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사회혁신플랫폼 2부 행사에서 도시 마을학교 사업 제안자와 기관 관계자들이 사업 실행방안에 대한 분임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 미디어협동조합 찰나제공)

지난 2일 광주광역시에서 2019년 첫 지역혁신포럼이 열렸다. ‘우리 곁의 반가운 변화’ 광주 사회혁신플랫폼 출범식이다. 주민의 참여와 주도로 지역의 문제를 발굴해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발굴의제를 함께 해결하는 민관협업 지역살리기의 올해 첫 행사다. 

성공 가능성을 높인 다양한 참여주체
이날 행사에는 중앙부처와 시, 공공기관, 사회혁신 관계자, 시민단체 등 300여명이 광주 아시아문화센터(ACC) 국제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추진경과를 설명하는 홍보영상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공동추진 협약식과 실천의지를 다지는 퍼포먼스 등 흥겨우면서도 짜임새있게 1부가 진행됐다. 

2부는 발굴 의제별로 제안주체와 매칭 희망 공공기관들이 실행방안을 협의했다. 행사장 밖에는 의제 갤러리란 이름으로 발굴의제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자리도 만들었다. 전체적인 진행이 행사에 치중하지 않고 지역에서 발굴된 의제의 해결에 집중함으로써 지역혁신 플랫폼의 취지를 분명히 했다. 

광주포럼이 지난해와 비교되는 가장 큰 변화는 다양한 참여 주체다. 실험적으로 진행된 지난해 대구와 강원포럼에서는 여러 가지 아쉬움이 없을 수 없었다. 특히 대구의 경우 대구광역시의 참여가 사실상 없어 시민들만의 행사에 그쳤고 강원에서도 지역내 공공기관의 폭넓은 참여를 과제로 남겼었다. 

광주사회혁신플랫폼 참여주체의 다양성은 추진위원회 구성에서 확연하다. 추진위원장으로 광주광역시장과 시의회의장, 시민단체인 광주NGO시민재단 이사장, 그리고 거점 대표 공공기관인 한전사장이 공동으로 선임됐다. 지자체와 의회, 시민단체와 공공기관이 지역혁신포럼의 주도기관임을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의회의 참여는 지역혁신포럼의 실질적인 성공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플랫폼에는 또 혁신도시내 공공기관 16개중 12개 기관이 참가했다. 참가 기관 기관장들은 지역혁신 포럼에 대한 이해와 함께 지역밀착형 사회가치 구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지방으로 본사를 옮긴 공공기관들이 지역살리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전기로 해석된다. 광주시 산하 6개 공공기관과 광주사회적경제연합회, 광주복지연대 등 지역내 13개 시민사회 영역, 그리고 연구기관으로 광주전남 연구원이 추진위원회에 참여해 지역혁신포럼 추진 주체의 다양성을 높였다. 추진위 구성만으로 보면 소멸돼 가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이해관계자들이 망라돼 머리를 맞대는 지역혁신포럼 기본취지의 출발로 성공적이란 평이다. 

실현성 우선 의제의 발굴 
발굴된 의제도 주목된다. 광주포럼에서 최종 확정된 추진의제는 모두 25가지. 학교 등 공간에 공공과 주민의 출자로 햇빛발전소를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 수익을 마을 교육공동체 등 공익을 위해 사용한다는 마을 햇빛발전 협동조합 의제는 전력사 집중된 전남광주지역의 상징 사업이다. 빛고을 광주와도 호응하는 대표사업으로 실현가능성도 높고 전국 어디에서나 적용 가능한 사업으로 평가돼 추후 진행과정이 주목된다. 

광주-대구 고속도로 햇빛 발전 의제는 정치 사회적으로 적지않은 의미를 갖고 있고 빈집을 청년 주거 공동체로 만들자는 제안은 청년들의 다양한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또 다른 효과도 기대된다. 쓰레기대란의 해법을 찾는 사업이나 대중교통 이용률 높이기 사업 등도 지역현안을 확인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이 사업들을 놓고 이날 광주포럼에서는 참여 공공기관들이 매칭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사전에 충분히 협의된 사업들도 있고 이날 새롭게 매칭에 나선 공공기관들도 있어 최종적인 매칭 결과는 금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의제가 발굴돼 25개로 정리되기까지 광주에서는 3개월여에 걸쳐 다양한 의견을 모았고 실현가능성 높은 의제들이 제안될 때마다 지역내 공공기관 지자체 등과 협의를 갖고 발굴의제의 실행 방안을 협의해왔다. 공공임대 주택의 빈집을 청년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의제에 대해서는 행사 당일까지 해당 공공기관과 협의하는 열성을 보였다. 출범식 행사를 지역살리기 발굴의제의 매칭과 실행에 초점을 맞추고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이다.

◇광주 사회혁신플랫폼 발굴의제

지역내 공유과정 만족, 타지역 참여는 제한적
지역혁신포럼은 하루짜리 행사가 아니다. 수개월에 걸친 의제의 발굴과 매칭, 그리고 매칭된 지역 현안들이 실행으로 옮겨져 실제 지역사회를 살리고 지역별 성공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일련의 선순환 과정이다. 출범식 자체는 지역별로 이를 대내외적으로 확인하고 다짐하는 자리다. 

이번 광주사회혁신플랫폼 출범식에서 PSR(공공기관사회책임연구원)은 대략 5가지 관점에서 보고 듣는 과정을 참가자들과 함께했다.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기대와 성과는, 그리고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었다. 제안자와 시민, 전남 광주지역 공공기관, 다른 지역에서 참가한 공공기관, 지자체와 지역추진위원회 등이 묻고 공감한 주체들이다. 시민의 공감과 공공기관의 참여, 정부 지자체 등의 지원을 통해 지역혁신포럼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플랫폼으로 자리할 수 있는지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공공기관의 실효성 높은 사회가치 구현방안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발대식에 참여한 공공기관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전남광주지역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과 다른 지역에서 참가한 기관이다. 이번 광주포럼에 대한 공공기관의 반응은 참가 지역별로 엇갈렸다. 지역내 기관의 경우 의제 발굴과 매칭 과정에 만족스러워한 반면, 다른 지역 공공기관들은 과정에서 뒷전이었다는 아쉬움을 밝혔다. 

나주에 본사를 둔 한국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지역에서 원하는 사회가치 구현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참여하고 있는데 다양한 정보파악과 지역내 관련 네트워크 형성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업 아이템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기관과 단체의 사전 교류가 활발했고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서 사업의 실현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너무 좋았다”며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관심있는 시민단체 기관이 많고 협업에 적극적이어서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관계자는 특히 “이 자리에 참석한 기관장이 지역협력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앞으로 업무 추진에 조직내부의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시민이 참여한 발굴 의제를 지역내 공공기관과 매칭하고 사업화하기 위해 충분한 사전논의가 있었으며 출범식을 계기로 사업의 성사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반응들이다. 

반면에 다른 지역에서 참가한 적지않은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지난해와 달라진 지역의제의 공유방식에 의아해 했다. 지난해의 경우 지역에서 발굴된 의제를 전국 공공기관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으나 올해는 그 과정이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다. 대구에서 온 공공기관 관계자는 “광주지역 시민단체나 다른 공공기관들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면서도 “지역의 의제들이 좀더 공유됐으면 참여폭을 넓힐 수 있겠다”는 아쉬움을 밝혔다. 

다른 참가자도 “발굴 의제를 놓고 해당 지역 공공기관들이 우선적으로 참여해서 지역을 살리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전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발굴의제의 타지역 공유는 의미있다”면서 “제시된 의제들이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어 다른 지역 공공기관들에게는 각각의 지역내 사회공헌 아이템을 찾는 좋은 정보”라는 점을 지적했다.

시민들이 모르는 혁신플랫폼
지역별 혁신 플랫폼이 성공적인 선순환 생태계로 자리하기 위한 출발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공감이다. 의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선정된 의제에 공감한 사업들이 공공기관들의 참여와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현안 발굴과 좁혀진 의제에 ‘맞다 맞다’ 박수와 함께하는 방법은 다양한 소통 채널의 가동이다. SNS를 통한 시민과의 공유도 물론이지만 신문 방송 등 정통매체를 통한 홍보와 거리 현수막 등도 당연하다. 
이번 광주포럼에서 시민들과의 공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행사장 인근에서 만난 한 시민은 “광주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공기관들이 나선다는 말을 처음 듣는다”면서 “지역이 원하는 사업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나도 할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행사 당일 광주역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는 “광주에서 사회혁신플랫폼이라는 행사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시내 어느 곳에서도 안내 하나 볼 수 없다”며 다른 행사와 비교했다. 
광주사회혁신 플랫폼에 프로젝트 제안자로 참가한 관계자들도 사전 정보와 홍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애인관련 사업을 제안한 관계자는 “다양한 구성원들과의 의견교환과 공통 현안을 찾고자 했으나 토론시간이 짧았고 행사 전에 의제나 참여자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은 물론 행사 자체에 대한 홍보가 충분치 않았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언론과의 협업시스템 부재를 꼬집었다. 

지자체와 지역 추진위원회의 활동을 강화해야
이번 광주발대식에 전라남도가 함께 하지 않은 점도 공공기관들에게는 아쉬움이다. 전라남도 차원의 지역혁신포럼이 별도 계획중이라는 말에 더욱 혼동이다. 전남 광주지역 지역살리기 플랫폼에 참여한 공공기관의 주축은 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공공기관들이다. 이들이 입주한 지역은 나주, 행정구역상 전라남도다. 이름도 그래서 전남광주혁신도시인데 전라남도 없는 광주만의 행사는 공공기관들에게는 시원하게 드러낼 수 없는 속앓이다. 
지역살리기의 기본 취지인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공감과도 거리가 멀고 현실적으로 두 지자체간 알 모를 경쟁과 갈등에 낀 듯한 모양새가 공공기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나주 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역주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지자체이어야 하며 다른 조직은 이를 지원하는 형식이 현실적으로 성공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광주행사 참가자중 다른 지역의 추진위원회 관계자들 역시 지역혁신포럼의 주도조직으로 지자체를 들어 이같은 분위기와 함께 했다. 타지역 한 관계자는 “지역의제의 발굴-매칭-실행-성공모델의 전 과정에는 지자체의 행정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이런 행사를 통해 적극 나서서 논의하고 조례가 만들어지고 제도로 정착돼 실질적으로 해결되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로젝트 제안자 그룹에서는 지역추진위원회의 역할을 성공관건으로 꼽았다.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문제와 개선대책, 궁극적인 성장 모멘텀을 위해서는 현 제도와 관행, 기관 이기주의 등을 넘어야 하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추동할 조직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한 지역추진위원회라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역추진위원회, 특히 시민혁신가의 활동이 기대된다”며 “시민단체들이 먼저 제안하고 공공기관이 참여하며 지자체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최종 매칭 결과와 진행과정을 기대한다
광주사회혁신플랫폼에서 나타난 과제는 의제의 전반적인 공유와 시민과의 보다 밀접한 호흡, 그리고 지역사회 문제를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대학 등 연구조직의 참여도 지적될 수 있다. 올해중 포럼을 실시할 충북과 대전, 경남, 대구, 강원 등에서 제기된 시민과 참여자들의 바람이 발전적으로 반영될 때, 지역별 포럼이 지역을 살리는 플랫폼으로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플랫폼에서 발굴된 25개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매칭결과와 실행방안 등에 대해서는 관계자들간 최종 논의가 진행중이다. 광주플랫폼의 과정과 성과, 그리고 공공기관의 지역밀착형 사회가치 구현작업과의 접점확대방안은 오는 7월19일 공유회에서 설득력을 더하게 된다. 지역혁신포럼의 활성화에 대한 공공기관 관계자들과의 논의도 이날 공유회에서 함께 할 계획이다. 

PSR 대표 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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