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5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의 게임전시회 지스타 현장 모습 제공:G-STAR 2018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것에 게임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27일 게임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게임중독이 질병코드로 지정되면서 '게임은 나쁘다'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것이 가장 우려된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 산업에 인재가 모이지 않게 되고 결국 게임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B위원회는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게임이용장애는 통상 게임중독으로 불린다. WHO는 게임 통제력이 약하고,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고, 부정적인 결과에도 게임을 지속하는 경우를 게임이용장애라 지정했다. 다른 개인, 가족, 사회, 직업적 기능을 해칠 만큼 심각해야 하며 최소 12개월 이상 지속해야 한다. 

이에 국내 게임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25일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더불어 국내 도입 반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질병코드 지정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며,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 강조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27일 "게임중독이 질병이 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현재 게임이 정신장애를 유발한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질병으로 일단 지정하고 상세한 논의를 하자는 것은 환자에게도, 산업에게도 부적절하다.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등 국내 게임업체도 SNS를 통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는 24일 게임은 취미생활, 즐거운 놀이, 하나의 문화일 뿐 질병이 아니라는 의미의 게시물을 올렸다. 

게임업계는 게임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2월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게임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중독이 질병코드로 지정될 경우 국내 게임업체 매출이 2023년 1조 7,245억원, 2024년 3조 4,021억원, 2025년 5조 402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 코드 지정 이전 산업 규모보다 11~30% 위축되는 것이다. 

협력단은 "질병코드 지정에 따라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때 게임산업이 가진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부당하게 게임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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