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현대가 아산재단.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이승균 기자] 현대중공업 산하 주요 재단은 10여개에 달하나 주축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나눔재단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서울아산병원 운영, 사회복지 사업과,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산나눔재단은 기업가정신 교육, 청년 창업지원, 비영리 역량 강화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2개 재단은 기업 산하 재단 중 최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큰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결산 기준 자산 총액은 2조 7256억원에 달한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서울아산병원을 운영하고 있어 해당 병원의 자산이 모두 포함되어 일부 착시효과가 있으나 현대중공업지주의 시가총액이 5조 2천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재단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문제는 현대중공업 재단이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사회복지법인으로 의료법인 서울아산병원을 운영하며 동시에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2조원 대 병원 운영 수입이 발생하고 있으나 사회복지법인으로 보건복지부를 주무관청으로 두고 있어 회계상으로 의료법인 사업을 단일 결산 서류를 통해 합산해 공시하고 있다.
 
과거 의료법인 관계법이 안착하기 전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의료 행위를 영위한 모든 재단이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어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의 정관상 의료행위를 제외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나 재단 측은 외부 회계감사 보고서를 미공개 하고 있어 수 조원대 자산의 수입 지출 내역은 사실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난해 미디어SR은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도 감사보고서 전문이 아닌 표지만을 공개하는 일부 기업재단에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인지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회계 감사보고서를 전문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표지만을 공개했다. 한진그룹이 산하 의료법인이 포함된 공익재단에 대해 회계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것과 비교하면 현대중공업재단이 얼마나 무책임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아산나눔재단만 하더라도 올해 감사보고서를 통해서 신 공익법인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유가증권의 평가 방식 변경으로 인한 900억원대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 내역,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내역, 타 재단 지원금의 횡령과 오용에 따른 민사, 형사소송 진행 상황 등을 공개하고 있어 온도차가 크다.
 
특히, 두 재단에 취재 협조요청을 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히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미디어SR에 "홍보 담당자가 별도로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한 반면, 아산나눔재단은 재단 설립 당시부터의 사업 정량적 정성적 성과 목표를 소개하는 등 적극성을 드러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뜻으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건설 주식 절반을 내놓아 설립한 재단이다. 오랜 기간 취약계층을 위한 공익사업을 영위해온 만큼 구조적인 한계를 벗어나 공익법인의 모범이 되기 위한 행보를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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