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행복나눔재단의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 사진. 구혜정 기자

SK그룹 주요 재단으로는 행복나눔재단, 한국고등교육재단, 플라톤 아카데미를 꼽을 수 있다.

행복나눔재단은 2006년 창립해 1대 이사장은 조정남 당시 SK텔레콤 부회장이며, 이후 2008년에는 김신배 SK 전 부회장이 2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2009년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씨가 3대 이사장에 취임했고, 지금까지 줄곧 최기원 이사장 체제로 꾸려지고 있다. 총수 일가의 일원인 최기원 이사장은 SK그룹의 지분을 7.27% 보유한 2대 주주로 국내 여성 부호 톱5로 손꼽히고 올해 중국 경제매체 후룬이 발표한 2019년 세계 갑부 순위에서 자산 1조 5972억원으로 1806위에 이름을 올린 억만장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기원 이사장은 그룹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2018년 공시자료에 따르면, 최기원 이사장은 상임직에 있으며, 이외에도 김용갑 이사가 상임직에 있었다. 김용갑 이사는 계열기업 임원으로 직전 5년 안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일종의 특수관계인으로 볼 수 있는 셈인데 지난해까지 재단 총괄본부장으로 있다 올해에는 임기가 종료된 상태다. 올해 3월 SK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염재호 이사 역시 지난해 까지 이 재단의 이사직에 있었으나 올해는 임기가 종료된 상태. 이들의 뒤를 이어 이사직에 오른 인물은 김용학 연세대학교 총장, 이필진 고등과학원 부원장이다.

이외에도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김교태 삼정 KPMG 회장 등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명단 및 경력은 재단 홈페이지에 기재되어 있다. 다만 회의록 공개는 홈페이지 상에서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1974년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설립했고, 지난 1998년부터는 줄곧 최태원 SK회장이 이사장 직을 맡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비상임 이사로, 공시자료에 따르면 유일한 특수관계인이다.

최태원 회장 이외에는 김용학 연세대학교 총장, 남익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신석민 서울대 화학부 교수, 백상현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윤병남 서강대 사학과 교수, 윤세리 법무법인 율촌 명예 대표 변호사,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이사직에 올라있다.

이 재단 역시 지난 해까지 염재호 전 고려대학교 총장이 이사직에 있었으나 올해는 물러난 상태다. SK그룹 사외이사 선임과 무관하지 않다. 염재호 이사는 최태원 회장과 신일고·고려대 선후배 관계로 친분이 두터우며,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 출신이기도 하다. 염 이사 외 이재열 서울대 교수 역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장학생 출신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고등교육재단은 학계를 주름잡는 다수의 인사들이 이 재단의 장학생 출신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재단은 당초 이사회 명단을 홈페이지 상에는 공개하지 않다 미디어SR이 취재 중이던 5월 29일자로 공개 됐다. 앞서 재단 관계자가 "공시 자료에는 이사회 명단이 모두 공개되어 있고 대다수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학계 인사다"라고 밝힌 것처럼 대다수가 학계 인사로 구성되어 있는 이사회다.

재단 측은 당초 홈페이지에 이사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 혹여나 이 부분 때문에 (재단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현재 홈페이지 개편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해명했고, 29일자로 홈페이지에는 이사회 명단 공개가 이뤄졌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역시 이사회 내 의사 결정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회의록 공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관계자는 "홈페이지가 사업 운영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그 외의 것들을 올릴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익법인의 이사회 의결은 모두 주무관청 승인을 받게끔 되어 있는터라 감추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사회 내의 윤리규정과 관련해서는 "국내 공익법 상 정관에 이사회 운영에 관한 법률이 있고 이에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최태원 SK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2010년 설립된 플라톤 아카데미는 연세대 김상근 교수가 주축이 된 재단으로, 김 교수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강의한 르네상스 창조경영이 경영인들 사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이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 최창원 씨가 맡고 있다. 2018년 공시자료에 따르면, 최창원 씨는 재단의 유일한 특수관계인이다. 이외에도 강신장, 허기호, 안용찬, 윤석민, 조성택, 박진원, 조근호 씨 등이 이사 및 임원직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플라톤 아카데미 역시 재단 홈페이지 상에는 이사회와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이와 관련, 재단 관계자는 "전화로 답하기 어렵다"는 답을 전했다.

SK 산하 재단을 취재한 결과, 재단 측은 홈페이지 상에 이사회의 프로필 및 회의록, 윤리규정 등의 기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며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을 했다.

실제 국내 공익법인과 관련된 법률에서 이사회 명단의 공개나 회의록, 윤리규정의 공개를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세금 혜택을 받는 공익법인의 경우 정보공개는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선진국 재단의 인식과 비교했을 때, 국내 손꼽히는 대기업 산하 공익법인의 미진한 인식이 아쉬울 따름이다.

법이 모든 것을 강제해야 할 필요성 역시 없다. 이와 같은 방식은 무엇보다 재단 내부에서의 반발이 심하다. 한 재단 관계자는 "국가 법률이 재단 운영에 촘촘한 부분까지 관여를 하게 된다면 공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재단들이 자칫 법망만 피해가겠다는 소극적이고 관료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쉽다"라며 "국가는 민간에서의 재단들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고, 또 그런 상황에서는 재단이 자체적으로 투명성과 건전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단 내 모든 주요한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이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재단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립하는 기초적인 작업이다. 특히 SK 재단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가장 열띠게 강조하는 재벌 총수다. 그런 최태원 회장 및 총수 일가들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의 지배구조 투명성 및 건전성에 대한 인식이 미진한 것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자아낸다.   

[기업과 재단, SK 편①] 한눈에 보는 SK재단
[기업과 재단, SK 편②] 학술·인재양성·사회적 가치로 연결되다
[기업과 재단, SK 편③] 투명성 위한 기초작업 미진
[기업과 재단, SK 편④] 사업 간 연관성有...사회 공헌 '큰 그림'
[기업과 재단, SK 편⑤] 공시 투명성 훌륭한 SK재단
[기업과 재단, SK 편⑥] 티앤씨재단, "김희영 이사장은 SK그룹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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