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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사회적 책임 활동의 일환으로 책임투자에 나서겠다며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고 적도원칙을 도입하고 있으나 정작 알맹이는 없고 홍보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자본 확충을 위해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한 하나은행은 조달 자금을 사옥 건립에 사용했다. 지속가능채권의 발행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다. 지속가능채권은 조달 자금을 환경과 사회 문제 개선으로 사용 용도가 제한된다. 사옥 건립에 활용하려면 영향력 평가를 통해 분명한 환경 또는 사회적 효용이 있어야 함에도 일반 채권과 다름없이 사용된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용도를 정해놓고 발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금융의 사회적 책임 실천 관점에서 봐달라"고 전했다.

지속가능채권 발행인은 발행 과정에서 외부 검증기관 인증을 받아야 하고 채권 인수인에게 주기적으로 보고를 해야 하는 등 부수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기관들이 지속가능채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책임투자 행보가 아니라 외생적 요인이 크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한 채권발행 담당자는 미디어SR에 "블랙록 등 글로벌 거대 자산운용사들이 별도로 지속가능투자 팀을 운영하면서 책임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늘려가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발행하는 경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이 책임성을 갖추기 위해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책임투자와 관련해 주식 쪽은 어느 정도 지침이 있으나 채권 분야는 전혀 없다. 지속가능채권과 관련해 자금 조달에서 청산까지 프레임워크 전반에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가 포함될 수 있도록 관리 지침과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적도원칙을 도입한 금융기관에 대한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2015년 SC제일은행, 2017년 산업은행이 도입을 마쳤고 최근 신한은행이 적도원칙을 도입하기로 했다. 적도원칙은 금융기관의 투자 및 지원 대상 프로젝트의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환경,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준수해야 할 10개 행동 원칙을 말한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석탄화력발전소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파리기후협약 등 친환경에너지 확대 정책에 역행하고 적도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미디어SR에 "지속가능채권 발행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진정성 있는 책임을 져야 한다. 산업은행과 같은 공적 금융이 금융권에 줄 수 있는 메시지가 크다. 석탄화력발전 부문 투자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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