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한진칼 2대 주주인 지배구조 개선 사모펀드 KCGI가 델타항공에 한진칼 투자 관련 질의서를 보내 지분 취득 이면에 깔린 의도를 확인하고 나섰다.

1일 KCGI는 지난 28일 델타항공 이사회를 상대로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와 관련한 질의 서신을 송부했다고 밝혔다.

KCGI는 질의 서신을 통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각종 사건 진행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지, 금년 한진그룹 계열회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표 대결 경과에 대해 알고 있는지, 본 건 한진칼 지분 취득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의했다"고 전했다.

KCGI 측은 "6월 20일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투자 및 향후 10%까지 보유 지분을 확대한다는 발표 이후 한진칼의 주가가 30%가량 급락해 주주들이 큰 손실을 봤다"라면서 "한진칼의 주가 폭락은 델타항공이 총수 일가의 백기사로서 경영권 방어를 돕기 위해 지분을 투자한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 때문이라고 평가된다"라고 주장했다.

'시장의 인식'으로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상 KCGI가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백기사 역할에 뛰어든 것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KCGI 관계자는 1일 미디어SR에 "(KCGI가) 시장의 인식에 동의한다기보다는 그 부분을 확인하려는 취지"라며 말을 아꼈다. 

또한 KCGI는 "한진그룹의 각종 유휴 자산 매각 및 항공업에 대한 집중을 위해 델타항공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라면서 "하지만 만약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투자와 관련해 총수 일가 측과의 묵시적으로라도 합의를 한 사실이 있다면, 한국 자본시장법령 위반의 소지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국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으며, 추후 10%까지 지분율을 높일 계획을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델타항공이 KCGI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원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항공 측 또한 미디어SR에 "대한항공이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고,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의 협력사이기 때문에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한편 델타항공의 등장에 한진칼 경영권 확보에 제동이 걸린 KCGI는 21일 델타항공에 "손잡자" 제안하며 지배구조 우려를 종식하고자 했다. 이와 관련 KCGI는 "델타항공에 한진그룹이 글로벌 항공사 대비 높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경영 투명성을 글로벌 수준에 맞게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감시와 견제 역할을 동료 주주로서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은 현재 故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KCGI가 15.98%를 보유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조원태 회장 우호세력으로 10%까지 지분 확대에 나설 경우 조 회장 우호 지분은 40% 수준으로 늘어나 KCGI의 경영권 위협은 힘을 잃게 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