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은진 교수 "게임중독 질병 지정, 인디게임사 생존 위협할 것"
[인터뷰] 이은진 교수 "게임중독 질병 지정, 인디게임사 생존 위협할 것"
  • 권민수 기자
  • 승인 2019.06.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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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가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면서 게임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게임업계는 청소년이 게임을 하면서도 즐거움이 아닌 죄책감을 느낄 것이라며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질병코드 지정은 적절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게임산업 위축도 또 다른 걱정거리다. 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은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고, 인재들이 게임업계로 몰리지 않아 결국 게임 질 저하까지 이어진다. 나아가, 대형 게임사뿐만 아니라 작은 인디게임개발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명지전문대학교 소프트웨어콘텐츠과 이은진 조교수는 미디어SR에 "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은 인디게임사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2016년부터 게임 예비창업자를 위한 '경기 게임 아카데미'에 전임교수로 재직하며 인디게임개발사를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현재 명지전문대학교에서 비주얼아트를 가르치고 있으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예술적 사고와 컴퓨팅 사고를 융합한 인터렉티브 미디어를 창작하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SR은 이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이 인디게임개발사와 청소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어봤다. 다음은 1문1답. 

-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에 반대하는 이유는?

게임은 현재 중독으로 구분되는 도박·마약·알코올 등과는 전혀 다른 범주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시기에 게임에 빠져 지내는 아이들도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게임 시간을 줄이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이렇게 스스로 통제 가능한 부분이 상당히 있는 것이 게임의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중독이라는 단어를 곧바로 대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게임 그 자체가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원인에 의해서 그 결과가 게임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학술적 근거가 없다.

또한, 질병코드 도입을 위해서는 산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견, 교육기관과 학부모 등 전반적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합의 기간을 충분히 가지지 않고 진행되는 느낌을 받고 있다.

현재 게임중독에 관한 충분한 연구나 사회적 합의 또한 이루어져 있지 않다. 많은 것들이 논쟁이 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질병코드를 도입할 이유는 없다.

- 엔씨소프트, 넥슨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게임중독 질병코드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먼저 들었나. 

2000년 초 온라인 게임이 우리나라에서 흥행한 이후로 게임은 지속적으로 자생하여 성장해 왔다. 게임은 현재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수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으로 성장했으며 이는 K-POP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금액이다.

또한, 게임은 ICT 신기술을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접하게 하는 매체다. 5G시대에 맞춰 구글이 올해 3월에 공개한 ‘스테디아’도 게임 서비스 플랫폼이고 국내 게임회사에서도 인공지능, 빅데이터분석, 가상증강현실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주요 기술을 게임에 적용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ICT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게임에 질병코드가 부여되면 뛰어난 인재들이 게임 분야에서 개발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렇게 된다면 4차 산업발전에도 저해가 되는 요소로 작용해 한국의 미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 인디게임개발사는 한국 게임산업에서 어떤 존재인가?

인디게임개발사는 한 마디로 게임의 철학을 만들어 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소규모 인원에서부터 1인 개발자까지 다양한 형태의 인디게임개발사들은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그들은 대형 게임회사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게임을 바라보면서 실험적이고 사회문화적 의미를 지닌 게임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고 게임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게임을 통해 사람들은 다양한 사회문화적 경험을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다.

일례로 사람들은 버프스튜디오에서 만든 마이오아시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신의 감성을 치유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비타민 같은 것이다. 이외에도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거나, 장애인이나 탈주민 등 소외계층의 문제를 다루는 게임 등을 통해 사람들은 타인의 상황을 공감하고 사회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나아가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문제 해결에 참여하게 된다. 

이처럼 인디게임개발사들이 만들어내는 게임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문화’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지정되면, 인디게임개발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게임중독이라는 프레임으로 인디게임개발사들이 만드는 콘텐츠를 바라보게 되면 이들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을 만들어도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게 된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프레임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 인디게임개발사가 아무리 의미 있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투자, 마케팅, 배급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코드 지정이 인디게임사에 경제적 위기도 초래할 것이라 보나. 

인디게임개발사는 소규모 제작 스튜디오의 형태라 개발·운영비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항상 겪고 있다. 인디게임개발사에게 게임중독은 생존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은 인디게임개발사가 투자를 받거나 개발한 게임을 공급하는 상황도 힘들게 할 것이고 이로 인해 많은 인디게임개발사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다.

더불어, 개발자는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가 중독을 일으켜 사람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부정적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나 개발의욕이 꺾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디게임 개발사의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게임콘텐츠가 양적, 질적으로 줄어들 것이고 건강한 게임 산업 구조에도 악영향을 줘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현재 청소년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게임이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는 의견이 존재하는데,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

작년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창작캠프를 운영하였는데 게임 인식에 대해 설문을 했던 적이 있었다. 어른의 우려와는 달리 학생들은 게임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아이들은 게임을 하면 좋은 점으로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여가시간을 재밌게 보낼 수 있다’는 의견을 줬다. 나쁜 점으로는 ‘시력 저하, ‘거북목 증세 등 건강에 해롭다’, ‘오래 하면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대부분의 아이는 게임을 하면 얻을 수 있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고 어떤 아이는 부모님이 게임을 잘 몰라서 부모님과 게임에 대해 말할 때 답답하다는 말도 했다.

-게임이 청소년 교육에 좋다고 보나.

소프트웨어교육은 2018년부터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되어 현재는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수업이 실시되고 있다. 소프트웨어교육은 컴퓨팅사고를 함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데 목적이 있다.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더라도 그 직업에서 컴퓨터 활용능력이 있다면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다. 게임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디지털 환경에서 표현하고 컴퓨팅사고를 함양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 도구다.

게임 제작 단계와 컴퓨팅 사고의 세부기술들은 너무나 잘 매칭된다. 컴퓨팅 사고의 데이터 분석, 패턴인식, 알고리즘디자인, 추상화, 시뮬레이션의 세부기술은 게임 제작 과정에서 스토리창작, 아트디자인, 로직 설계, 게임 프로그래밍, 게임테스트의 단계와 연결된다. 게임 창작을 통해 아이들은 상상력을 구체화하고 컴퓨팅 사고를 재미있게 경험하고 함양할 수 있다.

-앞으로 게임중독 질병코드가 어떻게 논의돼야 한다고 보나. 

게임중독이 질병코드로 지정되려면 게임, 의료 분야 전문가, 학부모, 아이들 등 사회 전반적인 합의가 충분히 된 다음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단 시행한 다음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때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그 부작용이 어떤 연쇄 반응을 만들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이익보다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긍정적 가치가 사회에 더 많은 이익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과 게임의 부작용을 줄이는 다양한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게임중독 이슈가 더 신중히 다뤄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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