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에게 거는 기대

상서(尙書)는 공자(孔子)가 요(堯)임금과 순(舜)임금 때부터 주(周)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정사(政事)에 관한 문서를 수집하여 편찬한 책이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으로 20권 58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태서(泰誓)편에 보면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아들인 발(發)이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정벌하기에 앞서 군사들을 모아 놓고 훈시한 내용이 있다.

~전략/그대들은 바라건대 나 한 사람을 도와(爾尙弼予一人)/영원히 온 세상을 맑게 하시오( 永淸四海)/ 때가 되었으니 잃어서는 아니되오(時哉不可失). 기원전 1046년 발은 무희 달기(妲己)와 함께 놀아나면서 폭정을 일삼던 은나라 30대 주왕(紂王)에 대항하여 주변 800명 이상의 제후를 규합해 군사를 일으킨다. 강태공(姜太公)을 군사로 삼아 4만5천의 병력으로 은나라를 멸망시킨다. 핵심은 마지막 문장으로 ‘한 번 밖에 오지 않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시불가실(時不可失)다. 아버지의 유언을 이룬 발은 이후 제위에 올라 중국땅을 다스리게 된다. 그가 주나라 무왕(武王)이다.

그는 형제와 장군들의 많은 제후국을 세웠고 중국 역사에서 가장 오랜기간인 790년간 이어지는 나라의 틀을 닦는다. 춘추 시대에 이르기까지 주나라 황실의 정통성을 인정받았다.

유교에서는 그를 이상적인 지도자로 평가한다. 맹자는 은나라를 멸한 그를 천명이 떠났을때의 역성 혁명은 찬탈이 아니라 정당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세계 4대문명의 하나인 중화문명도 주나라 시대때 많은 발전이 이루어진다. 소가 끄는 쟁기와 철기 그리고 석궁(石弓)과 기마술이 이때 도입되었다. 대규모 관개와 수리시설의 설치도 이루어져서 화북 평야의 농업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상업이 발전되었고 인구와 도시가 늘어났으며, 화폐의 필요성이 증대된 시기다. 젓가락 사용도 이때부터다. 당시 아시아의 패러다임을 바꾼 게임체인저가 주나라 무왕이다.

사회적 책임에도 게임체인저는 필요

피터 피스크 교수는 저서 게임체인저에서 ’게임체인저는 파괴적,혁신적 아이디어를 고객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지성과 상상력으로 가능성과 기회를 찾아낸다. 심지어 사람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것마저 바꾸기도 한다‘고 정의했다. 올 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총괄부회장은 3년 만에 열린 그룹 통합 시무식에서 “(현대차그룹은) 더 이상 자동차 제조업의 추격자가 아닌, 시장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게임체인저를 경영의 화두로 던진 것이다,글로벌 자동차 시장 5위인 현대차그룹이 이젠 패스트팔로워를 지나 패스트무버를 넘는 게임체인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물론 주변 상황은 녹록치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장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부문에서 5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경제성장 둔화와 경쟁 심화 등으로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진행되고 있는 격렬한 변화의 조짐도 만만찮아 보인다. 인공지능(AI), 5G,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로봇 등 첨단기술이 결합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구글이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우버와 리프트가 공유자동차 서비스의 영역을 개척했다. ‘카마겟돈(carmageddon)’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카마겟돈은 성경에 나오는 인류 최후의 전쟁터 ‘아마겟돈’과 자동차를 합친 말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이런 절박한 상황 인식과 위기감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만 해도 국내에선 구조조정을 꿈도 꾸지 못한다. 노조가 사사건건 몽니를 부려 미래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많다. 한편으로 규제와 기득권의 장벽도 간단치 않다. 노조와 부딪치고 규제에 막히며 기득권에 포위당해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이런 와중에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22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명실상부한 현대차그룹 대표 자리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하지만 사실상 정의선 부회장 시대의 개막선언이다. 게임체인저를 천명한지 3개월만이다.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도전

현대차는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90 등의 ‘신차 효과’에 힘입어 1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1분기 영업이익이 824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1% 증가했다. 매출액은 6.9% 늘어난 23조9871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9538억원으로 30.4% 올랐다. 노조와 증산합의로 올해 하반기부터 팰리세이드를 북미에 수출할 계획이다.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으로 수출까지 감당하기는 아직 버거워 보이지만 조짐이 좋다.

1년 넘게 발목을 잡았던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도 임박했다. 지난 3월 말 열린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현대차그룹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완승을 한 덕분이다. 지배구조 개편안이 주주 동의를 얻게 되면 본격적인 ‘정의선호’의 출범이다. 정 수석총괄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지난 22일 서울에서 열린 칼라일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투자자들과 현대차그룹 등 모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수석총괄부회장은 올 시무식에서 이미 투명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이사회의 다양성, 전문성, 독립성을 강화하고 주주와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신뢰를 구축해 주주가치와 고객가치를 극대화 한다고 했다.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및 일자리 창출등 사회적 책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개인적 욕심일지 모르나 정 수석총괄부회장이 진정한 게임체인저가 되기를 원한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선도했으면 한다. 현대가(家)는 하면 한다는 뚝심과 배짱의 DNA가 있으니까. 그러면 경제난에다 일부 재벌기업들의 작태에 배신감만 쌓여가는 국민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리라 믿는다.

이쯤되야 크게 웅비(雄飛)할 기회를 보기 위해 3년간 날지도 울지도 않았다(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는 춘추시대 초(楚)나라 장왕(莊王)의 혁신적 개혁을 위한 사전 포석의 고사도 무색해질것 같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라.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아 나가야 한다”“무슨 일을 시작하던지 된다는 확신 90%와 반드시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 외에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단 1%도 가지지 않는다”고 강조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정의선 수석총괄부회장에게서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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