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열심히 일하는 건, 순전히 연기가 재밌어서예요.”

안방극장에서 흥행을 이어오던 배우 조정석이 드라마 ‘녹두꽃’과 영화 ‘엑시트’로 안방극장과 스크린 동시 공략에 나섰다. 전방위로 맹활약 중인 조정석에 그 이유를 묻자 답은 간단했다. 연기가 재밌기 때문이라고 단번에 답한 그는 앞으로도 여러 장르에 도전할 것이라는 의지를 불태웠다. 자신은 슬럼프도, 징크스도 없다며 웃어 보인 조정석은 앞으로도 재미있는 연기의 세계에의 탐닉을 이어갈 전망이다. 노력하면서 즐기기까지 하는, 조정석은 그야말로 천생 배우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일에서 재미를 찾지만, 일의 특성 상 슬럼프를 겪는 사람들도 많아요.
조정석:
다행히도 저는 그런 게 없어요. 저는 징크스도 없거든요. 망하면 망하는 거고 잘되면 잘되는 거고(웃음). 그리고 매 공연마다 똑같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오늘의 공연은 오늘 만의 매력이 있는 거라는 생각을 오래 전에 깨달아서 그런지 징크스가 아예 없어요.

Q. 깨달은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조정석:
2005년에 뮤지컬 ‘그리스’를 원 캐스팅으로 아주 오랜 기간 연기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면서 돈도 벌고 대중에게 사랑도 받고 그랬는데, 체력소모가 너무 크다보니까 ‘이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그걸 잘 이겨낸 것 같아요. 제가, 유리멘탈이 아니거든요. 하하.

Q. 무대에서의 조정석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아요. 공연 계획은 따로 없는 건가요.
조정석:
‘아마데우스’ 이후로 공연을 안 한지 1년이 넘었어요. 제 머릿속에는 항상 공연 계획이 있는데 들어온 작품도, 접촉된 작품도 없어요. 그래도 내년에는 해봐야겠다고 생각해보고 있어요. 혼자 김칫국 마시면서(웃음).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Q. 30대에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았어요. 40대로 접어든 지금, ‘녹두꽃’으로 새로운 조정석의 모습을 보여주게 됐죠.
조정석:
나이에 대해 쭉 생각 못 하고 있다가 여러 질문들을 받으면서 제대로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녹두꽃’을 두고 30대의 마지막을 닫고 40대의 첫 시작을 여는 작품이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백이강과 ‘녹두꽃’은 제가 기존에 보여드린 넉살 좋고 위트 있으면서도 까불거리고 유쾌한, 그런 느낌을 쏙 빼놓은 것 같아요. 이런 의미 있는 작품을 해보니까 제가 변주할 수 있는 창이 또 하나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녹두꽃’은 제게 득이 많은 작품이에요.

Q. 수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인물의 서사를 긴 시간에 걸쳐서 보여준 건 ‘녹두꽃’이 처음인 것 같아요. 그 변화를 연기하며 신경 쓴 부분이 있었다면.
조정석:
공연을 할 때에는 러닝타임 동안 한 인물로서 두 시간 반 안에 무대를 장악해야 해요. 그게 보통 힘든 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연습을 하면서 느낀 것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됐어요. 저는 대본과 작품의 힘을 믿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이 장면과 시퀀스가 가진 힘을 믿으니까 제가 이 대사와 상황만 잘 표현한다면 당연히 그 서사는 자연스럽게 쌓일 거라 생각했어요. 긴 호흡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은 당연히 있었지만, 그런 부담에 너무 빠져 있으면 결과적으로는 연기에 방해가 되는 거죠. 기본에 충실해야 해요.

Q.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캐릭터로 주목을 받고 어느새 7년이 지났어요. 그동안 대표작들을 만들면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죠.
조정석:
제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시기였어요. 많은 분들께는 ‘건축학개론’으로 익숙해졌지만 사실 2004년에 찍은 MBN 드라마 ‘왓츠업’이 시작이거든요. 그 작품까지 생각하면 30대 전부를 연기와 함께 지내온 거예요. 그러니까, 제게 있어 30대는 그 전체가 황금기예요. 어느 때와도 바꿀 수가 없는.

Q. 40대로 접어든 지금, 배우로서는 어떤 시기를 보낼 것 같나요.
조정석:
어떤 분이 저를 보고 많이 편해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보니 정말 편해진 것 같아요. 40대가 되고 결혼도 해서 그런지 편하고 여유로워진 느낌이더라고요. 그렇게 40대를 보내고 싶어요. 20대 때에는 몰아치는 에너지가 샘솟았다면 30대에는 열정이 가득했죠. 40대가 된 지금도 그때의 열정을 가져가면서 편하고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연기하지 않을까요.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Q. 거미와의 결혼이 연기자로서 조정석에게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을까요.
조정석:
결혼보다는 거미 씨를 만난 것 자체가 제게 좋은 영향을 줬어요. 좋은 영향뿐만 아니라 좋은 에너지와 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거든요. 예전에는 조금 더 예민했다면 거미 씨를 만나 더 너그러워졌어요. 사람을 좋게 변하게 하는 에너지를, 거미 씨를 만나 얻게 됐어요.

Q. 신혼 생활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조정석:
소소하게 즐기고 있어요. 서로 정말 바빴거든요. 거미 씨는 전국투어 콘서트를 하고 저는 ‘녹두꽃’을 촬영했고, 이제 다음 작품인 ‘엑시트’를 홍보하느라 바쁘고요. 그래도 ‘녹두꽃’ 촬영 전에 신혼여행을 다녀왔어요. 다이내믹하고 스펙터클한 에피소드는 특별히 없지만, 솔직히 저희는 정말 소소하거든요. 소소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로의 작품이나 공연을 보고 이야기도 자주 나누지만 이번엔 바빠서 그럴 시간도 없었네요. 시간이 되면 거미 씨의 공연을 보러 갈 생각이에요(웃음).

Q. ‘엑시트’ 외에도 신작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안 할 수가 없어요. 흥행 제작진으로 알려진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신작이죠. 전작들이 모두 성공한 만큼 기대감과 부담감이 다 있었을 것 같아요.
조정석:
배우들의 작품 선택에는 감독님, 작가님, 배우 캐스팅, 소재와 내용 등 여러 이유가 있는데, 저는 신원호 감독님과 이우정 작가님의 ‘응답하라’ 시리즈를 재밌게 봤던 터라 꼭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의사들의 소소한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내용에 매력을 느꼈죠. 굴곡 있는 굵직한 ‘녹두꽃’을 마치니까 소소한 것에 더 끌렸거든요. ‘엑시트’를 마친 뒤에 감독님, 작가님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보려 해요. 저도 정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Q. 연기할 때 캐릭터와 자신을 분리하는 편인지, 아니면 캐릭터와 일심동체가 되는지 궁금해요.
조정석:
캐릭터를 연기하는 매개체가 저인데 뭐 어쩌겠어요, 하하. 제가 말하고 제 몸으로 표현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 거죠. 얼마만큼 체화시키면 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제가 캐릭터를 연기하며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가 있는 거니까. 그렇지 못한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게 불분명해지게 되는 거죠.

Q. 체화시키다보면 비워내야 하는 과정이 더욱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조정석:
예전에 공연할 땐 그런 지점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힘들었고요. 하지만 그런 힘듦이 제게 득이 될 게 없겠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조정석이라는 사람이 없어져버리면 연기를 하지 않을 때, 평상시 조정석의 삶은 어디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마음을 아예 접었어요. 연기는 연기고 저는 저로 분리를 하려 했죠. 그런 노력이 확실하게 도움이 됐어요.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을까요.
조정석:
다 해보고 싶어요. 저는 잡식성이거든요(웃음). 작품이나 캐릭터들을 만나야 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제가 정말 많은 역할들을 해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제 자신에게 어떤 역할을 해볼까 라는 질문을 던져도 떠오르는 게 별로 없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트랜스젠더(주: 뮤지컬 ‘헤드윅’)도 해본 사람이니까요.

Q. 올해 안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조정석:
꼭 ‘엑시트’의 흥행을 이뤄내고 싶어요. 흥행에 목마르고 있거든요. 경쟁작이 많지만, 그럼에도 어쨌든 간에 꼭 흥행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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