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하 / 사진=C9엔터테인먼트

1년 7개월 만에 반가운 목소리가 리스너를 찾아왔다. 본연의 색을 찾고자 고심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는 신보 ‘스테이블 마인드셋’(STABLE MINDSET)엔 그동안 윤하가 주력으로 내세웠던 감성적인 색의 보컬이 담겼다. 지난 앨범에서 타 장르로의 확장을 꿈꿨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가장 윤하다운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여러분이 기억하고 계실만한 윤하로 돌아왔다”는 그의 말처럼, 섬세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윤하가 맞은 새로운 변곡점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Q. 오랜만에 돌아왔어요.
윤하:
이번에는 지난 5집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지난 앨범에 새로운 시도가 많았다면, 이번 앨범에는 여러분들이 기억하고 계실만한 윤하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느낌을 받으실 것 같아요. 타이틀은 발라드 곡이고 나머지 곡들은 어쿠스틱한 느낌인데, 목소리 위주의 노래들을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는 게 가장 달라진 점이라 생각해요.

Q. 1년 7개월의 공백이 있었어요.
윤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지난 5집에서 보이콜드나 구름, 아빈 같이 핫한 친구들과 트렌디한 음악을 시도하니까 듣는 분들도 당황하셨겠다 싶었거든요. 제가 너무 전사 없이 던졌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존의 음악 방향을 계속 유지할지 혹은 지난 앨범에서의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 됐었어요. 그러다 지금의 타이틀 곡을 만나면서 가닥이 잡혔죠.

Q. 그동안은 윤하의 자작곡이 앨범에 많았던 반면, 이번 타이틀 ‘비가 내리는 날에는’은 신예 ‘도코’(DOKO)의 곡이에요.
윤하:
그동안은 제 자작곡을 보여 왔지만, 이번에는 프로듀서나 창작자로서의 욕심을 내려놓고 보컬리스트라는 퍼포머의 역할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사실, 지금까지 저를 소비해주는 분들은 프로듀서 윤하, 싱어송라이터 윤하가 아닌 모습들을 좋아해주셨던 거니까요. 그걸 제가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창작자로서의 저를 키워나가는 것도 좋지만, 이번에는 노래를 더 들려드리고 싶다는 결론을 냈어요.

윤하의 4번째 미니 앨범 '스테이블 마인드셋' 커버 이미지 / 사진=C9엔터테인먼트

Q. 비와 관련된 노래를 타이틀로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윤하:
원래 곡이 비를 테마로 한 건 아니었는데, 가사가 비와 관련된 노래로 나왔어요. 그래서 내는 김에 장마 시즌과 맞춰 보자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타이틀뿐만 아니라 다른 곡들도 계절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다음 앨범이 이번 앨범의 연작으로 나올 예정인데, 계절에 대한 사연을 풀어보고 그걸 비유적으로 담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요.

Q. 에픽하이의 ‘우산’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부터 비와 좋은 인연을 맺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윤하:
어릴 땐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비에 대한 노래가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제게 그런 분위기의 날씨가 생각난다고도 많이 말씀을 해주시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저도 그런 느낌에 많이 스며든 것 같아요. 이번 노래가 비 연금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하.

Q. 지난 앨범 제목이 ‘레스큐’(RescuE)였던 반면 이번 앨범은 ‘스테이블 마인드셋’(STABLE MINDSET)이에요. 심경적으로도 안정기를 맞게 된 건지, 어떤 마음이 반영된 건지 궁금해요.
윤하:
심경의 변화예요. 지난 앨범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접하고 새로운 플랫폼에 대해 완전하게 이해를 할 수 있었어요. 다시 새로운 걸 시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원래의 제가 중요했다는 깨달음도 얻었고요. 곡들 자체가 사랑에 대해 혹은 스스로에 대해 불안해하고 흔들리는 화자들의 이야기인데, 저조차도 마찬가지로 많이 흔들렸던 시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중심을 잡았다고 인지하고 있죠. 그래서 저는 역설적이게도 화자들의 흔들림이 ‘안정’을 이야기하는 이번 앨범 이름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흔들려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가수 윤하 / 사진=C9엔터테인먼트

Q. 가수로서 윤하가 가장 흔들렸던 시기는 언제였나요.
윤하:
지난 번 5집 앨범을 준비할 때였어요. 그 당시의 저는 아예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섞여서 지냈어요. 언제나 사랑 받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고, 다들 새로운 음악 작업 방식을 받아들이는데 저 혼자만 도태되는 느낌도 들었죠. 세상의 패러다임이 한 번 바뀐 느낌이랄까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생겨나는데 트위터가 왜 침체되는지 모르겠던 과도기의 순간들이 있었어요. 음악적으로는 전자음 위주로 흘러감에 따라 리얼악기는 쓰지 않으면서도 실연자들의 음악은 주목 받는 흐름들이 잘 이해가지 않았고요. 그러면서 제 작업방식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었어요. 일종의 슬럼프와도 같았죠.

Q. 성장통을 겪으면서 만든 5집이 윤하에게는 큰 전환점이었네요.
윤하:
어떤 평을 받더라도 5집 앨범은 제게 정말 중요한 계기였어요. 그 앨범 덕분에 다시 내 음악을 해야겠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거든요. 그 당시에 만났던 친구들도 제게 “우리가 아는 것과 당신이 아는 게 다른 것 뿐이다”, “우리도 당신에게 배울 게 있다”는 등의 좋은 말을 해줬어요.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에요.

Q. 가수로서 확신을 얻게 하는 지표 중 하나가 대중성이라고 생각해요. 대중성이라는 척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느끼고 있나요?
윤하:
저는 대중적이면서도 마이너적인 느낌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대중가수라는 인식이 더 크죠. 저는 음악이 말이나 대화와 비슷하다고 느끼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걸 알아듣게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대중성이 참 중요하겠죠. 하지만 차트에서 이런 노래가 잘 된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작업을 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생각해요. 음원은 사업과 다르니까요.

가수 윤하 / 사진=C9엔터테인먼트

Q. 윤하의 음악적 지향점 혹은 윤하가 추구하는 음악의 색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윤하:
요즘의 가요계는 발라드와 힙합, 댄스 음악 등 세 가지 시장으로 나뉜 것 같아요. 그 사이에서 세 가지 음악을 하는 각자 파트의 사람들이 장르를 섞는 등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원래의 장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난해하지만은 않은 선에서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게 바로 제가 해야 할 음악적 색깔이라 생각합니다.

Q. 가수로서 윤하가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무기가 있다면.
윤하:
목소리예요. 제가 가진 본연의 것,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그런 거요. 저는 지금도 제가 생각하는 저와 다른 사람들이 보는 저 사이의 괴리감을 좁히려 하고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들이고 좀 더 성장해나가려고 하는데, 그 방향이 곧 괴리감을 없애는 것과 같거든요. 그런 만큼 목소리와 같은 제 본연의 것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됐죠. 나를 중심으로 많은 것들이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내가 내 중심을 잘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Q. 일전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았을까요.
윤하: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얘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고요. 어차피 저는 남과 다를 수밖에 없어요. 다름에 대한 인정과 소통에 대한 노력이 사소한 일상에서도 잘 이뤄진다면 제가 음악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음악적으로 모든 게 연결되고 다 노래가 되는 것 같아요.

가수 윤하 / 사진=C9엔터테인먼트

Q.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다음에 낼 앨범이 궁금해지는데요.
윤하:
여름에 하나, 겨울에 하나 내려고 생각 중이에요. 어쿠스틱한 현악기 느낌이 담긴 노래들이 많아요. 발라드면서도 사운드가 강한 곡 위주로 생각 중이에요. 밴드 음악을 계속 해나가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록이든 무엇이든 장르와 관계 없이 밴드와 함께 연주하며 소통하는 걸 기본으로 두고 있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목소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그걸 돋보이게 하는 것을 위주로 작업 중이긴 하지만,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보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새로운 시도도 분명히 필요한 것인 만큼 지루하지 않게 음악을 해나가고 싶어요.

Q. 과거에 ‘비밀번호 486’, ‘텔레파시’ 등 피아노를 활용한 록을 선보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이제는 서정적인 발라더로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죠.
윤하:
그때마다 어울리는 음악들을 하다 보니 그렇게 변화하게 된 것 같아요. 순간마다 느껴지는 걸 표현했거든요. 속칭 ‘피아노 록’으로 분류되는 발랄한 음악들을 했을 때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세상에 외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우산’이라는 곡을 기점으로 많은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도 흐르면서 서정적인, 감성적인 느낌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렇게 조금씩 변한 것 같아요.

Q. 이제는 윤하라는 가수 역시 많은 후배들에게 롤 모델로 꼽히고 있어요.
윤하:
그래서 후배들과 친해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느 정도 선이 유지되어야 멋있어 보이잖아요(웃음). 그러면서 부쩍 책임감도 생기죠. 저도 제가 음악을 하다 길을 잃을 때면 유희열, 윤종신 등 선배님들을 보면서 의지를 하거든요. 그런 책임감을 조금씩 어깨에 얹을 시기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뿌듯하면서도 또 부담스러운 느낌도 들어요. 여러 감정이 들고 있어요.

Q. 변곡점을 거쳐 다시 과거의 ‘윤하가 잘하는 것’을 시도한 이번 앨범이 윤하에게도 많은 의미를 줄 것 같아요.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바가 있을까요.
윤하:
관객과 저, 우리들의 13년 간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현재의 세대들에겐 어쩌면 새롭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트랙도 많고, 음계의 폭이 넓은 발라드도 있으니까 다양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중이 받아들여주는 대로 잘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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