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규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범죄도시’의 양태에서 ‘킹덤’의 좀비 잡는 영신이 되더니, ‘악인전’을 통해서는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로 변신했다. 강렬한 캐릭터의 세 가지 변주를 성공적으로 해낸 배우 김성규는 이 모든 것을 두고 기쁨 보다는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역할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주고 싶다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긴 무명을 딛고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하더니 첫 주연작을 통해 칸에 진출하는 쾌거를 안게 된 김성규는 생각보다도 더 연기에 대해 강한 뚝심을 갖고 있었다.

Q. ‘악인전’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어요. 칸 초청은 물론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이에요.
김성규:
감사합니다. 처음 ‘악인전’의 촬영을 시작할 땐 기쁨보단 부담이 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감을 가지면서 애를 썼던 것 같아요. 마동석, 김무열 선배님과 제 캐릭터가 영화 내에서 균형을 이뤄야 선배님들의 캐릭터와 연기가 관객 분들에게 납득될 수 있으니까요. 제가 허술해 보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래도 좋은 반응이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손익 분기점도 넘길 것 같고요.

Q. 걱정과 부담이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특히나 액션 연기와 서늘한 눈빛이 뇌리에 깊게 박혔죠.
김성규: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감독님께서 잘 살려주셨어요. 마동석 선배님도 제게 필요한 액션을 잘 리드해주셔서 타격감이 전달되는 느낌이 잘 살았고요. 영화적으로 만들어진 액션이었는데 선배님이 이끌어주신 덕에 부상의 위험도 없었어요. 어려웠던 눈빛 연기도 잘 담아주셨죠. K라는 캐릭터가 상황을 어떻게 보고 행동할 지를 생각하면서 임했는데, 감독님이 그런 포인트를 잘 살려주셨어요. 제 연기보다는 감독님이 분위기를 잘 담아주신 것 같아요.

Q. ‘악인전’을 모두에게 선보인 된 지금, 솔직한 생각이 궁금해요. 이번 연기에 대해 만족하나요(웃음).
김성규:
걱정한 것에 비해서는요. 사실, 만족보다는 안도를 했어요. 걱정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영화를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장르적으로 리드미컬하게 진행돼서 관객 분들이 충분히 재밌게 보시겠다 싶었고, K라는 인물이 영화에서 효과적으로 쓰이면서도 영화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범죄도시’ 때에는 큰 화면으로 제 연기를 보는 게 부끄럽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이번에는 그런 부담을 넘어서 제가 큰 비중을 갖고 있는 만큼 제가 잘 해야 균형이 맞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이 됐어요.

배우 김성규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Q.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성규:
그러면서도 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제가 영화를 제대로 찍어본 게 ‘범죄도시’고, 그 이후로 생각보다 큰 역할을 맡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었어요. 특히나 ‘악인전’에서는 연쇄살인마인데, 말이나 상황적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감춰야 하는 게 많아서 긴장감을 어떻게 해야 잘 유지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요.

Q. K의 과거사를 짐작할 만한 장면이 나오긴 했지만 크게 도드라지진 않았어요. 배우로서는 한정된 정보를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고 납득해야 하는 그 상황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김성규:
다큐멘터리나 서적을 읽어도 연쇄살인마의 심리 자체가 확 이해되지 않더라고요. 감독님 역시 그의 과거사를 특정한 것으로 정하기보다는 그냥 큰 틀을 만들어주셨어요. 영화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아동학대나 교회사진, 폭력에 관한 서적 등이 나오는데, 이걸 기반으로 학대를 받던 사람이 억눌린 감정 때문에 종교도 찾고 하다가 내재됐던 자기 표현들이 터지면서 분노를 풀어낼 방법을 어긋나게 찾았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제가 가장 많이 주안점을 둔 건, K라는 인물이 인간적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삶에 대한 의욕도 없이 어떤 생각도 읽히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다 보이기보다는 숨겨지고 감춰진 것들도 많았고, 그 덕에 긴장감이 잘 유지되지 않았나 싶어요.

Q. 범죄액션 장르인 만큼 큰 액션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추격 장면이 눈에 크게 들어왔어요. 김무열의 말에 따르면 ‘김성규는 평소 속도보다 70% 가량 늦게 달렸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웃음).
김성규:
저는 달리기에 대한 걱정은 없었어요. 하지만 저를 쫓는 선배님들이 계시니까 조절을 했죠. 서로를 위해서라고나 할까요? 달리기만큼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게 없는 것 같아요. ‘킹덤’ 때도 잘 달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킹덤’을 보고는 저조차도 놀랐거든요(웃음). ‘킹덤’은 특히나 좀비 역할의 배우 분들과 주지훈 선배님, 김상호 선배님도 함께 뛰어야 해서 혹여라도 실수할까봐 처절하게 뛰었어요. 그 덕에 살면서 처음으로 섹시하단 말도 들어봤어요. 하하하.

Q. 뛰는 장면도 발군이지만, 특히나 칼을 쓰는 장면에서 굉장히 날렵한 동작들을 선보이더라고요.
김성규:
제가 지금은 소소하게 혼자 있는 걸 좋아자미나, 원래 어릴 때부터 운동이나 활동성 있는 것들을 좋아했어요. 그 덕에 현장에서 마동석 선배님께 직접 복싱을 배우기도 했는데요, 꽤 긴 시간동안 1대1 코치를 받았어요. 영광이었죠.

배우 김성규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Q. 운동을 좋아하는데도 연기의 길로 접어들었네요.
김성규:
몸 쓰는 것에 관심이 있긴 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 후 학교 선배가 뮤지컬 공연을 하게 됐으니 놀러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게 됐다가 흥미가 생겨서 뒤늦게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큰 꿈을 꾸면서 연기생활을 해왔다기보다는 흥미로 하게 된 건데 생각보다도 오래 하게 된 거죠.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까지 큰 역할이나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할 정도로까지 연기를 하게 될 거라곤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Q. 스크린으로 본인의 연기를 보는 게 어색하다고도 했었는데.
김성규:
아직까지는요. 좀 불편하달까요? 어떤 생각을 갖고 했지만 관객 분들께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는 거니까요. 저는 또 저의 생각과 의도를 알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 제 연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보게 돼요. ‘악인전’에서도 초반부까지는 집중을 영 못 하다가 점점 영화에 속도감이 붙으니까 몰입하면서 보게 됐어요.

Q. ‘범죄도시’의 양태, ‘킹덤’의 영신, ‘악인전’의 K 모두 다른 사람들 같아요.
김성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좋아요. 사실 그 세 역할들이 외모적으로나 분위기 모두 극명히 다르긴 하죠. 텐션도 다르고요. 그리고, 제가 대중에 익숙한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관객 분들이 역할의 빈 공간을 메우고 상상하며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그런 만큼 캐릭터나 비주얼적으로도 소화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다는 느낌이에요.
김성규:
그런 점이 좋아요. 하지만 최근 강렬하고 임팩트가 큰 역할만 하다 보니 주변에서는 그런 센 역할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보내기도 해요. 하지만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 다뤄지냐에 따라 제게서 다양한 인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 작품들은 모두 장르적인 느낌이 강한 편인데,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인 호흡이 있는 작품을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지금까지 한 작품들에 임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을 안고 있었는데, 일상적인 작품 역시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하거든요.

‘범죄도시’ 양태, ‘킹덤’ 영신, ‘악인전’ K 등으로 열연한 배우 김성규 /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키위미디어그룹, 넷플릭스

Q. 마초적인 작품을 많이 한 만큼 그런 장르에 관심이 있나 했어요. 그래서 일상적 작품을 언급한 게 조금 의외라고 느꼈어요.
김성규:
그렇지는 않아요. 저는 장르를 가리지는 않지만 보통은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멜로가 아니어도,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을 다루는 걸 좋아해요. 제가 라이언 고슬링을 좋아하는데, ‘블루 발렌타인’처럼 인물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내용들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Q. 드라마적인 작품을 좋아하는데도 일반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은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소화하려니 감정적인 답답함을 느꼈을 것 같아요.
김성규:
고민되는 지점이 많았죠. 처음에는 이해해보려 했지만 나중에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 역시도 어렸을 때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상처 받은 적도 있었고 그럼에도 그걸 남 앞에서 표현 못 했던 때가 있었으니까, 그런 것들을 확장해서 생각해보려 했어요. 그러다보니 다운되는 순간도 있었는데, 그럴 땐 가볍게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열심히 걸었죠. 그래도, 끝내고 나니 감정적으로 후유증이 남지 않고 참 홀가분했어요.

Q.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니 ‘메소드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어요.
김성규:
그 말을 ‘범죄도시’ 때 처음 들었는데요, 지인들에게 놀림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역할로서 보시면 좋은 말씀을 해주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제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역할로서가 아니라 저를 그 역할에 투영해서 봐주시니까 약간은 부담스럽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평가 받는 직업이니까 그런 반응들은 자연스러운 건데도 아직까지는 수식어가 붙는 것 자체가 참 낯설고 민망하더라고요. 그래서, 메소드 수식어는 이제 그만 붙어도 될 것 같아요(웃음). 아직까지는 수식어에 대한 욕심이 있거나 하진 않거든요.

배우 김성규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Q. 그럼에도 ‘칸’의 수식어는 따라 붙을 것 같아요. 세계 3대 영화제로의 입성을 굉장히 빨리 이뤄내게 됐죠.
김성규: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사실 칸 영화제는 처음부터 제 사고나 생각 속에 있는 단어가 아니었어요. 칸에 가게 됐다고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영화 홍보에 많이 도움될까?’였거든요. 한국 관객 분들이 그 기대차를 가진 상태에서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금은 약간의 설렘과 긴장감을 안고 있어요. 어색하지 않게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평생에 남을 사진이 나오는 거잖아요. 초청 받아서 가는 거니까 멋있고 당당하게 찍히고 싶은데, 아직까지 레드카펫이나 시상식 자리가 저는 참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칸에서의 관전 포인트는 제가 얼마나 어색해 할지에요. 하하. ‘킹덤’ 촬영 때문에 머리를 기르고 있는데, 과연 이 헤어스타일과 어울리는 옷을 찾을 수 있을지도 궁금해요(웃음).

Q. 첫 주연작을 맡고 칸에도 진출하게 됐어요. 각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한 반응도 좋고요.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걸 실감하기도 하나요.
김성규:
이번에 ‘악인전’을 통해 무대 인사를 다녔는데 처음으로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신기했어요. ‘킹덤’의 영향인가 싶어서 기분이 좋았죠. ‘범죄도시’ 땐 아무도 절 알아보시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제 팬 카페가 있더라고요. 무대 인사에도 몇 분 와주신 것 같아요. 편지와 꽃도 받았어요. 영광이었죠. 언젠가는 팬 카페를 통해서도 소규모지만 응원해주신 거 잘 알고 있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Q. 작품마다 김성규라는 배우에 관객 분들이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제 세 편의 영화로 주목을 받게 됐는데, 앞으로 보여줄 만한 비장의 무기가 있을까요.
김성규:
언젠가, 꼭 직접 보여드릴게요. 목소리가 나쁘지 않다는 말도 많이 들어서 언젠가는 이걸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역할에 따라 변화를 많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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