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 김민영 디자인기자

한국씨티은행 은행장이다. 1984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해 2002년부터 12년 간 부행장을 지냈고 2014년에 은행장에 올라 연임을 거쳐 현재까지 역임 중이다. 2014년 상반기에 적자를 내던 씨티은행을 취임 이후 흑자 전환하고, 순이익을 확대하는 등 경영 실적을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급진적인 디지털 금융화를 내세워 국내은행 중에서 발빠르게 공인인증서 없이 비대면 거래가 가능한 금융서비스를 내놨다. 하지만 이에 따른 무리한 지점 통폐합으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정치권까지 통폐합 철회를 요구하는 등 극심한 잡음을 빚었다.  

1957년 전남 강진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영국 런던 대학교 정치경제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들어갔다가 씨티은행으로 옮겼고, 삼성증권에도 잠깐 몸을 담았다. 한미은행 부행장으로 있던 중 한미은행이 씨티은행에 매각되면서 씨티은행 수석 부행장에 올랐다. 현장 경영을 강조해 직원들과 맛집 순례를 자주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초기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출근 시간에 직원들에게 커피와 도넛을 전달하는 등 직원과의 스킨십을 늘리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씨티은행의 경영실태평가를 연장하면서 국내 철수설, 고액배당 등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어 박 행장의 경영 과제는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영업점 축소에도 올해 1분기 실적은 오히려 하락했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디지털화를 내세운 씨티은행의 전략이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박 행장은 업계 1위인 18억원의 연봉을 받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 박 행장은 하영구 전 행장과 전라남도 동향이면서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무역학과 동문으로 씨티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 시절부터 함께 일해온 하 전 행장의 오른팔로 꼽힌다. 2001년 하 전 행장이 최연소 한미은행장에 있을 당시 박 행장을 직접 임원으로 영입하고 한미은행이 씨티은행에 합병될 때 수석부행장으로 역임했다. 하 전 행장이 14년간 씨티은행의 행장 자리를 지키는 동안 박 행장도 12년 동안 부행장을 연임하며 긴밀한 업무 파트너로서 동고동락했다. 꽤나 끈끈한 인연인 셈이다. 

하 전 행장은 2001년에 씨티은행 행장에 올라 5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무려 14년간 은행장을 역임했다.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나서면서 사임의사를 표명해 박 행장을 후임 행장으로 올렸다. 당시 박 행장이 은행장 자리에 단독후보로 올랐기 때문에 하 전 행장의 자기사람 심어두기라는 비판도 있었다. 씨티은행 행장을 사임하고 2014년부터는 은행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국내 은행권 최초 40대 은행장, 최장수 은행장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전통 금융맨으로, 국제적인 금융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다. 은행연합회 회장을 사임한 지 1년여 만인 올해 3월 미래에셋운용, SK하이닉스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업계 복귀를 알렸다. 

발렌틴 발데라바노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그룹장이자 부행장. 박 행장과 씨티은행의 디지털 금융화를 함께 이끈 핵심 인물로 내부 실세로 알려졌다. 4년 간 개인금융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지점을 통합하고 디지털 플랫폼을 재편해 비대면 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디지털 역량 강화와 자산관리(WM) 비즈니스에 집중해 지난해 고액자산가 고객군 내 운용 자산 규모를 10%가량 증가시킨 장본인이다. 

파나마 출신으로 조지아공과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커리어 전환을 위해 런던경영대학원에서 금융학 석사를, 조지타운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MBA 첫 인턴을 씨티카드에서 경험하고 씨티그룹에 매력을 느껴, 2003년 씨티 글로벌 소비자금융그룹에 입사해 현재까지 15년동안 씨티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4년 11월까지 개인금융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하고 지난 4월 소비자금융그룹장에 올랐다. 졸업 후 10여년 동안 코카콜라사 엔지니어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강정훈

전 씨티은행 부행장. 박 행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옛 한미은행 출신으로 오랫동안 씨티은행을 이끌어왔던 원로급 인사다. 박 행장과는 2001년부터 끈끈한 인연을 이어 왔는데, 서울대 동기로 막역한 사이다.

1985년 한미은행에 입행해 인력개발팀, 전략혁신팀, 재무기획부 등 다양한 부서를 이끌고 2005년부터 인사본부장으로 재직하다 2009년 부행장에 올랐다. 2014년 경영지원그룹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씨티은행-한미은행 간의 인사제도 통합과 점포 축소, 희망퇴직 시행과 보상 수준 등의 노사협의를 이끌어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본사 출신이 많아 상대적으로 젊은 은행으로 꼽히던 씨티은행에서 본사와의 인맥이 전무함에도 10년 가까이 부행장을 역임해 온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최장수·최고참 터줏대감으로 씨티은행을 지켜오던 강 전 부행장은 지난 3월 사임하고 같은 달 유화증권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고객가치센터·고객집중센터

2017년 박 행장은 3개월 동안 134개의 점포 중 90개를 없애는 통폐합 조치를 단행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직원 900여명의 거취를 고민해야 했다. 이에 직원 중 상당수는 직무 재배치를 통해 고객가치센터·고객집중센터로 옮겨져 고객의 전화 문의에 응대하는 콜센터,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텔레마케터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이에 기존에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아웃소싱업체 직원 100여명이 부당하게 해고를 통보받았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씨티은행은 고객센터를 영등포구 문래동 현 위치로 통합이전하면서 올해 2월까지 근무하고 이후에는 퇴사처리 된다는 계약해지 통보를 했다. 예고된 날짜까지 일하고 인수인계하는 사원에게만 퇴직위로금을 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당 내용은 청와대 청원에도 올라왔지만, 당시 씨티은행은 "센터 이전으로 출퇴근 처리가 멀어져 퇴사할 직원이 많을 것으로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은행 측은 해고가 아닌 계약 종료에 따른 사항이라고 밝혔지만, 1년씩 계약을 하는 형태에서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건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다고 보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씨티은행 임직원

씨티은행이 지점장, 부지점장을 거친 간부급 인사를 명예퇴직 대신 고객센터에 배치해 내부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명예퇴직 신청을 하면 1~3년치 급여를 특별위로금 형태로 지급한다. 미국 씨티그룹에 본사를 두고 있는 씨티은행은 명예 퇴직을 위해 본사와 협상을 해야 하는데, 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박 행장이 이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씨티은행의 명예퇴직은 2014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지난 2014년 씨티은행은 경영 악화로 인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는데, 당시 전 직원의 15%인 700여명이 몰려 일부는 반려되고 그중 650여명이 희망퇴직했다. 20년 이상 근무자는 약 6~7억원, 지점장급은 8억원의 위로금을 받아 최대 5년치 급여를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명예퇴직 당시 씨티은행은 명예퇴직금으로 2264억원을 쓰면서 2014년 2분기에 당기순손실 74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그러나 2017년 지점 통폐합 당시 박 행장은 "직원들을 비대면 영업센터로 재배치하되,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본래 업무와 관련이 없는 고객센터 배치는 사실상 퇴직을 종용하는 것인데, 사측에서 대규모 위로금 지급을 피하고자 꼼수를 쓴다고 지적했다. 씨티은행 노조는 "영업점 경력이 20~30년가량 되는 직원에게 콜센터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계획"이라고 비판하며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씨티그룹 

한국씨티은행의 미국 본사. 씨티은행은 지난해 9341억원을 배당했는데 배당 성향은 무려 303.9%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3074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씨티은행의 고액 배당은 매년 지적을 받아왔지만 지난해에도 역시 1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배당을 늘린 것이다. 지난 5년간 씨티은행의 평균 배당성향은 118.6%다. 

천문학적인 배당금은 대부분 미국 본사 씨티그룹에 돌아간다. 씨티그룹은 씨티은행해외투자법인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OIC)'을 통해 한국씨티은행의 지분 99.98%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이익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한편 박 행장은 2017년 영업점 축소로 한국 철수설이 확산되자 배당을 유보하고 한국 시장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은행 내부에서는 씨티은행이 미국 본사의 지침에 따라 움직여야 해서 행장의 권한이 국내 금융지주사 CEO에 비해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 행장이 강단있는 경영 판단으로 강력히 국내 시장 투자를 추진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씨티은행 노조가 고액배당 중단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진행하자 박 행장은 최근 CEO 메세지를 통해 "지난해 실시한 중간배당은 자본 효율화를 위한 일회적인 조치이다. 지속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고액 배당이 없을 거라 예고했다. 하지만 박 행장은 취임 이후 고액 배당 관련 '말 바꾸기'를 계속 해왔던 터라 이 또한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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