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리브더킹 스틸컷
김래원의 연기는 역시 찰졌다. 황소 같은 큰 눈과 끈적하면서 착착 달라붙는 전라도 사투리는 사뭇 잘 어울렸다. 영화 ‘롱리브더 킹’은 잘 알려진대로 동명의 웹툰 줄거리를 가져왔다. ‘대왕 만세!’ 쯤으로 제목이 해석되는 이 영화는 겉으로는 정치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멜로드라마의 정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우연히 마주친 여자에게 반해 자신의 운명마저 바꿔버린 목포 조폭 조직의 보스. 그 여자의 말 한마디에 웃고 우는 깡패 두목. 그리고 졸지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되는 이 남자. 감독은 현실에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얼마나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래원은 재개발 철거지역에서 처음 여자와 맞닥뜨린 첫 씬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후 감정이입의 여부는 감독을 손을 떠나 이젠 어차피 관객의 몫이다.
 
웹툰에는 남자 주인공이 대통령에 출마하지만, 영화는 국회의원으로 급을 낮췄다. 아무래도 웹툰의 이야기를 그대로 영화로 가져오기엔 여러 가지 무리수가 따랐을 것이다. 원작에는 변호사인 강소현(원진아 역)이 자신에게 대쉬해 오는 목포 깡패 장세출(김래원 역)에게 대통령이 되면 사귀어주겠다고 한다. 하도 따라 다니니 오히려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더 직설적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남자, 장세출은 아주 쉽게 이렇게 생각한다. 뭐 하지 대통령! 그래서 그의 대권 행보는 시작되고 독자는 이 남자의 사랑법에 빠져든다.
 
영화는 웹툰의 무한 상상력을 현실적인 비주얼과 이야기로 재조정하는 데 힘을 썼다. 인기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로 넘어오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장세출은 우여곡절 끝에 목포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게 되는데 이 역시 영화에선 여자의 요구가 아니라 상황의 불가피성으로 몰고 간다.
 
지지율에서 이미 현 의원을 압도하고 시민단체 등에서 적극 밀고 있는 유력 후보 황보윤(최무성 역)이 조폭에 의해 테러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바통을 이어받아 어쩔 수 없이 장세출이 후보로 나선 것. 여기에는 목포대교 사고현장에서 시민을 구한 의인으로 화제가 됐던 그의 지명도와 대중들의 인기도도 한몫을 했다.
 
조폭 보스가 선거에 나왔으니 선거운동 과정은 가시밭길이다.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렇게 팍팍하지만은 않다. 장윤성 감독의 재치있는 코믹 코드와 개성 있는 배우들의 호연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여기에 ‘범죄도시’의 히로인이었던 마동석과 윤계상이 깜짝 출현해 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한다.
 
그러나 이미 웹툰 누적 조회 수가 1억뷰를 넘어섰고 구독자 수가 이미 2백만 명을 넘어 선 인기 절정의 웹툰을 영화로 담아내는데 강윤성 감독의 어깨가 너무 무거웠을까? 아니면 이미 ‘범죄도시’ 영화 하나로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 제23회 춘사영화제 신인감독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전작의 성공을 뛰어넘기 위해 지나친 장고를 한 걸까?
 
보통의 영화였다면 기대가 크진 않았겠지만 강윤성 감독이기에 이번에도 한국영화의 익숙한 장면이 아닌 어떤 새로움을 보여주겠지 했다. 그러나 클리쎄한 구조와 결말, 뻔한 액션과 갈등을 넘어 색다른 재미를 주기에는 조금 힘이 부쳐 보였다. 어차피 영화란 한 치 정도의 앞선 다름을 보여주면 관객은 환호하기 마련일 텐데. 그 점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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