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우). / flickr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힘들고 긴 여름...

시경(詩經) 국풍(國風)편 빈풍(豳風) 칠월(七月)에 보면 ‘4월에 아기 풀이 패거든 5월에 말매미가 울며 (4월수요 5월명조/四月秀葽 五月鳴蜩)”라는 구절이 있다. 음력 4월은 수요이고 음력 5월을 명조라고도 부르게 돤 연유다. 꽃이 피지 않고 영그는 것을 수(秀)라 한다. 요(葽)는 풀 이름이다. 명조는 몸 색깔이 검고 몸길이는 한 치 정도인 매미의 일종이다. 그래서 여름을 명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매미는 예로부터 여름을 상징해왔지만 왔지만 동양 문화권에서는 불사와 재생,부활을 의미한다. 땅 속에서 유충의 상태로 4~6년을 지낸 후에, 번데기로 되었다가 껍질을 벗고 성충이 되는 매미의 변태 과정과 무관치 않다. 고대인에게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달의 작용과 동일시 되었다. 매미는 허물을 벗음으로써 새로운 생을 누리기 때문에, 재생과 부활과 탈속의 상징으로 찬미되었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선조들은 매미 허물을 약제로 사용했다. 재생의 주술적 기운이 서려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금사여한선(襟事如寒蟬). 추위 속의 매미는 입을 다문다. 침묵을 지켜 말하지 않고 감히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선(寒蟬)'은 여기서 '울지 않는 매미'를 일컫는다. 황금매미(金蟬)도 있다. 금선탈각(金蟬脱殻)은 ’매미가 허물을 벗다‘는 뜻으로, 삼십육계 중 제21계이 전략이다. 적에 저항해 봤자 손해만 확대될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철수하여 체제를 재정비하고자 하는것이다. 매미가 허물을 떠나 날아간 것처럼,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놓고 작전상 전략상 후퇴하는 것이다. 갑자기 왠 매미 타령이냐고 되묻는 이도 있을지 모르나 삼성전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처지가 한선과 금선을 닮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와 예상치 못한 일본 수출 규제로 설상가상이다. 본인의 신변과 직결된 사법농단 대법원 선고에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수사의 칼끝도 자신을 향해 코앞까지 와있다. 일본서 귀국직후 13일 가진 사장단 회의에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고 했지만 심정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 언론들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일본 출장 중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회사 차원에서 추가 긴급 물량을 확보한 것은 맞지만, 이 부회장이 직접 일본에서 소재들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끼는 모양세다.

금사여한선(襟事如寒蟬)과 금선탈각(金蟬脱殻)의 지혜

삼성전자는 올들어 실적침체라는 난관에도 봉착해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0% 넘게 감소한데 이어 2분기에는 56.3% 급감한 상태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 악재를 이겨내기 위해 올해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계획을 발표하는등 성장동력 마련에 시동을 걸었지만 이또한 여의치 않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내달로 예상되는 대법원 선고도 부담이다. 2003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태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2008년 특검이 출범했을 당시에도 삼성전자의 실적은 지난해까지 성장세를 이어왔다. 이 부회장이 수감됐던 2017년에도 53조64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83%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이 이런 적은 없었다. 빠르게 회복될 기미도 없는데다 수출규제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도 예사롭지 않다. 사내이사 재선임 건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에 대한 검찰수사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해 16일 분식회계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음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이다. 이르면 이달중 이 부회장을 소환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분식회계의 가장 큰 수혜자이며 직접 관여한 정황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도 삼성 바이오로직스 수사 이후에 이뤄질 것 같아 보인다.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이 부회장이 최대 4조1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국민연금은 675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만약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부회장의 실형이 확정될 경우 그 여파는 불문가지다. 이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도 10월26일 끝난다. 재 선임도 해야하는데 다른 사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합심해서 삼성의 목을 조르고 있다는 자조섞인 이야기마저 흘러 나온다.

공칠과삼(功七過三) 하갈동구(夏葛冬裘)가 주는 교훈

중국에는 있는데 한국에는 없는 것이 있다고 한다. '공칠과삼(功七過三)'의 문화다. 덩샤오핑(鄧小平)은 마오쩌뚱(毛澤東)의 행적을 평가하면서 공(功)이 칠이고 과(過)가 삼이니, 중국 근현대사의 최고지도자로 받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은 동지였지만 1966년 문화대혁명이후 덩샤오핑은 반모주자파(反毛走資派)의 수괴라는 비판을 받고 실각해 참담한 수모를 겪는다. 그는 1981년 중국의 지도자가 되면서 마오쩌뚱에 대한 논란을 이렇게 잠재웠다. 중국은 이후 세계 2대강국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요즘같은 여름에 화로를 갖다 주거나 추운 겨울에 부채를 선물한다면 값진 물품이라 해도 고마워 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정성이 담겼더라도 시기에 맞지 않으면 한소리 듣기 마련이다. 하로동선(夏爐冬扇)이 그래서 쓸모가 없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는데 둥근부채를 준다는 추풍단선(秋風團扇)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한국경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여름에는 서늘한 베옷(夏葛)이 겨울에는 따뜻한 가죽옷(冬裘)이 적격이다. 상황과 변화에 맞게 대처하라는 의미다. 철체절명의 이번 여름은 당연히 하갈동구(夏葛冬裘)가 정답이다. 이 부회장의 공과(功過)가 공일과구(功一過九)'라도 그게 도리인 듯 싶다. 이 부회장이 아닌 한국경제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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