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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열광, 여자들의 로망

남성들은 자동차를 좋아한다. 자동차가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사회적 신분의 과시(?)를 통해 지위를 과시하고픈 욕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때로는 스피드를 즐기며 잠재됐던 억압을 발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 여성들의 자동차 선호도 또한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이들에게 자동차는 곧 독립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운전해주는 자동차를 이용하다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으니 말이다. 

인류 시작 때부터 사회적으로 무언가를 탄다는 것은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굳이 서양사까지 들추지 않아도 조선시대만 해도 이른바 ‘탈 것’은 말과 가마였고 탑승자는 높은 벼슬이 전제였다. 마차시대가 주름잡던 중세 유럽에선 귀족일수록 마차를 끄는 말의 머릿수도 많았다. 쉽게 보면 ‘탈 것’은 타는 사람의 사회적 신분을 나타냈고,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무언가를 타는 남자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는 다시 남성이 여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멋진 말과 마차를 소유하는 목적으로 순환됐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자동차의 대중화가 이루어졌을 뿐 뿌리 깊은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비싼 고급차를 타는 남성이 상대적으로 여성들의 시선을 끌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동차회사는 늘 여성을 마케팅에 끌어들인다. 좋은 차를 갖고 있으면 멋진 여성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든다. 실제 최근 독일의 한 심리실험에서도 좋은 차를 보유할수록 여성들이 호감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는 남성이라도 월 평균 100만원이 훌쩍 들어가는 고급 승용차를 덥석 구입하는 배경이다. 자신이 비록 '카 푸어(Car poor)'가 된다 해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져 지금은 여성들의 눈높이도 과거와 다르다는 사실이다. 자동차를 직접 보유한 여성이 증가하면서 단순 이동의 필요성으로 남성들의 자동차를 인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남성들은 여성이 보유한 차보다 더 좋은 차, 더 고급 차, 더 비싼 차를 찾는 일이 다반사다.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여성의 호감을 얻으려는 것은 남성의 본능이어서 욕구는 쉽게 시들지 않는다. 남성에게 자동차는 남들에 비해 우월감을 표시하는 대표적인 기계 산물이어서다. 그럼 앞으로 이런 현상은 줄어들까? 그렇지 않다. 마음에 드는 여성을 얻으려는 남성들의 본능은 사라질 수 없는 형질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래 공유경제가 소유욕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빗발친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에선 오히려 소유욕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단순한 이동은 공유를 활용하되 여성에게 잘 보이려는 욕망이 오히려 높아져 브랜드 상품으로서 자동차를 바라보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진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의 설문 결과는 자동차 소유와 이용을 구분 짓는 소비자가 적지 않음을 보여 준 사례로 꼽힌다. 결론부터 언급하면 독점적 공유와 개인 소유 가운데 어떤 것을 더 선호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9%가 ‘소유’를 원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대상이 이미 공유 서비스를 많이 이용 중인 20~30대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결과다. 

그래서 자동차는 향후 기능에 충실한 이동 기계와 명품으로서 보유 가치를 높이는 이동 상품으로 구분된다. 이 과정에서 남성들의 소유욕은 더욱 강하게 작용하고 여성의 자동차 보유 증가라는 사회 트렌드는 오히려 소유욕을 더욱 부추기는 인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동차에 대한 남성들의 열광과 여성의 로망이 합쳐지는 셈이다. 

권용주(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MBC라디오 ‘차카차카’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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