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롯데 월드타워 사진: 구혜정 기자

2017년, 롯데그룹 오너일가이자 롯데장학재단, 롯데복지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의 이사장이었던 신영자 씨가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받아 충격을 줬다. 누구보다 공익에 앞장서야 할 인물이 수십억원 뇌물을 받는 등 사회적 책임과 거리가 먼 불법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이다. 현재 신 전 이사장은 롯데장학재단, 롯데복지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의 이사장 자리를 모두 내려놓았다. 

롯데재단은 이사장 이슈로 '아픈 역사'를 겪었음에도, 지배구조 투명성을 개선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신영자 전 이사장 빈자리, 외부인사가 채웠지만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은 허성관 이사장, 롯데삼동복지재단은 변창애 이사장이 이끌게 됐다. 롯데 가(家)라는 이유로 공익재단의 이사장 자리에 앉았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으로 보인다. 

허성관 이사장은 행정자치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이다. 동아장학처 상임이사, 삼일미래재단 이사 등을 맡아 재단 운영 경험이 있다. 

허성관 이사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사장에 취임한 뒤 롯데 계열사 파견직원 대부분을 기업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벌 총수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을 이끄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막상 알기 어려웠다. 롯데장학재단, 롯데복지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의 통합사이트에는 그 흔한 이사장 인사말조차 없다.

정말 롯데재단이 재벌로부터 독립적이려면 이사진이 롯데와 관련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공익재단을 운영하는 데 적절한 사람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는 자료부터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비록 롯데재단이 기부금이 아닌 금융자산에서 나온 이자배당을 통해 재원마련을 하고 있더라도, 공익법인이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도구로 이용된 사례가 많은 만큼 일반 공익법인보다 더 높은 투명성이 요구된다. 

특히, 롯데장학재단은 지배구조 문제로 법정 싸움도 촉발됐다. 2018년 롯데장학재단은 273억원 증여세 부과처분을 받았다.

그간 롯데장학재단은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돼 비과세 혜택을 받았다. 성실공익법인에 재산을 출연할 경우 주식 지분의 10%까지 증여세가 감면된다. 일반공익법인은 5%로, 상당한 세제혜택이다. 

성실공익법인은 출연자의 특수관계인이 전체 이사의 5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동울산세무서는 롯데장학재단의 출연자(신격호 명예회장)의 특수관계인은 전체 이사 6명 중 신영자 전 이사장을 포함해 총 3명이라 판단했다. 

이에 세무서는 재단이 성실공익법인 자격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 그간 롯데제과 등에서 받은 주식에 대한 증여세 273억원을 부과했다. 

반발한 롯데장학재단은 지난 1월 동울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했지만 패소했다. 울산지법은 이사 6명 중 2명이 특수관계인이라 봤다. 이사 중 한 명이 롯데그룹 자회사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퇴직한 뒤 재단 이사로 취임해 특수관계인이라 판단한 것. 따라서 성실공익법인 자격 상실로 증여세를 부과받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재단은 현재 항소한 상태다. 

이렇게 지배구조에 얽힌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단은 지배구조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공익재단 운영 상황을 알리지 않고 있는 것도 지배구조 투명성에 아쉬운 부분이었다. 

롯데장학재단 관계자는 11일 미디어SR에 "현재 홈페이지에 이사회 정보 공개를 하고 있지 않지만, 홈페이지 개편 중에 있다. 8월 말 개편과 동시에 기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사회 회의록 등 이사회 내 안건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서는 "법규준수 범위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을 남겼다.   

롯데삼동복지재단과 롯데문화재단도 이사회 이력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롯데삼동복지재단은 이사장의 정보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변창애 이사장은 신 전 이사장 당시에도 롯데삼동복지재단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고, 올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그의 이력이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는 없었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담당자 부재로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롯데문화재단은 롯데그룹 총수 신동빈 회장이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신 회장이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 짓고 본격 사회공헌사업에 나서면서 2015년에  세운 재단이다. 신 회장이 사재 100억원, 롯데물산, 호텔, 쇼핑 등 3사가 100억원을 출연해 총 200억원의 출연금으로 재단이 시작됐다. 

롯데문화재단 역시 콘서트홀을 소개하는 데만 열심일 뿐, 재단 이사회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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