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포스터 / 사진. tvN제공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스태프들의 주52시간 근무와 표준 근로계약서 체결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기생충'의 배급을 받은 CJ ENM에서 지난 1일 첫 방송된 드라마 '아스달연대기'의 상황은 너무도 다르다.

지난 달 31일 희망연대노조 측은 '영화 '기생충'에는 있고 드라마 '아스달연대기'에는 없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스달연대기' 스태프는 브루나이 해외 로케 당시 연속 7일간 총 151시간 30분에 달하는 노동을 견뎌야 했다. 하루로 따지면 최저 17시간부터 최고 25시간에 이르렀다. 현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해가 다 진 상태에서 40분간 카누 운행을 강행했고 무리한 촬영으로 스태프가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아스달연대기'의 촬영 현장은 계약서 작성도 없고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68시간 노동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다. 스태프가 나서 연일 계약서 작성과 노동시간 준수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CJ ENM측은 묵묵부답이다.

'아스달연대기' 스태프의 혹사와 관련된 질문은 송중기, 장동건, 김옥빈, 김지원 등 주연배우들이 참여한 제작발표회 현장에도 나왔지만, CJ ENM 측의 대응은 "이미 공식입장이 나갔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지난 4월부터 제기된 연장근로 등의 논란에 대해 CJ ENM 측이 "일부는 사실이 아니고 미진한 부분은 개선하겠다"라는 입장을 낸 바 있고, 이날 역시 그 입장의 뒤로 숨은 셈이다.

희망연대노조 측은 "CJ ENM과 계열사인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9월 마련한 68시간 제작가이드라인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라며 "방송제작 현장 스태프들이 여전히 살인적인 노동환경과 노동자로서의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데, 영화는 되고 드라마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CJ ENM의 대답을 이제는 듣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측과 희망연대노조 측은 이와 관련된 CJ ENM측의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하고 있고, 공식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CJ ENM측과 면담 날짜를 조율 중에 있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3일 미디어SR에 "통상 드라마는 방영일자와 촬영일자가 겹치는 형태인 반면, '아스달연대기'는 사전제작 드라마라 이미 지난 해 9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촬영을 마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태프의 노동강도가 높았던 이유는 프리 프로덕션(사전준비)의 단계가 짧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기생충'의 경우, 프리프로덕션에서 동선 등 디테일한 부분을 이미 다 정해놓고 촬영만 진행하면 되었던 반면, '아스달연대기'의 경우 프리프로덕션에서 준비된 것이 거의 없다보니 촬영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또 희망연대노조 측은 "연출자 개인의 촬영 성향도 이 문제를 좌우한다고 본다"라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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