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 김민영 디자인기자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다. 취임 후 농협은행의 실적을 크게 올려 지난해 전년 대비 87.5% 늘어난 1조 12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농협은행을 '순이익 1조' 반열에 올렸다. 올 1분기에도 3662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그룹의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10%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쟁력으로 "디지털 금융기업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는지"를 꼽으며 오픈 API 개발, 모바일 플랫폼 확장 등 비대면 채널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서 디지털 역량을 강조한다. 더불어 신남방 정책에 따른 해외 현장 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농협은행 현지 법인을 직접 방문하고 주요 행사에도 참석해 동남아시아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올해 초 홍콩,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해외 지점 신규 진출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이 행장은 농협대학교를 졸업하고 1981년 포천농협에서 일을 시작해 1985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이후 농협중앙회 서수원, 광교테크노밸리 지점장을 거친 뒤 농협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프로젝트금융부장, 영업본부장을 역임했다. 2016년 상무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 이사 자리에 올라 주목을 받은 지 1년 만에 농협은행장에 깜짝 발탁됐다. 농협 내 모든 금융업무를 경험해 영업 현장에 익숙한 '영업통'으로서 뛰어난 경영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올해 12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3연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이은 실적 호조를 만들어낸 이 행장의 연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도 내년 4월 만기되기 때문에 이 행장이 연임에 실패할 시 차기 지주 회장으로 도전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관측된다.

김병원

NH농협중앙회 회장이다. 농협중앙회장이 휘하에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거느리는 농협 지배구조에서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자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계열사 인사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이대훈 행장과 김광수 지주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적잖은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 만료를 앞둔 이 행장과 김 지주회장의 연임 시나리오에 김병원 회장과의 관계 언급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한편 김병원 회장은 이 행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1953년생 전남 나주 출신으로 광주농고와 광주대학교를 졸업했다. 1978년 농협에 입사한 뒤 나주 남평농협 전무를 거쳐 조합장을 3연임했다. 농협중앙회 이사, NH무역 대표이사, 농협양곡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쳤다. 2016년 3월 임기 4년의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돼,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 중앙회장은 중임할 수 없지만, 정치권에서 중임 제한규정 철폐를 위한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어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진행 중인 항소심 재판이 3년째 진행되고 있어 연임 여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농협중앙회 회장선거 당시 불법 선거 운동 혐의를 받고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공판은 이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지만 대법원 상고 등이 이뤄질 경우 김 회장이 임기를 모두 채운 후에야 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법원의 '김병원 봐주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프랑스 파리국제정치대학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하고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에서 사무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을 역임하고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 금융권 요직을 두루 거쳤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경력으로 현 정권 들어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권 주요 자리마다 하마평에 오르다가, 지난해 4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발탁됐다.

취임 후 글로벌 역량과 디지털 부문 강화를 강조해왔다. 지난 2월 "올해를 글로벌 사업 확대 및 고도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발표하고, 올해부터 2025년까지 글로벌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은 아프리카개발은행에서 대리이사를 지내며 키워온 글로벌 감각으로 올 들어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해외 출장을 다니며 글로벌 사업을 챙겼다.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지내 핀테크, 빅데이터 등에 대한 이해가 깊어 농협금융을 1등 디지털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연간 3000억원가량을 디지털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NH디지털혁신캠퍼스'라는 디지털 특구를 조성해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김 회장은 올해 농협금융 순이익 1조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정하고 2년 연속 1조원 이상 순이익을 거두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 1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432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남은 3, 4분기 실적에 따라 내년 4월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호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이다.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장 자리에 있다가 지난해 신임 농협은행 부행장으로 선임됐다. 1961년생 경남 출신으로 진해고등학교와 부산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1987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30여년동안 부산지역본부 팀장, 지부장, 부산경제사업부장, 본부장을 거친 정통 농협맨으로 잔뼈가 굵다. 지난해 1월부터 농협은행 마케팅부문장으로 대외 사업을 챙겨오다 올해부터는 경영기획부문장을 맡아 경영 전반에 대한 내부 살림을 챙기고 있다. 은행 내에서 이 행장과 독대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스포츠, 사회 공헌 활동 등 외부 인사와 접촉하는 각종 행사에 이대훈 행장과 함께 참석해 이 행장의 소통 행보를 긴밀히 따르고 있다. 

금융권 내 부산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 2017년 당시 줄곧 부산에서 근무해온 데다, 참여정부 청와대 파견 경력으로 현 정권과의 연결고리가 부각돼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중앙회 내 신망이 두터울 뿐 아니라 실적과 네트워크 등 은행장 후보로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NH디지털혁신캠퍼스

이 행장이 공들여 조성한 디지털 특구로, 임기 내 이룩한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농협금융이 초일류 디지털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디지털 전환의 핵심동력으로 마련됐다.

디지털R&D센터와 NH핀테크혁신센터로 구성된 NH디지털혁신캠퍼스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농업·식품·금융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지난 4월 1기 입주 기업 33곳을 선정하고 200억원 규모의 디지털 혁신펀드를 조성해 간접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혁신캠퍼스 출범식에서 이 행장은 "농협은행과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혁신금융을 함께 선도해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이 행장은 NH디지털혁신캠퍼스에 비행기 조종석을 의미하는 '콕핏'에서 이름을 딴 '디지털 콕핏'이란 이름의 집무실을 꾸렸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주일에 한 번씩 디지털 콕핏으로 출근해 입주 기업들과 소통하고 있다. 혁신캠퍼스에서 이 행장은 '은행장'이란 호칭 대신 ‘디지털 익스플로러(Digital Explorer)’로 불리며 직원뿐 아니라 입주 기업들과 격 없는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농협대학교

이 행장은 농협대 출신으로 농협은행장에 오른 대표적 인물이다. 유년 시절 가정 형편이 넉넉치 않아 학비가 무료이고 취직이 보장되는 농협대학교에 진학했다. 농협대를 졸업하면 100% 농협에 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농협대 출신들은 농협 내부에서 막강한 파워를 지닌다고 알려져있다.

지난해 농협 계열사 7곳 중 4곳의 CEO가 모두 농협대 출신이었다. 이대훈 행장, 박규희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서기봉 전 NH농협생명보험 사장, 고태순 전 NH농협캐피탈 사장 모두 농협대를 나왔다. 계열사 CEO에 농협대 출신들이 항상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농협대 출신은 지역 조합이나 농협중앙회에 입사하는 경우가 많아 선후배간의 연결고리등 승진에 유리한 면이 많다는게 외부 평가다.

이에 일각에서는 농협이 순혈주의를 강화해 농협대 출신 CEO를 늘린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올해 성균관대 출신 홍재은 농협생명 대표, 경북대 출신 이구찬 농협캐피탈 대표로 각각 교체되면서 농협대 출신 CEO는 연임에 성공한 이 행장과 박규희 대표만 남게 됐다.

차기 행장

오는 12월 이 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 행장이 3연임에 성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용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실적을 단기로 끌어올리기 위해 농협금융 계열사 대표 임기를 2년에서 1년으로 줄여, 이 행장은 2연임을 했지만 2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역임했다. 지난해 이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도 농협은행 사상 최초였고, 3연임을 한 사례 자체가 없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 행장 취임 이후 농협은행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점, 인사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고 권력자 김병원 중앙회장이 이 행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 점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농협금융 부사장이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선임됐던 전례가 있지만, 2017년 상호금융 대표였던 이 행장이 은행장으로 바로 올랐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도 다양한 출신과 배경을 두루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 2016년 말 이 행장이 농협은행 부행장을 거치지 않고 본부장에서 바로 대표로 승진했을 때도 농협의 파격 인사는 화제를 낳았다. 한편 농협이나 기업은행 CEO 인사는 정부의 입김이 세기로 유명해, 현 정권 중반기를 맞아 금융개혁을 위해 친정부 인사를 은행권에 내려보낼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영승계절차는 정관에 따라 임기 만료일 40일 전에 시작되므로 오는 11월 중순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농협은행이 관리하는 은행장 후보는 106명에 달하고(2018년 11월 기준), 내년 4월 김광수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과 맞물려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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