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 박경 / 사진=KQ엔터테인먼트

박경이 새 싱글 ‘귀차니스트’로 돌아왔다. 음악과 예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박경은 생생한 악기의 소리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현실적인 가사로 리스너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밴드 음악에 푹 빠졌다는 그가 만들어낸 음악은 상상 그 이상이다. 가사와 곡의 기승전결이 맞아떨어지는 박경의 ‘귀차니스트’는, 블락비와는 또 다른 세계를 가진 그의 음악적 지향점을 가장 잘 보여준다. 자유로움이 곧 음악의 원천이라 말하는 박경은, 듣기 좋은 음악을 하고 싶은 대로 만들어낼 줄 아는 훌륭한 싱어송라이터다.

Q. 신곡 ‘귀차니스트’를 들어보니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재즈 멜로디가 잘 어우러졌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박경:
정말 만족스러워요. 요새 밴드 음악에 빠져있어서 공부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악기를 사용할 때에도 장면들을 생각하며 했어요. ‘바람이나 쐬볼까’라는 대목 이후 색소폰 솔로 연주가 나오고, 그 연주가 꺼지면 ‘태생이 게으른가봐’라는 가사로 이어지거든요. 바람 쐬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고 ‘난 게으른가봐’로 결론을 맺는 이미지들을 떠올렸어요. 이렇게 가사의 기승전결과 곡 구성의 기승전결을 많이 생각하며 만든 곡이에요.

Q. 제목이 ‘귀차니스트’예요. 노래 흐름도 제목에 충실하다는 느낌인데.
박경:
어느 날 자다 깨서 소파에 앉았는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은 거예요. ‘귀차니즘’이 큰 날이었는데, 이런 감정을 가진 분들이 꽤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사와 노래로 풀어내면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죠.

Q. 원래도 노래를 만들 때 공감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인가요.
박경:
그러는 편이에요. 저는 사랑 노래도 가공된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보통 제가 곡을 만드는 방식이,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 나오는 소소한 이야기를 캐치하거나 혹은 컴퓨터 메모장을 켜놓고 눈 감은 채로 타자를 막 치는 거예요. 어떤 상황을 떠올리고, 그 상황에 빠져든 상태에서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와 말들을 써보는 거죠. ‘자격지심’은 더블 데이트를 하는 상황을 떠올린 뒤 상대 남자가 너무 잘났을 때 여자친구가 걔를 좋아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하며 썼어요. ‘귀차니스트’는 몸이 무거워서 게으른 상태를 어떻게 표현해볼까 생각했고요. 엄청난 몰입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Q. ‘귀차니스트’는 풍성한 밴드 사운드도 특징적인 곡 같아요. 밴드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박경:
일전에 페퍼톤스 공연을 본 적이 있어요. 라이브 무대였는데, 밴드 음악이 참 좋더라고요. 최근에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마지막 콘서트를 보고 멋지다고 느꼈는데, 그러다보니 밴드 음악에 관심이 가게 됐어요. 주위의 조력자 분들이 도와주고 계시는데, 밴드 사운드가 앞으로의 제 음악 행보에 영향을 줄 것 같아요. 나중에 책임질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직접 밴드도 꾸려보겠지만, 일단은 제가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만 하려고 해요. 기존 팀에 피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블락비 박경 / 사진=KQ엔터테인먼트

Q. 그동안의 노래들은 피처링이 있었는데, 이번 곡은 오롯이 박경의 목소리만 담긴 솔로곡이에요.
박경:
최근에 제가 무대를 했는데, 한 노래에서 제가 부르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건 제 목소리를 들으러 온 분들께 실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제 목소리로 전반적인 곡의 무드를 살리려 했어요. 그리고 곡을 흥얼거리다보면 노래가 이어지는 포인트도 있거든요. 가성으로 부르는 멜로디도 예쁜 부분이 있어서, 그런 방식으로도 음을 채우는 것 같아요.

Q. 보통 힙합 음악은 비트가 강렬한 게 특징인데, 박경의 노래는 악기가 들려주는 생생한 소리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요.
박경:
리얼한 악기 소리를 좋아해요. 스트링이든 브라스든, 실제로 연주하는 악기 음악을 들을 때의 그 질감이 좋다고나 할까요? 가상의 악기보다는 리얼한 악기를 선호하게 돼요. 음악에 쓰는 돈은 절대 아끼지 말자는 주의거든요. 그래서 세션비가 두 배로 들더라도 수정할 건 수정하고 투자해야 할 부분엔 확실하게 투자하고 있어요.

Q. 음악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만큼 후배 양성에도 관심이 있을까 싶어요.
박경:
이번 ‘귀차니스트’는 빈터눈(VINTERNOON)이라는 친구와 함께 한 건데요, 이 친구는 제가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찾아냈어요. 정말 실력이 좋은 기타리스트여서 SNS를 통해 연락해서 함께 작업하게 됐죠. 그 친구가 기타리스트지만 건반도 잘 치고 색소폰도 불거든요. 그런 친구가 잘 돼야 하는 것 같아요. 그 친구는 저를 통해 메이저 신에 대해 배우고 엔지니어링과 믹스, 마스터를 배울 수 있고 저는 그 친구의 음악을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창구를 열어주는 거잖아요. 이런 시너지가 좋더라고요. 저는, 음악에 대해서는 한 곳에만 머물러 있지 않으려 해요.

Q. 새로운 인재와도 협업을 하고 음악에는 돈도 아끼지 않고, 이렇게나 음악에 열정을 갖고 있는 박경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이런 노력을 모르고 예능적인 모습만 알고 있죠. 그런 부분이 억울하게 느껴지진 않을까요.
박경:
정말 많은 분들이 음악에 힘을 쏟고 있고 좋은 음악들을 만들고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많죠. 저 정도면 정말 감사한 환경이라 생각해요.

Q. 예능 활동이 박경이라는 연예인을 대중에 확실히 알리게 한 창구인 건 확실해요. 이를 확대할 생각은 없나요.
박경:
제게 맞는 옷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예전에는 어떤 프로그램이든 일단 나가서 저를 알리고 싶었지만, 요즘에는 제게 맞지 않는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누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기획안을 받으면 제가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앞서요.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이미지로 비쳐질지도 생각하죠. 지금 하고 있는 ‘문제적 남자’와 라디오 DJ는 제게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반대로는, ‘출발 드림팀’이나 ‘정글의 법칙’ 같이 몸을 써야 하는 프로그램은 낑낑대다 끝날 것 같고요(웃음).

블락비 박경 / 사진=KQ엔터테인먼트

Q. 이번 ‘귀차니스트’의 작업 기간이 길다고 들었어요.
박경:
‘예스터데이’(Yesterday)를 일주일 만에 만들었는데, ‘귀차니스트’는 11개월 정도 걸렸어요. 작년에는 건강 상의 문제도 있었고 기분도 좋지 않아 음악을 놓고 있었거든요. 음악이 나오지 않을 땐 아예 하지 말자는 주의여서요.

Q. 음악이 나오지 않는 슬럼프를 극복하는 것도 가수로서 중요한 부분이 되겠네요.
박경:
저는 작업이 될 때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작업하다가 막히면 아예 하질 않아요. 그 동안은 그냥 제 삶을 사는 거죠. 친구도 만나고 TV도 보면서 곡 작업에 대해 전혀 생각 않다가 흥얼거리는 몇 구절로 작업할 때도 있고. 그리고 저희 회사가 창작을 강요하는 회사는 아니거든요. 나오면 내는 거고 못 나오면 그냥 두는 거죠. 그 덕에 이런 효율을 찾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작업하다 막힐 때면 팀 노래나 다른 듀엣 곡을 작업하는 것처럼 다른 결의 음악을 하면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편이에요.

Q. ‘박경’이라는 연예인은 뛰어난 아이큐 때문에 천재과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음악적으로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보면 천재보다는 노력파 같기도 하고.
박경:
그냥, 저는 제 자신을 믿는 타입이에요. 남의 얘기는 잘 안 듣고요, 확실하게 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그게 제 장점이죠. 제가 하는 음악이 좋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거든요. 그래서 음악도 하기 쉬운 것 같아요.

Q.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을 만드는 만큼, 발표와 동시에 대중의 반응과 노래에 대한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와요. 그에 대한 타격이나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는 부분은 없을까요.
박경:
‘내 음악과 취향이 안 맞나 보다’라는 정도로만 생각해요. 제 음악의 모티브는 ‘듣기 좋은 음악을 하는 것’이라서요. 음악은 장르도 여러 갈래고 가사나 악기 등 여러 가지 구성 요소가 많아요. 그런 것들을 잘 모아서, 들었을 때 딱 좋은 느낌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저는 제 음악에 자신이 있어서 크게 개의치는 않아요. 음원 차트 역시 팬덤이나 예능 출연 등 순위를 결정짓는 요소가 많이 때문에 종잡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Q. 이제 만 8년차의 가수예요. 솔로로도, 블락비라는 그룹으로도 여러 활동을 해왔죠.
박경:
과분했던 시간이에요. 제가 너무나도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요. 과거를 돌아보면 소중한 걸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활동하면서 블락비 때의 영상을 보는데, 그 당시에는 스케줄이 많으니까 졸려서 매니저가 이끄는 대로 정신없이 다녔거든요. 많은 팬들이 저희를 보러 오고 여러 스태프 분들과 밴드 분들이 저희를 다 도와주셨는데, 그 당시엔 그런 것들을 깨닫지 못했어요. 한 발짝 떨어져서 보니 이제야 소중함을 크게 느꼈어요.

Q. 그 소중함을 느끼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박경:
혼자 활동하게 됐기 때문이에요. 완전체 활동이 작년에 마무리 됐거든요. 아무래도, 혼자서 활동하면 그 규모가 작아질 수밖에 없어요. 눈앞에서 제가 느끼는 규모나 반응이 달라진 만큼 여러 가지를 느끼게 됐어요. 팀이 아닌 제 개인 활동을 보러 와주는 분들께도 큰 감사함을 느꼈고요. 박경 자체를 좋아하니까 와주신 거잖아요. 오랜 관계로 지속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예능 프로그램 ‘문제적 남자’에서 활약 중인 블락비 박경 / 사진=tvN

Q. 박경의 개인 팬덤 구성에는 예능 ‘문제적 남자’의 역할도 컸을 것 같아요.
박경:
인지도가 가장 크게 바뀌었어요. 4년째 출연 중인데, 방송이다 보니 나이 많은 분들도 이젠 저를 많이 알아봐주세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도 그 예능을 하면서 형님들과 친분을 쌓다보니 전보다 많이 차분해지고 얌전해졌어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팬들도 ‘떼창’보다는 차분하게 공감해주고 노래를 감상해주는 느낌으로 바뀌셨더라고요. 팬들이 가수를 따라 성향이 많이 달라지는구나 생각했죠.

Q. 아이돌로서 그룹 활동을 할 때와 솔로로서 혼자 움직이는 지금이 많이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박경:
생활패턴은 지금도 바빠요. 라디오를 고정으로 출연 중인데, 그 덕에 삶의 패턴이 달라졌어요. 원래는 자고 싶으면 자고 눈 떠지면 일어나는 식으로 지냈는데, 이제는 밤 9시마다 라디오 생방송을 하다 보니까 목소리 관리도 하게 되고, 시간을 패턴화해서 체계적으로 쓰게 됐어요. 덕분에 마음은 더욱 여유로워졌죠. 공부도 하게 됐고요. 라디오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영감을 얻는 부분도 있고 많은 음악을 듣게 돼서 공부도 되거든요. 배우는 것과 얻는 게 많아요.

Q.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데, 허세가 없는 편 같아요.
박경:
원래 허세가 있는 음악이나 무거운 걸 안 좋아해요. 그래서 예전에 랩을 할 땐 허세가 없는데도 ‘내가 최고다’라고 생각하고 노래해야 해서 힘들었어요. 요즘엔 그런 걸 하지 않아도 되니까, 정말 편하게 하고 있죠(웃음).

Q. 지코가 팀을 탈퇴하면서 블락비라는 그룹의 정체성도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요. 프로듀싱을 맡은 사람의 입장에서 그룹의 음악적 방향에 대해 묻고 싶어요.
박경:
사실, 제가 만드는 음악은 제 색깔을 블락비에 입히는 것뿐이에요. 블락비 이미지에 맞춰서 작업을 한다거나 하진 않거든요. 제가 ‘그냥 만드는’ 거니까요. 멤버들끼리 신뢰가 있어서 어떤 곡을 들고 와도 좋아해주기 때문에, 하나의 색이 아닌 여러 색의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블락비 박경 / 사진=KQ엔터테인먼트

Q. 이번 신곡 ‘귀차니스트’도 박경 표 음악의 한 갈래 같아요. 어떤 음악을 하고 싶다는 계획이 있을까요.
박경:
다른 분들이 ‘네 노래는 듣기만 해도 네가 쓴 건지 알겠다’고 많이들 말해줘요. 그만큼 제 색깔이 확고해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비슷한 노래만 하나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주제나 가사, 악기, 멜로디를 짜는 방식 등을 늘 고민하고 있어요. 비슷해지긴 싫거든요. 하지만 저라는 사람이 가진 중심이 강하기 때문에 늘 제 색이 담겨있긴 해요. 저만 가진 발성도 있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전작과 차별화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요. 가진 것에 한계가 있지만 새로운 창작물을 계속 만들고자 해요. 거기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Q. 새로운 창작물에 대한 욕심으로 재즈의 느낌을 신곡에 넣어본 걸까요.
박경:
이번엔 힘을 빼고 싶은 생각이 컸어요. 음원차트를 저격할 만한 곡을 만들 땐 하나의 라인을 계속 반복시켜서 뇌리에 박히게끔 하거든요. 중독성을 높이는 거죠.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흘러가게끔 만들어봤어요. 장르만 재즈를 차용하고 멜로디는 하고 싶은 대로 넣었고요. 박자도 뭐랄까, 노래도 아니고 랩도 아닌 느낌이에요.

Q. 창작의 원천이 ‘자유로움’인 걸로 느껴져요.
박경:
맞아요. 하고 싶은 대로.

Q. 그러면 스트레스는 확실히 덜할 것 같네요.
박경:
스트레스 없이 음악을 할 수 있는 방식을 알게 된 거죠. 자유롭게 음악을 하기 위해 여러 방송들도 하고요. 일전에 제가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세로토닌 도파민의 수치가 현저히 낮았어요. 그래서 제가 무력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소속사와 재계약 전후에 그랬는데, 그런 것들을 되돌리고자 영양제를 먹어서 많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저를 믿어주는 회사가 든든히 있기 때문에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마음이 놓이기도 했고요. 미래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Q. 박경이 그리는 ‘미래’란 어떤 걸까요.
박경:
저는 생각보다 계획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방향성을 갖고 가는 중이고요. 이전에 제가 ‘토크 라이브’ 느낌의 팬미팅 행사를 가졌었는데, 팬미팅이라기엔 곡이 많고 콘서트라기엔 곡이 적었거든요(웃음). 그런 공연을 ‘브랜딩’시키고 싶다는 계획이 있어요. 규모도 점점 늘려가고 싶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을 보러 와주셨던 분들이 다시 오실 수 있게끔, 또 새로운 팬 분들도 오실 수 있게끔 많은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그 공연이 저의 큰 줄기가 될 수도 있겠죠? 그렇게 중심을 갖고 있다 보면 신곡이나 가수로서의 제 자신을 노출할 수 있는 기회도 충분히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