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

서기 643년 당(唐) 태종은 고구려 정벌을 위해 30만 대군을 일으켰다. 그러나 태종은 바다를 건너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바다를 무사히 건널 방법을 찾아내라고 지시한 뒤 출정을 계속 연기했다. 이때 장수 설인귀(薛仁貴)가 계책을 짜낸다. "폐하, 어촌에 사는 부호 노인이 바다를 건너는 데 필요한 군량을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직접 치하해 주시옵소서."  태종은 기쁜 마음에 제장들을 거느리고 부호의 마을을 방문했다. 마을은 기이하게도 휘장과 장막으로 가려져 있어 주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 한 노인이 나타나 황제와 장군들을 대궐 같은 집으로 안내했다. 태종은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산해진미와 흥겨운 가무에 취해 며칠을 보냈다.

어느 날 세찬 바람이 불고 집이 크게 흔들렸다. 태종은 놀라 장막을 거두라고 지시한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을은 없었다. 부호의 집은 바다위에 떠 있는 함선이었다. 장수들은 "죽을죄를 지었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태종은 자신을 속인 사실에 화가 났으나, 무섭던 바다를 건넜다는 사실에 기뻐 용서하였다. 설인귀가 부호 노인으로 변장, 계책을 꾸몄음을 알고 후한 상까지 내렸다. 하늘(당 태종)을 기만하고 바다를 건넜다는 만천과해(瞞天過海)는 중국의 병법서 삼십육계(三十六計)의 효시인 제1계의 사례로 꼽힌다. 하늘을 속여 바다를 건너다. 일을 함에 있어 평상시 습관처럼 보이면 의심을 품지 않는 법이며 전략은 밖으로 드러난 공개적인 행위 속에 감추어져 있다. 태음(太陰)이 바로 태양(太陽)인 이치와 같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한일 무역전쟁이 시작된 상황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전쟁도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한국과 일본간 사안과는 시작과 성격이 확연히 다르지만 역시 인수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전쟁일 수밖에 없다. 인수를 원하는 기업마다 자신의 장단점을 유리하게 가져가야 하기에 상대방의 약점과 허를 찌르는 만천과해의 전략이 필요한 법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번 주내 아시아나항공 매각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은 매각 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를 통해 공고를 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지난 4월 매각 발표 이후 지금까지는 한영회계법인을 중심으로 매각을 위한 실사를 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융감독 당국이 지켜보고 있어 통상적인 실사보다 훨씬 꼼꼼하게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인수후보 기업들의 만천과해(瞞天過海)

시장과 언론은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발표하면서 인수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에서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보고있는 곳은 5~6곳. SK, 롯데, 한화, GS, 신세계, 애경등이다. 시장에서는 한 때 유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매각 공고 시점이 다가올수록 인수 희망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또 다른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본격적으로 움직일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제안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3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지분 11.12%)에도 여러 기업이 공동 인수 제안을 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표면적으로는 각자 발톱을 숨기는 만천과해의 양상이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팔겠다고 발표한 지난 4월 중순 이후 SK 한화 롯데 등 국내 대기업들은 대부분 ‘관심이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SK와 한화, 롯데 등은 인수에 뛰어들 계획이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바도 있다. 이들의 레토릭을 믿는 이는 적다. 공개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애경뿐이다. 예비입찰 결과가 나와야 인수후보군의 윤곽은 드러날 것 같다. 예정대로라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12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경영권을 넘길 방침이다.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에 오른 기업들 대부분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거나 내부 기획팀을 통해 물밑에서 인수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무 여력이 있는 회사치고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검토해보지 않은 곳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M&A로 성장한 3M과 호남에 뿌리를 둔 하림, 호반건설 등도 인수 가능성을 타진해 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3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을 눈여겨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손자로 금호석화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가 중심이 되어 해외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인수전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는 박인천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고(故) 박정구 전 회장의 장남이다. 해외의 재무적투자자(FI)의 참여제한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 주인은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 다해야...

중국 전국(戰國)시대 제(齊)나라에 전직자(田稷子)란 재상이 있었다. 3년간의 임기를 마친 그는 황금 2000냥을 수레에 싣고 고향에 돌아왔다. 어머니가 깜짝 놀라 물었다. “3년 동안 재상 노릇으로 이렇게 많은 돈을 모았느냐?”고 다그치자 “이 돈은 어떤 관원이 제게 준 돈”이라며 이실직고 한다. 어머니의 다그침에 잘못을 깨우친 전직자는 제나라 선왕(宣王)에게 돌아가 죄를 청하고 황금을 조정에 반납했다. 왕은 모친의 현명함과 전직자의 스스로 깨우침을 높이 평가한 뒤,  재상직을 재차 맡겼다. 한(漢)나라 유향(劉向)의 열녀전(列女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막바지 벼랑에 이르러 말고삐를 잡아챈다는 현애륵마(懸崖勒馬)의 가르침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항공업계는 물론 재계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항공산업의 특성상 국적기 개념은 사라졌다 해도 아시아나항공 역시 국적기 같은 한국의 얼굴이다. ‘올해의 항공사 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등 우량 기업으로 평가 받았지만 오너 리스크에 따른 모기업의 부실로 매각대상이 됐다. 매각 결정 후 주가가 상한가를 향해 가는 것도 의미가 예사롭지 않다. 호남의 대표기업으로서의 역할과 책임 또한 다하지 못했다. 광주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거세게 이는 국민기업화의 목소리도 울림이 있는 부분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애륵마의 기업으로 다시 서야 한다. 새 주인이 관건이다. 직원들도 건강한 오너십을 바란다. 그들도 윤리적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좋은 주인을 원할 이유도 있고 요구할 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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