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각 사 제공

은행권이 지난 7월 1일 주52시간 근무제를 본격 도입한 후 주40시간을 목표로 이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법적 상한선 이내 초과 근무까지도 비용 절감을 위해 반려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에 따르면 지난 10일, 12일 노동조건감찰단이 KB국민은행의 주52시간 근무제를 점검한 결과 7월 1일 이후 시간 외 근무 신청 반려율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이 주40시간 근무를 독려하기 시작하면서 주12시간의 초과 근무도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7월 이전에도 주52시간 근무를 잘 지키고 있었는데 7월부터 은행이 주40시간을 엄격하게 지키기를 강제하면서 시간 외 근무 승인 요청이 '전산 등록 착오' 사유로 대부분 반려됐다"라면서 "영업점의 경우 9시에 출근하는 게 업무 특성상 쉽지 않은데 일찍 출근해 발생한 15분, 30분의 시간 외 근무를 '주52시간 근무제를 지켜라'는 명목으로 반려하면서 사실상 비용을 아끼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노동조건감찰단의 점검 결과 지난 1년간 국민은행 직원 중 한 달에 20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한 직원은 거의 없다. 지난 7월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은행권에도 전면 도입됐지만 그전에도 법을 위반할 소지가 없었는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주40시간 근무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피치 못할 상황에서 진행하는 정당한 초과 근무까지 제재하는 분위기라 개인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거나 카페에서 회의하는 경우도 생겼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이 올해 초과 근무 수당 예산을 개인당 12시간 정도로 책정해서 편성했는데 상반기에 인당 평균 15시간 정도의 초과 근무로 예산이 거의 소진된 상태"라면서 "업무량과 인력은 그대로 두고 인건비 예산을 맞추기 위해 초과 근무를 제약해 직원들은 퇴근 후에도 업무 부담이 남아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미디어SR에 "사측에 문제제기 후 시정이 되지 않으면 노동부에 진정하는 등 강경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은행 측은 미디어SR에 "이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앞서 KEB하나은행도 제도 본격 도입 전 실태를 점검한 결과 시간 외 근무 미승인 건이 다수 발견된 바 있다. 금융노조 하나은행지부가 지난 5월 중 하나은행 본점 업무집중층 모니터링을 자체적으로 시행한 결과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부터 PC-OFF 시스템을 도입해 시간 외 근무를 위해서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업무 특성상 긴급하게 PC를 써야 하는 상황에 월 3회 긴급 사용 후 승인 신청을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하나은행 노조에 따르면 조사 당일 본점 업무집중층의 긴급사용 근무 시간은 1247분이었지만 사후 승인된 시간 외 근무는 538분에 불과했다. 긴급사용 근무의 경우 부분 승인이 가능한데 전체 승인 건 중 완전 승인이 이뤄진 건은 23%이며, 부분 승인 중 31%는 '1분 승인'으로 처리됐다.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긴급 사용 근무 건에 대해 일부만 승인하거나, 한 두시간 근무해도 일부 시간만 인정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라면서 "7월부터는 법적인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관리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있다면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은행 내부 사정에 밝은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노사가 원만히 대화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은행, 하나은행뿐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주52시간 제도 도입에 따른 내부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초과 근무를 승인하는 책임자에게 인사권한이 있어 쉽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인 한계가 지적되기도 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