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 국민연금관리공단
국민연금에 책임투자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책임투자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책임투자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국민연금이 지속해서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 단체는 국민연금에 모든 자산군에 사회책임투자 방식을 적용해 자본시장에서 책임투자 생태계 조성 역할을 자임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단체는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안착을 위해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위의 운용에 있어 책임투자 분과를 적극적으로 포괄할 것을 제안했다.
 
또, 네거티브 스크리닝 등 환경,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기업에 대해 구조적으로 투자를 철회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모든 자산군으로 즉각 확대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국내주식에 한정된 책임투자를 전체 자산군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26일에도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민연금이 전범기업에 투자한뒤 손실이 나고도 여전히 투자 방향을 바꾸지 않고 있어 투자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범기업을 뿐아니라 인권 노동 문제가 있는 기업을 다루는 것은 책임투자의 영역에 포함되나 적당한 원칙이 없어 손실이 나고도 대응책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지난 7월 5일 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해외 주요 연기금 수준의 운용을 위한 전략과 지침 마련에 나선 상태다. 해당 내용을 기금운용위에 보고했음에도 이 같은 시민단체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것은 그간 국민연금의 행보는 물론 신임 기금운용본부 CIO의 책임투자에 대한 무관심과 무책임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1월 투자대상과 관련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국민연금법 개정한 바 있다. 이어 3년 6개월 만인 지난해 7월에 책임투자 활성화의 도구로 활용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책임투자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게 됐으나 여전히 실적은 저조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위탁운용에 한해 한정적으로 책임투자 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직접운용의 경우 한국거래소 책임투자지수 등을 참조해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어 투자 대상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점수가 저조할 경우 검토의견을 작성하는 등 수준에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마저도 제한적이고 테스트 수준으로 운용되어 외부에서는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추진 사안에 대해 전혀 알길이 없다.
 
그 과정에서 좌초좌산으로 분류되는 석탄발전소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을 위해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등 규제에 대응한 논의를 빠르게 이어나가야 함에도 최근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4월 책임투자 세미나 등 공개 석상에서 "공시 부분이 미흡해 제도 개선이 선행 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서며 TCFD 참여 등에 대해서는 "시장 개입으로 오해를 살 수 없다"며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들은 일관되게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전략과 수준은 국제적인 수준에서 볼 때 한참 못 미친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국민연금 규모 수준의 세계적인 연기금 중 채권 관련 책임투자 규정 자체가 없는 경우는 찾기 드물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TCFD에 참여해서 활동하면 시장에 개입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표현이나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스스로 언급하는 것은 국민연금이 얼마나 책임투자에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해외와 국내를 비교하면 책임투자에 관한 온도 차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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