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기획재정부 차관이 6월 20일 오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브리핑에서 총평을 하고 있다. 제공 : 기획재정부

전국 128개 공공기관에 대한 2018년도 경영실적 성적표가 20일 공개됐다. 경영평가 성적은  전 임직원의 성과급을 결정하고 기관장과 감사 등 핵심 경영진의 진퇴까지 좌우하니 공공기관에게는 한해 농사나 다름없다.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는 기획재정부가 매년 말 다음해 평가문제를 세세히 발표하고, 공공기관은 한해동안 문제를 풀어 그 답안지를 이듬해 3월에 정부에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제출 답안을 놓고 교수 전문가 등이 동원돼 5월말까지 채점, 6월 그 결과를 발표하는 일정이다. 20일 발표된 평가결과는 2017년말 확정한 2018년 문제의 답을 지난 3월부터 평가한 성적표다. 

이번 성적표가 공공기관은 물론 정부까지 높은 관심을 모은 것은 1983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도입 이래 가장 큰 폭의 교과개정을 거친 문제였기 때문이다. 평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이번 발표에서 “지난 2017년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을 중심으로 경영평가 제도를 전면 개편한 후 실시한 첫번째 평가로서 사회적 가치관련 배점을 과거보다 50%이상 대폭 확대했고 혁신성도 비중있게 평가했다”고 밝힌 배경이다. 

특히 사회적 가치구현 부분은 배점만 높이지 않고 현장 평가에서 180분간 문답형식의 점검까지 거치는 등 지난해 평가의 핵심이었다. “사회적 가치구현 부분에서 성적이 갈릴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단 관계자의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바뀐 교과서도 문제없다. LH, 코트라, 임업진흥원 

평가는 최우수 등급인 S와 A부터 최하위 E까지 모두 6개 등급으로 매겨진다. 평가결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S등급 없이 A등급이 최고성적으로 총 20개 기관이다. 

올해 평가는 지난해와 달리 상대평가 절대평가 구분없이 통합결과로 발표됐다. 구분만큼은 공기업(사회간접자본 계획 건설 운용 관리 기관 35개)과 준정부기관(기금의 조성 운영 관리 위탁집행기관 93개)으로 나누고 준정부기관을 다시 종업원 300인미만이거나 자산 1조원 미만(강소형)으로 구분하는 예년방식을 따랐다. 

◇최우수 등급기관

 ※ 자료 : 기재부 제공

3개 분야별 A등급을 받은 기관은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높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기관과 새롭게 치고 올라온 기관으로 구분된다. 공기업중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토지주택공사 등이 지난해에 이어 A등급이고 준정부기관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기술보증기금, 코트라, 사회보장정보원, 한국에너지공단, 농업기술실용화재단,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임업진흥원 등이 여전한 최고 등급 기관들이다. 교과서가 어떻게 바뀌어도 시험을 잘 치는 우등생인 셈이다. 

치고 올라왔다. 인천항만공사, 가스공사, 철도공사
성적은 올랐을 때 더욱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올해 최고등급으로 치고 올라온 공기업은 인천항만공사와 남부발전, 중부발전 등 3개기관이고 준정부기관에서는 신용보증기금과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및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우편산업진흥원(강소형) 등이다. 사회가치 구현, 공공성의 강화라는 개정 교과서에 맞는 새로운 실력자들로 평가된 셈이다. 특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지난해 평가까지 강소형으로 분류됐다가 이번 평가에서 준정부기관이란 좀더 센 분류와의 경쟁에서 오히려 좋은 점수를 받아 눈길을 끈다. 

◇전년대비 상승기관 (37개)

※ 편집 : PSR

전년대비 성적이 오른 기관은 전체 128개 기관중 29%인 37개다. 기관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지난 한해동안 바뀐 교과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최고 경영진은 물론 담당관리자 등이 직접 나섰다는 특징이 있다. 각종 외부 설명회와 강연 등에 참가하고 사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초빙강의와 사내외 워크숍 등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한 등급상승기관의 임원은 “정말 마음 고생 많았다. 그동안 벗어나지 못한 중위권 성적에 경영진은 물론 전 임직원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했다. 개정된 평가 방식으로 최대한 해보자는 생각으로 정신없이 뛰었다”고 말했다. 

인천항만공사나 가스공사, 철도공사 코이카 등 성적이 오른 기관들은 개편 교과서에 대응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움직였다는 특징 이외에 몇가지 특이한 사실을 확인한다. 우선 공통 업종기관의 동반상승이다. 인천 부산 여수광양 울산 등지의 항만공사들이 일제히 한단계씩 올랐고 중부발전과 남부발전 등 발전사의 A등급 상승도 주목된다. 관계자들은 “사회가치 구현이라는 새로운 평가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 대응이 가능한 분야에서는 최대한 협력했다”고 말했다. 정보의 공유와 대응방식의 협력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좀더 공부 잘하는 반으로 옮겨 등급을 올린 우수사례이지만 한꺼번에 두등급이나 오른 기관들도 돋보인다. 한국광해공단은 지난해 D에서 B로 뛰었으며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과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은 최하위 등급에서 일거에 중위권으로 상승했다. 낙제생이 그 설움을 벗고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방향 못잡은 하락기관. 한국마사회, 한국전력기술
이번 평가에서 등급이 떨어진 기관은 모두 26개. 전체의 20%다. 사정이야 모두 다르겠으나 바뀐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한 결과다.

※ 편집 : PSR

지난해 A등급이었던 한국도로공사와 동서발전은 한 단계씩 밀렸다. 특히 도로공사의 경우 사회가치 구현부분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이강래 사장의 다양한 주문을 실무현장에서 제대로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김천에 본사를 둔 도로공사에 대한 평가에는 김천 구도심과 신도시 모두 불이 꺼지는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최대 공공기관중 하나인 한국마사회의 경우 이번 평가는 심각한 수준이다. 마시회는 기관 특성상 공공성에 대한 주문이 특별한데도 공공, 공익사업에 대한 미미한 국민적 공감대가 평가에 반영됐다. C에 머물던 성적이 급기야 기관장 문책 수준인 D 등급까지 떨어진 결과는 한국 마사회에 대한 다양한 경고과 지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 최대 공공기관중 하나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나 지역난방공사의 하락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동으로 예견된 결과다. 대외적으로 다양한 사회가치 구현활동을 시도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나 한국관광공사, 인터넷진흥원 등의 하락은 다소 의외다. 

늘 꼴등. 한전KPS, 한국환경공단
최하위 DE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관에 대해서는 그 어떤 지적도 부족하다. 여전히 D등급에 머물러 있는 한전KPS,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원자력환경공단, 한국환경공단 등이다. 그나마 성적이 올랐으나 간신히 E를 벗어난 그랜드코리아레져㈜나 우체국물류지원단, 아시아문화원과 영화진흥위원회 등도 공공적 기능성 대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인 E등급이 석탄공사의 경우 폐쇄절차에 들어가 본격적인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움이 크다. 

PSR 대표 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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