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前 이호진 회장. [사진출처=kbs캡처]

총수 일가 회사에서 판매하는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고가로 강매한 태광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골프장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140억원어치에 달하는 김치와 와인 등을 강제로 떠 안은 계열사들은 직원들 집으로 월급 대신 김치를 배송하거나 복지기금으로 회계처리했던것으로 드러났다.

2014~2016년 당시 IT서비스 업체였던 티시스가 김치를 만들어 판매한 것은 2013년 인수한 골프장 휘슬링락CC의 부실을 메우기 위함 이었다. 휘슬링락CC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부인 신모씨, 두 자녀가 지분 100%를 소유한 동림관광개발 소유이다.
 
티시스가 동림관광개발을 인수하면서 휘슬링락CC도 떠안게 된 것이다. 그런데 휘슬링락CC는 2012년 167억6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티시스의 영업이익은 125억3000만원에 불과했다. 티시스는 동림관광개발을 2013년 하면서 그해  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티시스는 악화된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김치를 제조해 태광 계열사 및 임직원들에게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근로자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별도로 적립하는 사내근로복지기금까지 동원해 김치를 샀다.
 
2015년 7월부터 임직원 의사를 묻지 않고 김치를 일괄 배송해 떠넘기기도 했다. 직원 전용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개설한 뒤 1인당 19만점씩 김치 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를 회사가 대신 ‘사용’하는 형식을 취한것이다. 이 같은 '김치사업 몰아주기' 수법으로 계열사로 떠넘긴 김치는 512.6톤(t)으로, 95억5000만원어치에 달한다.
 
태광그룹 로고

공정위는 17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은 물론 태광산업과 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김기유 실장이 김치 단가를 종류에 관계없이 10㎏에 19만원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서 계열사별 구매 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했고, 각 계열사는 이를 받아 다시 부서별로 물량을 나눴다. 계열사들은 이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나 판촉비 등으로 사들여 직원들에게는 급여 명목으로 택배를 통해 보냈다.
 
휘슬링락CC 김치를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구매하게 된 것은 휘슬링락CC가 속한 회사인 티시스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이 받은 김치는 일반 김치보다 2~3배 비쌌지만 식품위생법 기준도 맞추지 않은 불량 김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 홍천의 한 영농조합에서 위탁 제조됐으나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이나 영업등록, 설비위생인증 등을 준수하지 않아 당국에 고발돼, 현재 재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휘슬링락CC 김치 팸플릿자료 [사진=공정거래위원회]

CJ '비비고' 김치의 경우 배추김치는 ㎏에 6500원, 알타리무김치는 7600원이라는 점에서 태광의 '회장님표' 김치는10㎏에 19만원이니  kg당비교하면 2~3배 비싼 가격이다. 휘슬링락CC 김치의 영업이익률도 43.4~56.2%에 달해 2016~2017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의 11~14배에 달한다.

태광그룹은 김치뿐만 아니라 와인 판매를 통해서도 총수 일가의 곳간을 불렸다.  이 전회장의 부인 신씨와 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와인도소매업체 메르뱅도 독점 수입한 와인을 명절 선물 등으로 강제 판매하고, 이 과정에서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사용하게 했다. 당시 계열사에 판매된 와인 가격은 2병에 10만원 수준이었으며 메르뱅은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46억원어치의 와인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휘슬링락CC와 메르뱅은 이 전 회장 일가에 각각 25억5000만원, 7억5000만원을 배당 등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태광그룹은 계열사 구매 물량을 늘리다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16년 9월 판매를 중단했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휘슬링락CC와 메르뱅이 김치와 와인 강제 판매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향후 경영권 승계 등에 이용될 수 있다고 보고 과징금 등 제재를 결정했다.
 
또 김치·와인 판매를 지휘한 이 전 회장과 김 실장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룹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총괄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의 매출액 대부분이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진 것은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태광 계열사들이 김치와 와인 구매로 이 전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김치 판매를 통해 최소 25억5000만원의 이익을 거뒀는데, 대부분 이 전회장 등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됐다는 것이다. 메르뱅이 거둔 이익은 7억5000만원인데, 이 전회장의 부인 신씨에게 현금배당이나 급여 등의 명목으로 이전됐다"고 설명했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태광그룹의 부당이익 제공 행위로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하에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한 최초의 제재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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