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제공: 포스코 기업 블로그

포스코와 현대제철 사태가 주는 교훈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는 중국을 통일한 뒤 봉건제(封建制)를 폐지(廢止)하고 군현제(郡縣制)를 실시하여 강력한 중앙 집권제를 편다.그러나 전제정치에 백성들이 반발하며 2대 황제때에 이르러 멸망하고 만다, 한(漢)나라 고조(高祖)는 진나라의 멸망 원인이 군현제에 있었다고 보고, 봉건제를 부활시켜 공신들에게 토지를 주어 왕으로 봉한다. 이 때 왕에 봉해진 자들은 태반이 고조와 혈연 관계가 없었다. 후에 이 왕들의 반란이 잇달아 고조는 생각을 고쳐 혈족들을 왕후(王侯)에 봉한다. 이 중에는 수십 개의 성을 가져 궁이나 제도가 황제나 진배없는 왕도 있었다. 황실과 혈족인 것을 기화로 차츰 교만해지고, 황제의 자리를 넘보는 자까지 넘쳐난다. 봉건제의 부활은 굽은 것을 바로잡으려다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굽히고 만 것이다.

공자(孔子)는 '서둘러 가려다 오히려 이르지 못한다/欲速則不達'는 말을 남겼다. 억지로 서두르면 도리어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는 의미다. 자신들의 이익이나 목적 달성에만 급급해 순리와 양식을 버리고 억지로 일을 추진한다면 그 서두름은 도리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법이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다가 지나쳐서 오히려 나쁘게 됨을 일컫는다. 교왕과직(矯枉過直),교각살우(矯角殺牛)가 따로 없다.

요즘 철강업계가 어수선하다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로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편에서는 부산시가 포항시와 철강 관련업계 및 경제단체,그리고 업계 노조들에게까지 시달리고 있다. 최근 전국 지자체는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고로에서 대기오염물질을 불법으로 배출하고 있다며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일부 지자체는 청문절차를 진행중이지만 충남도는 현대제철에 대해 행정처분을 확정했다.

국내에 고로를 가진 철강사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뿐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지자체가 내린 10일간의 조업중단 조치에 대해 “블리더 개방은 화재나 폭발 등 사고방지를 위한 안전조치이며 인근지역에 미치는 환경영향이 미미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업종특성에 따른 맞춤형 정책 집행과 법리해석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블리더는 고로의 압력을 조절하기 위한 안정장치로 일산화탄소 등 배기가스를 외부로 자동 배출해 주는 설비다.

교왕과직 교각살우의 우는 범하지 말자

조업정지 10일이 확정되면 양사는 고로 특성상 실제 3~6개월 이상 가동을 멈춰야 하는 매우 심각한 지경에 봉착하게 된다. 1개 고로가 3개월간 조업을 멈춘다고 가정하면 총 120만톤의 제품 감산에 따라 고로당 8000여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양사는 전국에 총 12개의 고로를 갖고 있다. 이후가 더 문제다. 고로를 재가동해도 현재로선 블리더 개방 외엔 주변 환경을 고려한 기술적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논리의 비약일지는 모르나 가동과 조업정지가 되풀이되면 결국 제철소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조선·자동차·가전 등 국내 주요산업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관련 중소업체들의 줄 도산이 자명해진다. 철강업계 전문가들도 정비를 위한 블리더 개방을 예외규정에 따른 적법한 행위로 이해하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도 독일 등 다른 나라와의 규제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다는 시각이다. 철강협회가 세계철강협회에 문의한 결과 “블리더 개방 과정서 배출되는 소량의 고로 잔여가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특별한 해결방안이 없고, 회원 철강사 어디도 배출량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특정한 작업이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보고도 없다”고 한다. 현재 포스코는 고로 환경설비에 1조700억원, 현대제철은 53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지자체나 환경단체의 입장이 이해가 안된다는 게 아니다. 특히 환경운동연합은 “파렴치한 일들을 벌여온 제철기업들이 아직도 대기오염물질 피해 당사자인 시민들에게 그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 사리에 맞는 조치이고 발언이다. 이들 기업이 조업정지로 인한 손실만을 염두에 둘뿐 지역주민들의 건강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가 맞다. 설령 이들 기업들과 철강협회의 블리더 애기가 변명이라고 해도 무조건 밀어부칠 때는 아닌 듯 하다. 미운놈 떡하나 더주는 심정으로 한발 물러나 생각해보자. 중국 고대 역사가 말해주듯 욕속즉부달(欲速則不達),교왕과직(矯枉過直),교각살우(矯角殺牛)가 떠오른다.

청산강철그룹은 기차당우차방?

최근 스테인리스강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청산강철그룹이 부산지역에 대규모 냉연공장 신설하려는 문제도 그렇다. 포스코 현대제철의 문제와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시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카드다. 공장 신설때 500명의 고용창출을 생각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철강협회와 철강업계는 생각이 다르다, 청산강철그룹의 국내 진출은 국제 무역규제로 인한 열연제품 판로 축소에 대응한 우회수출 거점 및 신규 판매처 확보 의도라는 지적이다,

청산강철의 국내 생산 거점이 현실화되면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업계의 고사는 불보듯 뻔하다. 기존 국내 동종업계(총 고용인원 약 5000명)가동 중단에 따른 대규모 실직사태도 예견된다. 포항시와 포항상공회의소·포항철강관리공단과 그 지역 노동계 대표들은 부산시의 청산강철 국내투자유치 반대 공동성명을 냈다. 지역 이기주의라고 몰아부칠수만 없다. 지금도 중국 등 저가 수입산 냉연강판이 국내 수요의 40%나 잠식한 상황이다. 여기에 청산강철이 진출해 저가열연 사용과 부산시의 세제혜택을 무기로 냉연제품을 대량 판매한다면 어떻게 될까?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열상방언(洌上方言)에 있는 기차당우차방(旣借堂又借房)이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마루를 빌리더니 방까지 빌리려든다는 것이다. 기우(杞憂)로 보기에는 세계철강시장의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두 사안에 대한 결론은 이미 나와 있다. 지금은 국익과 경제가 우선이다. 이를 위한 명분있는 공평하고 공정한 잣대만이 필요하다. 이는 경제활성화가 최우선과제인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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