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直說後談]삼성...그리고 爲楚非爲趙(위초비위조)
[김병헌의 直說後談] 삼성...그리고 爲楚非爲趙(위초비위조)
  • 김병헌 전문위원
  • 승인 2019.05.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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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그리고 爲楚非爲趙(위초비위조)

‘曲突徙薪無見澤(곡돌사신무견택)/焦頭爛額爲上客(초두난액위상객)/爲楚非爲趙(위초비위조)/爲日非爲韓(위일비위한)’(굴뚝을 구부리고 섶을 치운 이는 혜택이 없는데/머리를 태우고 이마를 덴 이가 상객이 되었구나/초(楚)를 위한 것이지 조(趙)를 위한 것이 아니네/일본을 위한 것이지 한국을 위한 것이 아니네).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뒤 미즈노 기치타로(水野吉太郞) 변호사의 수첩에 기록한 친필 내용이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한 이유를 중국고사에 비유했다.

앞 두 문장은 중국 한서(漢書) ‘곽광전(藿光傳)’에 나오는 내용이다. 굴뚝을 구부려 놓고 굴뚝 가까이에 쌓아 놓은 섶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다’는 뜻이다. 화근을 미리 없애 재앙을 예방한다는 의미다. 뒤 두 문장은 안 의사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토라는 섶을 치워 한국이라는 굴뚝에 불이 나지 않도록 하였고 나아가 동양이라는 하나의 가옥을 태우지 않도록 했다는 말이다. 일본 오사카 마이니치신문 1910년 2월22일자 7면에 ‘안중근의 필적’이란 제목으로 실려있다. 여기서 안의사는 '위초비위조'를 다분히 반어법적 표현으로 썼지만 실제 의미는 다르다. 겉으로는 이것을 위하는 체하면서 실제로는 다른 것을 위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즉 겉과 속이 다름을 말한다. 이중적인 맘을 가졌거나 그런 행태를 비난할 때 곧 잘 쓰이는 부정적인 표현이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승계 작업과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의 수사의뢰가 있은 뒤 회계법인 회계사들을 통한 회계사기 혐의 ‘외곽 조사’에 이어 삼성바이오의 증거인멸 시도로 확전됐던 수사는, 빠르게 ‘윗선’을 향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까지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사실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대법원 판결만 남겨놓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과 연관돼 있다는 의심은 지울 수 없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혐의와 의혹은 철저하게 규명하라

삼성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합병이 이뤄지도록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 재판의 핵심 쟁점도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를 지원받는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느냐는 것이다. 대법원 선고 재판은 6월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이 부회장을 위한 승계작업에 대한 검찰의 의심에 힘을 싣거나 이 부회장의 지난 2심판결에 대해 왈가왈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증선위가 고발한 분식회계 혐의부터 삼성 승계작업 의혹까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이 최종적으로 무죄가 나올수도 있다.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을 지배하는 이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된 의혹, 이와 관련 대규모 분식회계가 벌어졌다는 혐의가 있다면 국민들이 정확한 진상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삼성은 악(惡)이 아니다. 적폐(積弊)도 아니다. 그러나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자본주의 질서의 기본인 회계원칙을 위반해서 투자자와 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면 책임을 묻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대상이 삼성이라면 말할 나위 없이 혹독하고 철저하게 그리고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규명해야 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이 와중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PC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에 오르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R&D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해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대(事大)주의와 사소(事小)주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내놓기 바란다"고 말한뒤다. 삼성의 입장에서 미래를 생각한 불가피한 투자라고 해도 시점이 그렇다. 국민의 입장에서 반길 일이긴 해도 속보이는 것 같다. 뒤끝이 개운치 않다. 특히 그동안 삼성의 행태를 미루어 볼 때 더욱 그렇다. 검찰의 의심을 사 수사를 받고 이 부회장이 법정에 서는 수모를 겪는 것도 자업자득 자승자박이라는 생각이다.

사대주의란 말이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다. 미국에 굴욕적 사대주의 외교를 하고 있느니, 중국에 대해서는 신사대주의적 발상이라느니 떠든다. 그러나 사대주의란 용어의 원류를 따라가다보면 좀 다른 의미와 만난다. 처음 사용한 사람은 맹자(孟子)다. 제나라 왕이 맹자에게 외교의 원칙에 대해 물었을 때 맹자는 답한다. “힘이 없을 때 힘 있는 자에게 훗날을 기약하며 머리를 숙일 줄 아는 ‘사대’는 지혜로운 자들의 생존방식(智者以少事大)이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작은 힘을 가진 이에게 머리를 숙일 줄 아는 ‘사소’야말로 여유와 아량이 있는 어진 자들의 행동방식이다.(仁者以大事小).”

둘다 전략적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긴 하다. 작은자가 큰자를 섬기는 사대(事大), 큰 자가 작은 자에게 굽힐 수 있는 사소(事小), 삼성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대단한 기업이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국민부터 보듬고 감싸는 사소주의는 아닌 게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고 현 정부에게 지금은 숙이고 훗날을 도모하는 사대주의라면 그건 최악이다. 정말 아니길 진심으로 바라고 싶다. 정부와 국민 모두 최소한의 믿음은 갖고 싶어하는 한국의 1등 기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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