작으로 기획돼 화제가 되기도. 이에 대해 '리틀 포레스트'의 기획을 맡은 최영인 SBS 예능 부본부장은 "시청 패턴이 달라진 만큼 트렌드를 반영한 편성"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MBC '웰컴2라이프', SBS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 사진. 김종학프로덕션, SBS 제공

지상파 드라마 위기론은 tvN, JTBC 등 케이블 및 종편 방송사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더욱 힘을 얻었다. 시청패턴의 변화로 TV가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방송을 시청하는 인구가 증가하며 시청률 파이 자체가 축소돼 광고 판매 역시 감소했고, 다양한 콘텐츠들의 증가 등 경쟁 대상이 많아지면서 주요 시청층의 이탈을 피할 수 없었다.

KBS의 경우 불법 촬영물을 촬영 및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준영의 복귀를 선두에서 타진한 것은 물론 재난 주관 방송사임에도 지난 4월 발생한 강원도 내 대형산불 사태에서 늑장 보도 및 거짓 중계방송이 들통나는 등 뭇매를 맞았다. 공영 방송의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상파 3사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과거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종편 방송사도 경쟁 상대지만, 국내 양대 포털을 비롯해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또 다른 위협 존재인 상황이다. 과거처럼 양질의 콘텐츠만 만들면 대대적인 호응을 얻었던 시기와 달라진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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