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LG사옥. 사진. 구혜정 기자

LG그룹 소속 공익재단 엘지연암문화재단, 엘지상록재단, 엘지복지재단 세 곳의 공시 투명성은 양호한 편이었으나, 계열사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엘지연암문화재단은 LG아트센터, LG상남도서관을 운영하면서 학술 지원과 청소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연암문화재단은 66억원의 기부금을 출연받아 공익사업을 운영했다. 전부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 LG 계열사에서 출연한 기부금이다. 지난해 5월 별세한 故 구본무 LG 전 회장도 20억원을 기부했다.

재단은 지난해 들어온 기부금에 전년도 이월금을 포함한 총 101억원 중 95억가량을 공익사업에 지출했다. 주된 사업이 LG아트센터와 LG상남도서관 운영인 만큼 기부금 지출의 절반이 넘는 50억원(52%)을 LG아트센터 운영에 썼고, LG상남도서관 운영에도 14억원을 지출했다.

전반적인 공시 투명성은 양호했다. 아트센터 운영, 도서관 운영, 국제공동연구 외에도 임직원 급여 및 회계 감사 관련 경비, 항공료, 송금 수수료, 등기 비용까지 항목별로 세세하게 기재했다. 국제공동연구비 지급 내용을 지급 인원당 건별로 기재한 것은 타 재단에 비해 성실했으나, 여러 명에게 지급한 급여를 '1명'으로 합쳐서 기재해 인원별로 어느 정도의 급여가 지급됐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기부금 지출의 66%나 차지하는 아트센터 및 상남도서관에 지출한 경비를 '목적사업장 운영'으로 묶어서 각각 한 건으로 기재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아트센터 운영의 어떤 내역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구체적으로 나누어 기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재단은 작년 LG아트센터 매표 및 대관 수익으로 36억원가량을 벌어들이고 공연장 운영에 127억원을 지출했다. LG아트센터는 2000년 개관한 다목적 공연장으로,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공연횟수 5522회에 누적 입장객은 950만여 명에 달한다. 국내외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며 예술 단체와 공동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사업도 진행해, 국내 공연 레퍼토리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영리법인이 아닌 공익 재단이 대규모 공연장을 운영하면서 억대의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의 공익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

한편 연암문화재단은 계열사 내부 거래 비중이 상당하다. 지난해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10여개 계열사로부터 126억원의 수익을 얻고 31억원을 지출했다. 사업 수익 중 '기타사업수익'으로 기재된 72억원이 모두 계열사 거래 내역이며, 이는 전체 사업 수익의 39%에 달하는 비중이다. 마찬가지로 재단의 전체 사업 비용 중 16%가량이 LG 계열사로 들어갔다. 

화담숲 전경(제공 : 엘지상록재단)

엘지상록재단은 자연 보호와 자연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목적으로 1997년 故 구본무 회장에 의해 설립됐다. 재단은 대표적으로 '화담숲'이라는 수목원을 조성해 운영하고 새집 달아주기, 황새 인공둥지 지원 사업 등 멸종위기 조류 보호 사업을 진행한다.

상록재단은 화담숲 운영에 가장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데, 지난해 총사업 비용 166억원 중 44.5%인 74억원을 지출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화담숲은 약 5만평의 면적에 보유한 식물종만 4300여종이 넘는다. 재단은 연암문화재단과 마찬가지로 LG 계열사로부터 받은 기부금으로 목적사업을 운영한다. 지난해 40억원의 계열사 기부금을 받고 150억원가량이 에스앤아이 코퍼레이션, LG유플러스, LG CNS에 여러 사업 명목으로 지급됐다. LG그룹 간 기금 출연과 사업 위탁으로 수억원대 내부 거래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상록재단의 공익사업은 단순 관람 시설을 넘어 멸종 위기종 보호를 목표로 한 현장 연구 시설로, 생태계 복원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재단은 생물자원 보호 차원에서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국내 최다 종의 식물을 수집하며 소나무 정원, 이끼원, 반딧불이원 등 도심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특수한 테마숲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자연 그대로를 제공한다.

엘지복지재단은 정의사회 구현사업 및 다양한 소외계층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LG의인상' 사업을 통해 의로운 행동으로 사회의 귀감이 되는 시민들을 찾아내 포상하고, 어린이집 건립과 함께 저소득 가정 저신장 아동에게 LG화학에서 개발한 성장 호르몬제 '유트로핀'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복지재단은 LG화학에서 6억원가량의 유트로핀을 제공받고, 이자수익과 사업 매출액으로 공익사업을 영위했다. 어린이집 건립과 저신장 아동 지원 사업에 각각 6억원, 의인상 사업에 4억원가량을 지출했다. 계열사 내부 거래 관행은 전년도에 비해 개선됐다. 2017년 재단은 9개의 계열사와 모두 거래가 있었는데 지난해 LG전자와 LG화학, 에스앤아이 코퍼레이션과만 거래를 맺어, 내부 거래를 통한 수익과 비용 모두 절반 이상 규모가 줄었다. 다만 어린이집 건립 등의 위탁을 계열사 서브원(현 에스앤아이 코퍼레이션)과 독점으로 계약했다는 한계는 여전히 있다.

복지재단 사업의 공익성은 비교적 높게 평가된다. 재단은 2008년부터 매년 산업 단지 지역을 대상으로 1개의 보육시설을 건립해 지방자치단체에 조건 없이 기증하는데, 재단은 어린이집 운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지자체에서 전문 법인에 위탁해 관리한다. 다만 LG의인상 선정 방식이 언론 모니터링을 통한 이슈 발굴 및 외부 추천에 한정돼, 심의위원회 구성에 따라 선정 대상과 상금 규모가(최소 1천만원에서 최대 5억원) 편중될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한다.

공익재단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원 기준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게 공개되면 문제가 없는데, 내부적인 사업의 정성적 목표 없이 추진되면 심사 과정이 투명하다고 볼 수는 없다"라면서 "재단에서 복지 사업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을 다 지원할 수 없으니 나름대로 선정하는 기준이 있고, 그것에 따라 지원한다"라고 전했다. 공익사업 운영에 있어서 뚜렷한 평가 목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엘지상록, 복지재단 모두 공시 투명성은 우수한 편인데 4대 보험, 소득세 납부까지 상세하게 기재했으며, 특히 복지재단의 경우 2016년도에 출연받은 재산의 미사용분부터 꼼꼼하게 공시했다. 해당 사업연도에 출연받은 재산이 없어 공란으로 두었다는 타 재단들과 달리 공시 규정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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