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위협하던 KCGI, '닭 쫓던 개 신세 되나...'

대한항공. 델타항공 [출처/각 사]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섰다. KCGI(강성부 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등장한 것이다.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 양국(한·미) 규제당국의 허가가 나오는 대로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남극을 제외한 세계 모든 대륙에 325개 노선을 운항하는 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다.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탄탄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함께 19개 글로벌 항공사 동맹체인 스카이팀을 결성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항공사 간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단계인 JV를 출범시키며 ‘공동운명체’가 됐다. 13개 국제노선과 370개 지방 도시 노선을 공동 운항 중이다.
 
업계에선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최대 항공사로 꼽히는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매입이 자사의 이익과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소개했지만,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경영권 안정을 위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대한항공이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고,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의 협력사이기 때문에 지원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KCGI 입장에선 난감하게 됐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고, KCGI가 15.98%이다. KCGI가 한진칼 지분을 20%까지 늘리며 간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델타항공의 참전으로 지분 격차가 연초 수준으로 다시 벌어진 것이다. 델타항공이 예고대로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늘리면 조 회장 측에는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40%에 육박하게 되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KCGI는 최근 투자금 확보가 어려워 추가 지분 매입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아 다시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올려왔다. 그러나 지난 11일 미래에셋대우가 KCGI의 한진칼 주식 담보 대출 연장을 거절하면서 이달 22일 KCGI는 대출금 200억원을 상환하고 곧 200억원을 추가로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편 KCGI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인정해 한진칼에 투자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하며 "한진그룹의 총수일가 중 일부는 밀수, 탈세 등 다양한 불법적인 행위들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거나 재판 진행 중에 있다"며 "델타항공이 KCGI와 함께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불법이나 편법 행위에 대해 글로벌 수준의 컴플라이언스를 적용하도록 공조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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