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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투자에 대한 주류 투자기관들의 진입이 가속화되면서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임팩트 투자 시장이 걸음마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팩트 투자는 기업의 환경 사회적 가치를 평가해 투자하는 책임투자 전략 중 하나로 인식된다. 사회와 환경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를 펼치는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사회혁신기금, 사회투자펀드 조성, 신용보증기준 및 한도완화 등 사회적경제 특성을 반영한 임팩트 금융 투자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달려왔다.

하지만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임팩트 투자 관련 주요 기금과 펀드는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 주도로 조성되는 3천억원 규모의 사회가치기금과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민간에서는 디쓰리쥬빌리 등을 일부 임팩트 투자기관을 제외하면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반해 글로벌 임팩트 투자 시장은 고속 성장하고 있다. 임팩트투자네트워크 4월 발표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5020억달러(한화 591조원)다. 2015년 70조 원 대비 8.4배 성장했다. 이에 블랙록 등 세계적인 투자기관들은 앞다투어 임팩트 투자 펀드를 조성하거나 별도 사업부를 마련해 투자 포트폴리오에 책임투자와 임팩트 투자를 편입하고 있다.

시장이 커져가면서 교육, 농업, 금융서비스, 환경, 도시, 복지, 여성 등 전방위적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임팩트 투자자들은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비영리단체 등 유형을 가리지 않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투자기관들은 엑셀러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방식으로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임팩트 투자가 금융시장 내에서 상품으로 인식 되고 있는 것은 착한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에 따르면 시장 수익률 이상을 목표하는 임팩트 투자는 전체 투자의 3 분의 2 가량이다. 모험자본과 같은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투자가 나머지 3분의 1을 차지한다. 1세대에 해당하는 임팩트 투자자들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임팩트 투자 수익률은 6.9%이고 1억 달러 이하 작은 규모의 임팩트 투자 펀드의 경우 수익률은 9.5%까지 올라간다.

이처럼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보임에도 국내 주류 투자기관에서는 임팩트 투자를 꺼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7일 미디어SR에 "펀드에 대한 평가 방식이 적절치 않고 기존 펀드보다 수익률이 월등하다는 보장이 없어 피하는 경향이 있다. 고객 역시 이런 류 펀드에 관심이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임팩트 금융 시장의 주류화를 위해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 미국과 같이 기업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임팩트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셜벤처와 같은 상업적 기반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에 있어 기존 법인세 면세로 충족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시장 중심으로 가려면 임팩트 투자 펀드에 법인세 혜택을 부여하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소비자보호연구센터장은 미국의 공익법인 5% 의무지출 규정과 같은 제도 마련을 통해 임팩트 투자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 역시 공익 재단의 편법 상속, 기업지배 등 수단으로 악용된 것에 대한 정책적 대응으로 마련된 5%룰이 생겨 기업 재단이 일회성 기부나 자선 활동보다는 적극적으로 전문성 있는 공익 목적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임팩트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상당 수 기업 재단이 주식 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활동은 저조한 것을 두고 내 놓은 제안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민간 중심의 임팩트 투자 시장이 자리 잡기 위해서 정부가 마중물 성격의 큰돈을 들여 시장에 개입하는 것보다 민간 자금이 유입되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방창균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채 발행과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임팩트 투자자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가 필요하고 사회적 가치 측정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조 단위 자금 조달이 가능할 때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 밖에도 ESG 평가기관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임팩트 투자는 컨설팅 기반 서비스다. 현재의 시장 규모로는 형성될 수 없는 환경이다. 잠재고객을 찾으려면 인덱스 개발은 물론 국민연금이나 정부가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임투자와 임팩트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자본시장의 자본 조달 방식과 유사한 형태로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 등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사회적 거래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캐나다는 증권 거래 기능과 평가 기능을 결합한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세계 최초로 공적인 사회적 증권거래소를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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