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제공. 아산사회복지재단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표적인 공익재단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나눔재단'의 이사회 운영이 극과 극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1977년 현대중공업 정주영 명예회장이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현대건설 주식 절반을 내놓아 설립한 재단이다. 아산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재단이기도 하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설립 정신 하에 의료복지사업, 장학사업, 학술연구 지원사업, 봉사와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아산상' 등의 공익사업을 운영한다. 

설립 후 2001년까지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사장을 맡다, 2001년부터 아들 정몽준 전 국회의원이 뒤를 이어 이사장을 해왔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이사회는 정몽준 이사장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이사회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정몽준 이사장과 친분이 있거나 정계 생활 당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홍구(85, 전 국무총리) 이사는 정 이사장과 30년 동안 알고 지냈던 사이다.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 후원회장을 맡아 정몽준의 정치적 후견인 겸 조언자 역할을 했다. 또, 정몽준 이사장이 설립한 아산정책연구원의 이사이기도 하다. 

한승주(79, 고려대 명예교수) 이사도 정몽준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장정자 (84, 서울현대학원 이사장) 이사는 정주영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인 고 정신영 씨의 부인, 즉 현대가(家) 사람이다. 

김종인(78,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이사는 정 이사장의 서울 중앙고 선배다. 약 40년간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이사 선임을 두고 정몽준 이사장의 차기 대권 행보를 위한 포석이라 풀이했다. 김종인 이사가 박근혜 후보의 대선 당선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김태현(69, 성신여대 명예교수) 이사는 정 이사장의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당시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사람이다. 친박 인사로 거론되는 김 교수는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여성본부장을 맡았다.

이병규(66, 문화일보 회장) 이사도 이사회에 소속돼 있다. 문화일보는 현대중공업에서 나온 신문사다. 1990년 (주)현대문화신문이 설립되고, 1998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돼 그 다음해 문화일보로 상호를 변경했다. 그러나, 문화일보 주주는 우리사주조합(38.74%)와 현대중공업 소속 문우언론재단(30.63%), 동양문화재단(30.63%)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현대중공업 지배하에 있는 언론사다.

이외에도 이춘림(90, 전 현대중공업 회장), 정진규(73, 전 서울고등검찰청장) 이사 등 정 이사장과 인연이 있는 이사들이 많았다. 

최재성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봉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이승규 아산의료원 의료원장 등 공익재단 운영과 관계가 많은 이사도 있었다. 그러나 정 이사장과 친분을 맺은 이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사회는 공익재단의 의사결정기구다. 이사진이 누구인가에 따라 공익법인의 방향성, 건정성, 투명성이 달라진다. 오너 일가가 기업 소속 공익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이사회가 오너일가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될 경우 사익편취 우려가 상당하다. 

특히, 아산사회복지재단은 현대중공업(2.38%), 현대중공업지주(1.86%), 현대일렉트릭(2.41%), 현대건설기계(2.41%), 현대미포조선(0.43%) 등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오너일가가 마음대로 재단 주식 의결권을 이용할 여지가 있다. 현대중공업은 정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의 가업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더욱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이다. 

이사회가 재단을 위해 어떤 것을 논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사회 회의록을 찾아보았으나,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지 않았다. 재단은 미디어SR에 "아산재단은 공익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과 정관에 따라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정기 이사회는 상, 하반기 각 1회씩 개최하고, 임시이사회는 필요시 개최한다"고만 밝혔다. 

한편, 아산나눔재단은 같은 그룹 소속임에도 다른, 제대로 된 행보를 보였다.  

아산나눔재단은 청소년부터 성인을 아우르는 '기업가정신 확산사업', 예비 창업가를 발굴해 교육을 제공하는 '청년창업 지원사업', 비영리 분야 종사자 대상의 '비영리 역량강화 사업' 등의 공익사업을 운영한다. 

아산나눔재단의 이사회는 김도현 국민대 글로벌 창업벤처대학원장, 김상범 SK엔카닷컴 대표, 김상헌 네이버 경영고문, 김지훈 스톤브릿지캐피탈 대표,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등 스타트업 경영 지원과 관련이 높은 사람들로 구성됐다. 

물론 정몽준 이사장의 딸인 정남이 상임이사가 실질적 운영을 맡고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공익사업과 관련 높은 이사진을 구성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매년 연차보고서, 기부금품 및 지출명세서, 감사보고서, 이사회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고 있어 공익법인 운영 투명성도 높았다. 

아산나눔재단은 2011년 10월 정주영 명예회장의 서거 10주기를 기념해 출범한 재단이다. 정몽준 이사장,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 등 현대가(家) 일원이 현금, 토지, 주식 등을 출연했고, 현대중공업그룹 6개 계열사도 2380억원을 출연해 약 5000억원 규모의 재단이 됐다. 정몽준 이사장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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