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태구. 사진. 프레인TPC 제공

의미 있는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배우. 엄태구에 대한 평가는 이 같이 정의 내려지곤 한다. 짧은 출연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중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엄태구가 주 무대였던 스크린을 넘어 OCN 드라마 ‘구해줘2’를 통해 브라운관에서의 유의미한 도전을 마쳤다. 신 스틸러에서 극을 장악해나가는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낸 엄태구는 앞으로도 여러 장르에의 도전을 아끼지 않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엄태구의 목표는 단순하되 명징하다. 대중에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기 위해, 그는 지금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Q. ‘구해줘2’ 종영 이후 시간이 흘렀어요.
엄태구:
현장 스태프들도, 동료들도 그리워요. 지금까지 찍은 작품 중에 여운이 가장 크게 남네요. 이렇게 드라마를 길게 찍어본 건 처음이었는데, 피곤하지만 피곤하지 않은 이상한 힘이 그 순간에 생겼어요. 안타깝고 슬픈 엔딩 덕에 여운이 더 길었어요. 현실적이어서 가슴 아프지만 작품적으로는 좋았거든요.

Q. ‘구해줘2’는 사이비에 현혹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실제로 본인은 이런 일이 닥쳤을 때 현혹이 될까요?
엄태구: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안 될 것 같아요. 그래도 귀가 그렇게 두꺼운 편은 아니어서 겪어봐야 알 것 같긴 해요(웃음). 주위의 말을 잘 믿긴 하거든요. 처음 본 사람의 말은 안 믿어도 주변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잘 믿는 편이어서요. 남의 말을 잘 믿는 편인 듯하면서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Q. 4년만의 드라마였어요.
엄태구:
그동안 계속 영화를 찍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기회가 쭉 안 닿다가 이번에는 아무 일정도 겹치지 않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작품을 접하게 돼서 하게 됐어요. 원작도 워낙 재밌게 봤던 터라 꼭 해보고 싶었죠. 하지만 연기하면서는 원작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어요. 혹시라도 분위기만 따라하게 될까봐 더욱 조심하려 했어요.

배우 엄태구. 사진. 프레인TPC 제공

Q.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엄태구: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데 이솜 씨가 편하게 대해주고 저를 많이 챙겨줘서 고마웠어요. 원래부터 팬이었는데 같이 작품을 하게 돼 영광이었죠. 천호진 선배님은 마음대로 연기라고 해주셨어요. 선배님과 연기를 하면 선배님이 던져주시는 걸 받기만 하면 돼서 그냥 따라가며 연기했어요. 드라마 전체를 생각하시면서 조언을 해주셨어요. 소리 지르는 장면이 많으니까 목에 좋은 것도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Q. 역할과의 싱크로율이 궁금해요. 김민철 캐릭터와 비슷한 면이 있다면.
엄태구:
일단은 목소리?(웃음) 그런데 저는 무작정 가서 성질내고 소리치기보다는 좀 더 설득을 하거나 대화를 하려 해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연기를 했으니까 제 안의 또 다른 부분들이 있어서 김민철 역할을 할 수 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렇게 살지는 않지만요(웃음).

Q. 드라마 주연 캐릭터는 처음이에요. 스스로 느끼기에 만족하나요.
엄태구:
사고 없이 잘 끝낸 것부터 일단 감사드리고 다행이라 생각해요. 아쉬운 것도 물론 있죠. 다른 분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 외에 느낀 점도 있었는데, 방송을 보면서 촬영한다는 게 얼마나 매력이 있는지를 알았어요.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 이야기가 연결되면서 그림이 더 잘 그려지더라고요. 후반부로 갈수록 육체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또 다른 힘도 생겨서 그게 또 매력 같았고요. 뒷이야기의 대본을 모르는 게 불안하긴 한데 한편으로는 뒷내용을 모르는 채로 계속 어떨까 생각하게 돼서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Q.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땐 부담도 됐을 것 같아요.
엄태구:
부담 됐죠.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가 맡은 부분에 최선을 다해 임했어요. 촬영횟수가 많았던 것 외에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크게 부담을 느끼진 않았어요. 제게 ‘구해줘2’는, 정말 감사하고 여운이 깊은 작품이에요.

배우 엄태구. 사진. 프레인TPC 제공

Q. 영화와 다르게 드라마는 촬영 중에 시청률이라는 성적표가 꼬박꼬박 나오죠.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엄태구:
많이 나오면야 좋지만, 잘 나오지 않더라도 제가 맡은 일이니까 시청률에 크게 동요되지 않으려고 했어요. 기도를 열심히 하면서 찍었죠. 제 종교가 기독교거든요(웃음).

Q. 연출자가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온 이권 감독이에요. 덕분에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엄태구:
감독님 덕에 영화와 드라마의 시스템이 크게 다르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현장에서 제가 최대한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두셔서 더 자유롭게 민철 캐릭터를 고민하고 표현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친해졌어요.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나눠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감독님께 정말 감사한 부분이 많아요.

Q. 그동안 남성미가 넘치는 캐릭터를 많이 맡았어요. 색다른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엄태구:
항상 마음은 여러 캐릭터를 하고 싶은데 제 마음대로 선택할 수가 없으니까요. 독립영화에서는 많이 해봤지만 알려지지가 않았어요. 그래도 새 영화 ‘뎀프시롤’이 휴머니즘이 강하면서도 로맨틱 코미디가 함께 있는 장르여서, 관객 분들께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

Q. 최근 예능프로그램 속 동료배우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걸로 유명해졌어요(웃음). 그럼에도 맡는 배역이 늘 카리스마 있는 역할이죠.
엄태구:
그래서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나는 이 일을 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까지 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러려나보다 싶어요. 지금은 인터뷰도 길게 할 수 있고요. 하하. 점점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Q.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요.
엄태구:
아, 아직은…(일동 박장대소). 기회가 된다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배우 엄태구. 사진. 프레인TPC 제공

Q. 매사에 조심성이 많고 내성적인 성격 같아요. 연기에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엄태구:
교회에서 촌극을 해보면서 연기를 처음 경험해봤는데 그때 같이 했던 친구가 연기학원을 등록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시작을 하게 됐는데 무대에 나가서 떨면서도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웃음). 그냥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Q. 엄태구라는 배우의 장점으로 주로 꼽히는 게 굵직한 목소리예요. 좋은 부분이라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대사 전달력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어요.
엄태구:
저는 전달력의 문제 외에는 다른 걸 크게 생각하진 않아요. 소리 자체가 웅얼거리게 들릴 수 있어서 이를 보완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구해줘2’를 찍기 전에도, 찍으면서도, 찍고 나서도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었죠. 하지만 민철이의 답답해하는 마음이 잘 표현됐다는 반응도 들었어요. 정말 감사했죠.

Q. 목소리 말고 어필할 만한 매력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엄태구:
뭐든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는 편 같아요.

Q. 형 엄태화 감독과의 협업 계획은 없을까요.
엄태구:
 지금으로서는 없어요. 하지만 형이 불러준다면야 언제든 보탬이 되고 싶어요. 언제든 같이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Q.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고, 앞으로 여러 장르를 연기하겠다는 목표도 있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을까요. 배우 엄태구로서의 지향점이 궁금해요.
엄태구:
연기 잘하는 배우요. 저는 그거면 돼요.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