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GIO (사진. 구혜정 기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GIO가 5년 만에 대중 앞에 서서 "네이버의 거버넌스 투명성은 전 세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다"라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GIO는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해 네이버 지배구조에 대해 운을 뗐다. 이 GIO는 "그동안 한국의 큰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도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는 거버넌스 투명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는 누가봐도 투명한 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하고 있고 이것은 함께 네이버를 이끌어온 사람들과 저의 자부심이기도 하다"라면서 "모든 의사 결정을 외부 압력 없이 소신껏 해왔고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다"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두고 네이버의 지배 구조에 기존 재벌 기업과 같은 잣대를 대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는 네이버 지분이 4%도 되지 않아 스스로 의사 결정할 만큼의 지분도 없고 처음부터 이 회사가 내 회사라는 생각은 한번도 없었다. 기업을 보고 있는 과거의 시각도 다양해질 때가 됐다"라면서 "기업은 회사가 더 커지도록 애써야 하는데 그것 자체가 부도덕하다고 규제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글로벌 기준에 따라 기업을 판단해야 하는데 우리 나라만 따로 떨어뜨려 놓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며 일침을 놨다.

아울러 이 GIO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자국 플랫폼으로서 네이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검색 엔진 시장에 다양성이 깃들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을 지켜가려면 좋은 검색 엔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엔지니어적 사명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검색 엔진은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내 취향에 따라 검색하는 것이 검색 엔진의 기본 가치"라면서, 네이버가 오히려 우리나라 검색 시장을 독점해 다양성을 파괴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구글 쓰지 말고 네이버 쓰라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구글은 구글대로, 네이버는 네이버대로 도출하는 좋은 검색 결과를 선택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대한민국이 구글 외에 하나의 검색 엔진을 갖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계속해서 그는 내부에서 만든 서비스의 잇따른 성공에 대해서도 큰 자부심을 표했다. 그는 "회사가 수익을 잘 못 내면 그 자체로 생명력이 없지만, 근본적으로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가, 내부에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라면서 "네이버 자회사의 서비스가 네이버보다 더 크게 성장해 별도의 회사로 독립하는 게 가장 성공적인 방향이다"라고 사람이 자산이라는 가치관을 내비쳤다.  

18일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GIO (사진. 구혜정 기자)

한편 그는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던 그가 5년 만에 대중 강연 자리에 나온 이유에 대해 미디어SR에 "내성적인 건 사실이지만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아도 내부적으로 충분히 공유하고 있고, 부족한 건 (외부 활동을) 잘 하는 사람들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 은둔형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이 자리를 통해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면서 "네이버가 20주년이 됐으니 경험을 공유하고 말씀드리는 자리가 의미있을 것이라 생각해 참석했다"라고 전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지금 회사는 좋은 후배들이 주력 사업을 잘 해줄거라 믿고 한발 물러나 해외 투자에 주력할 것이다. 유럽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있을 지 탐색하고 있다"라면서 "미국, 중국의 몇개 회사가 전세계 인터넷을 장악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큰 문제라는 인식을 가장 빨리 한 것이 유럽 시장이다. 데이터 매출을 뺏기는 것은 인터넷뿐 아니라 4차 산업에서 중요한 문제다. 네이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라인이 일본에서 성공하는 데 15년이 걸렸다. 라인같은 성공이 쉽지는 않지만 준비하고 있는 재미있는 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비관적이진 않다. 기다려주길 바란다"라고도 덧붙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인터넷 서비스 상용화 20주년과 모바일 혁명 10주년을 맞아 디지털 G2(미국,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 인터넷 산업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국사회학회와 한국경영학회가 함께 주최하고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후원했으며, 이날 이 GIO는 '한국 인터넷 산업의 선구자에게 듣다: 네이버 창업과 성장의 경험'을 주제로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장)와 70여분간 대담을 나눴다.

이 GIO가 대중 강연 행사에 등장한 것은 지난 2014년 6월 중소기업중앙회 주최 리더스포럼 이후 5년 만으로, 최근 네이버 창립 2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는 등 적극적 소통 전략으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뿐 아니라 그는 네이버 노사갈등 해결을 위해 직원들과 생중계 토론회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이례적인 행보로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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