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열심히 일하는 건, 순전히 연기가 재밌어서예요.”

안방극장에서 흥행을 이어오던 배우 조정석이 드라마 ‘녹두꽃’과 영화 ‘엑시트’로 안방극장과 스크린 동시 공략에 나섰다. 전방위로 맹활약 중인 조정석에 그 이유를 묻자 답은 간단했다. 연기가 재밌기 때문이라고 단번에 답한 그는 앞으로도 여러 장르에 도전할 것이라는 의지를 불태웠다. 자신은 슬럼프도, 징크스도 없다며 웃어 보인 조정석은 앞으로도 재미있는 연기의 세계에의 탐닉을 이어갈 전망이다. 노력하면서 즐기기까지 하는, 조정석은 그야말로 천생 배우다.

Q. ‘녹두꽃’은 찍으면서도 고생하는 게 눈에 보이는 작품이었어요.
조정석:
주변에서도 많이 고생했겠다고 하시는데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단 수월했어요. 24부작(60분 기준) 사극에 들어가는 만큼 ‘어느 정도는 힘들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정신적, 육체적인 각오를 다졌죠. 그런데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서 아쉬움이나 섭섭함 없이 시원하다는 생각이 크게 들어요. 작품에 대한 애정도가 컸지만 아쉬움 없이 작품이 잘 마쳐져서요. 엔딩도 좋았고요(웃음). 좋은 사람들과 좋은 현장에서 함께 하다 보니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Q. 영화로는 ‘관상’을 통해 사극 연기를 했었지만 드라마로는 첫 사극이에요.
조정석:
같은 사극이어도 영화와 드라마 간에 차이가 있다 보니 약간은 달랐어요. 아시다시피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더 공을 들일 수 있는 반면, 드라마는 방대한 분량을 빨리 찍어내야 하죠. 하지만 감독님이 워낙 빠르게 잘 찍어주시는 데다가 연출도 잘해주셔서 수월하게 잘 넘긴 것 같아요. 배우 입장에서는 훨씬 집중력 있게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드라마는 피드백이 빠르니까, 시청자 분들의 후기를 접하고 모두가 공감하면서 촬영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결과물을 빨리 보는 점도 만족스러웠죠.

‘녹두꽃’에서 백이강 캐릭터로 활약한 배우 조정석. 사진.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 제공

Q. 사투리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조정석:
서울 토박이어서 사투리에 대한 부담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사투리를 써야 공감이 더욱 잘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며 준비를 했죠. 그리고 언어는 어디까지나 의사소통의 수단이니까, 저의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당연히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연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부담감도 사라지더라고요.

Q. 기존 작품에서 코믹적인 면이 부각됐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눈물과 콧물까지 다 쏟는 열연을 펼쳤어요.
조정석:
감정적으로 힘든 면이 있었어요. 울컥하고 감동이 요동쳐서 대사를 내뱉지 못할 정도로 힘든 장면들이 꽤 있었고요. 연설 신과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속마음을 이야기할 때, 장모님을 보낼 때 등의 장면에서는 몸소 감정을 느꼈어요. 주변에서도 연설 장면이 좋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죠. 원래 배우들은 자기 연기에 만족을 못 하는데, 그런 칭찬을 들어서 좋았어요.

Q. 실제 역사를 다루는 작품이지만 백이강 캐릭터는 가상 인물이에요. 표현의 자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걸 다 자신이 창조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있는 캐릭터인데.
조정석:
아무래도, 제가 다른 해석으로 접근해버리면 극이 왜곡될 수 있어서 부담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감독님과 작가님이 고증에 입각해서 신경 써가면서 연출을 해주셨죠. 제가 가진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저는 백이강만 열심히 연기하면 되는 상황이 됐어요. 나중에는 가상 인물이라 더 좋더라고요. 제가 상상력을 발휘할수록 인물이 더 생동감 있게 살아나니까요. 캐릭터에 갇혀 있지 않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훨씬 더 재밌게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Q. 동학농민혁명은 그동안 미디어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했던 역사적 사건이에요.
조정석:
그래서 저도 대본을 처음 받고나서 이런 소재의 드라마가 처음이란 생각에 정말 큰 매력을 느꼈어요. 전봉준 장군에 대해 당연히 생각하게 됐는데, 그 시대를 살았던 형제들이 주인공이 돼 전봉준을 바라본다는 게 제게는 또 다른 메리트로 다가왔죠. 유의미한 좋은 작품이란 판단에 이 드라마를 선택했고, 촬영을 이어갈수록 책임감이 점점 강해졌어요.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를 다룬 중요한 시점의 드라마인 만큼 그런 감정이 커질 수밖에 없었죠.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Q.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를 향한 신경수 감독의 칭찬이 정말 많았어요.
조정석:
감독님이 좋게 말씀을 해주신 거예요. 감독님이 다들 잘 이끌어주시면서 속도감 있게 현장을 잘 진행해주신 덕에 모든 촬영들이 순조롭게 잘 마쳐진 것 같아요. 저희는 시간 맞게 잘 와서 준비하는 게 전부였거든요. 저희 드라마에는 다 좋은 사람밖에 없었는데,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좋은 영향을 주며 현장을 만들어나간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하고 좋았어요. 그리고 그런 현장에서 감독님이 멋있는 선장 역할을 잘 해주셔서 모두에게 다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것 같아요.

Q. 전봉준 역의 최무성과 이복형제 백이현 역의 윤시윤 등 배우들과의 호흡도 도드라졌죠.
조정석:
최무성 선배님과 호흡은 보시는 그대로예요. 정말 좋았죠. 선배님은 평상시에 조용한 가운데 위트가 있는데 캐릭터가 캐릭터인 만큼 묵직하게 현장을 이끌어주셨어요. 그리고 저는 이 작품에서 백이현 캐릭터의 죽음을 시작 전부터 미리 알고 있었는데, 정말 어려운 서사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시윤이가 이 캐릭터를 정말 잘 살려냈죠.

Q. 최근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어요. 이런 시국에 맡은 작품인 만큼 여러 생각이 들었을 법한데.
조정석:
저는 이 드라마로 각자가 느낄 교훈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녹두꽃’이란 드라마에서 백이강 역할을 하게 돼 개인적으로는 정말 영광이었어요. 그리고 드라마는 많은 영역에 영향력을 주는 문화콘텐츠잖아요. 그래서 저희의 역할도 중요한 건데, 요즘의 친구들에게도 이런 일들을 알려줘야 하는 좋은 시기에 나온 사극이라 생각해요.

Q. SBS에서 ‘열혈사제’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금토드라마 편성이었어요. 하지만 시청률 면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죠.
조정석:
시청률로 따지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저는 ‘녹두꽃’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가진 의미가 크다고 봐요. 웰메이드에 대한 뿌듯함은 있었죠. 의미 있는 드라마예요. 극의 말미에는 ‘왜 이 드라마를 이제야 봤지’라는 시청자 반응이 많았어요. 그런 후기들이 정말 좋더라고요, 저는.

배우 조정석. 사진.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Q. 최근 몇 년 간 작품 활동을 쉬지 않고 꾸준히 이어오고 있어요. 그 에너지와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조정석:
진짜 솔직히, 연기가 재밌어서예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장르를 도전하는 거죠. 앞으로도 계속 뭔가를 시도하며 모험을 할 것 같아요. 제가 잘하는 게 있다고 해서 그것만 보여주고 싶진 않아요. 저도 저를 모르는데 제가 갖고 있지 않은 게 있다면, 그걸 끄집어내면 어떨까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또 재밌더라고요. 연기도 재밌지만 새로운 도전에서 에너지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Q. 원래도 도전을 즐기는 편인가요?
조정석:
완전 즐깁니다. 호기심이 많거든요. 그런데 식당이나 옷가게는 또 가는 곳만 가요. 신기하죠?(웃음). 그리고 저는 모든 운동을 좋아해서, 활동적인 것에 대한 도전을 정말 많이 해요. 이번 영화 ‘엑시트’에서도 쉽지만은 않은 클라이밍 동작과 고공액션 동작이 많았는데, 제가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거든요. 그런데도 그 작품을 선택했어요. 나름대로의 도전인 거죠.

Q. 작품을 볼 때에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이 하나의 선택 기준이 되나요.
조정석:
그렇지는 않아요. 일단은 제가 재밌어야 한다는 게 첫 번째예요. 재미가 없으면 도전에 대한 생각도 안 들거든요. 제가 재밌어야 많은 분들에게 사랑도 받으면서 열정을 다해 임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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