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 '넷플릭스·유튜브' 질병화로 이어진다"
"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 '넷플릭스·유튜브' 질병화로 이어진다"
  • 권민수 기자
  • 승인 2019.06.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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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곽성환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 김진욱 스포츠서울 기자. 구혜정 기자

세계보건기구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으로 혼란을 맞이한 게임산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3일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엔스페이스에서 '격동하는 게임시장, 봄날은 오는가' 토론회를 열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의 문제점과 추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이 진행을 맡고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진욱 스포츠서울 기자, 곽성환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게임중독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 입 모았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요소를 갖고 있으면 질병코드를 붙이지 않는다. 약물, 마약, 담배, 술, 도박, 방화 절도 중독 등이 질병으로 분류되고, 낚시, 쇼핑 축구, 골프 등은 '낚시광(狂)' 등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게임은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다. 특히 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은 낙인효과가 있어 더욱 위기의식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중독 질병코드화에 이어 또 다른 문화콘텐츠가 질병으로 지정될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우리 아들딸도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빠져 하루종일 동영상만 본다. 앞으로 동영상 콘텐츠 질병코드화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많은 문화콘텐츠가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모든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분이 연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약 5년간 청소년 2천 명을 대상으로 게임중독에 대해 연구해온 정의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게임중독의 원인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환경적 요인, 특히 부모와의 관계다"라고 강조했다. 

정의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구혜정 기자
정의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구혜정 기자

정 교수는 중국과 한국에서만 게임중독 청소년이 유난히 많은 현상을 '입시문화'로 풀어냈다. 대학입시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면서 청소년은 학업 스트레스를 크게 받고, 부모는 청소년에게 과도하게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은 스트레스를 풀 곳이 필요한데, 한국에는 청소년이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결국 게임에 과몰입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청소년 게임 과몰입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모가 자녀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자녀와 약속한 것을 먼저 지키는 등 적절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3일 미디어SR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부모를 대상으로 게임을 이해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뤄졌는데 규모가 크지 않아 두드러지게 알려진 것은 없다. 이런 것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게임을 하지 않는 부모와 청소년의 간극이 크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진욱 스포츠서울 기자는 "부모는 학업의 대척점을 게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학생도 유희를 즐겨야 한다. 인간이 살면서 유희를 즐기지 않는 것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 게임을 잘 모르는 학부모들은 당연히 청소년을 제어할 수밖에 없고, 갈등은 결국 가정의 불화까지 간다"고 말했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의학계가 게임중독 질병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학적으로 병을 진단할 때 기준을 가지지 않나. 하지만 현재 의학계의 기준은 모호하다. 우리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WHO가 정한 게임중독 기준은 게임 통제력이 약하고,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며, 다른 개인, 가족, 직업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해야 하며 12개월 이상 지속해야 한다.

더불어 곽성환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은 "게임중독 질병코드 지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인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흥원도 여러 연구를 진행 중이다. 게임문화를 확산하고 나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여러 부처와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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