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내편' 저자이자 이노션 E.PLANNING 팀의 송창용 국장. 구혜정 기자

직장생활은 누구나 쉽지 않다. 다들 잘해보려고 노력하지만 힘들다. 무서운 상사, 그 상사가 시키는 재미없는 일. 열심히 해보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좌절과 무력감으로 빠져든다. 사직서를 만지작거린다. '퇴사할까?' 하지만 갈 데도 없다. 이직 준비를 생각하니 아찔하다. 어쩔 수 없이 일단 다니기로 한다. 이런 생각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삶은 조금씩 메마른다. 

쉽지 않은 직장생활에 허덕이는 직장인에게 '생존법'을 전하는 책, '일.상.내편(일과 상사를 내편으로 만드는 직장인의 작은 습관)'의 저자 송창용 국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더 나은 곳으로 변하기를 바라지만, 사실 회사는 잘 안 변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가 변해야 한다는 말만 입에 달고 투덜대며 살기에 우리의 인생이 너무 아깝습니다. 스스로를 바꿔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송 국장은 17년 차 직장인으로, 현대자동차그룹 광고계열사 이노션의 이플래닝(E.PLANNING)팀 국장이다. 그는 이노션의 조직문화와 복지를 관리한다.  

그는 다사다난한 직장생활을 경험했다. 사원 2년 만에 특진으로 대리도 달고, 퇴사도 하고, 스타트업에도 가고, 재입사도 했다. 많이 구르고 깨져본 그가 내놓은 '일.상.내편'은, 편한 직장생활을 위한 실전 지침서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는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직장인의 기술로 자신을 보호하면서, 합리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내보이는 방법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라인에 더 가깝다. 

미디어SR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송 국장을 만나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1문1답. 

-현재 이노션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직원들이 회사에 어떤 것을 바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합니다.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조직문화는 경영진의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해요. 이노션은 사람이 전부인 광고회사다 보니 경영진이 조직문화에 관심을 갖고 서포트를 많이 해주는 편입니다. 

-'일상내편'의 1장 1편이 '사실 열심히 하기가 제일 쉽다'는 메시지로 시작해요. 힐링을 강조하는 최근 베스트셀러들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이런 시류에, 어떻게 이런 책을 쓰게 되셨나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내려놓자'라는 분위기인 거 같아요. 사실 힘든 건 맞죠.

책을 쓴 계기는 이런 힘든,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저는 아픈 걸 공감해주는 진통제 역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병을 낫게 해주는 치료제가 되고 싶었어요.

회사에 들어와 일을 배우면서 쓰러지고, 터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통해 얻은 나름의 지혜를 정리해서 알려주고 싶었어요. 제 경험을 제가 술자리에서 얘기하면 단순히 꼰대의 말로만 치부되지 않겠어요?

-책 표지에 '직장인에게 일과 상사는 피할 수 없는 '일상'. 노력한 만큼 대가가 올 거라고?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라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꼰대'스러울 수 있는 인상이에요. 하지만 책 내용은 직장인 생존비법서에 가까워요. 

하하하. 그래서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욕할 생각으로 책을 집어들었는데 읽고 나니 도움되는 말이 많았다는 평도 들었죠.

이 책은 스스로가 직장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는 내가 하는 보고에 상사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일.상.내편'은 그 노하우를 제공하죠. '만날 숫자 틀려서 가져오는 사원', '항상 꼼꼼히 살펴보는 사원' 중 어떤 사람에게 상사가 기대를 할까요? 우리는 후자가 돼야 해요. 그래야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죠. 그럼 내가 편해지는 거예요. 

-책에서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드는 것 못지 않게 팀과의 협업이 무척 중요하다고도 강조하셨어요.

직장인에게 진정한 의미의 회사는 팀이에요. 팀에서 어떻게 매커니즘이 이뤄지느냐에 따라서 본인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팀이 잘 운영되는 게 만사형통이에요.

어떻게 하면 팀이 잘 돌아갈까요?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됩니다. 내 일이 아닌데 나한테 시키면 기분이 나쁘죠? 팀의 첫 번째 생존 법칙은 구성원 간 역할 구분이 명확하게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인지해야 하죠. 

업무분장이 잘 돼야 서로 반목하지 않습니다. 책임이 분명하니 자기가 못했을 때 자기가 혼나는 거죠. 그렇게 혼났을 때 그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거고요. 만약 일을 넘기는 게 습관적으로 일어나거나, 누군가 노력하지 않는 게 보인다면 협동이 어려워지기 시작하죠. 

팀의 협동과 능률을 해치는 1순위 요소도 R&R(역할과 책임, Role & Responsibility) 구분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이에요. 그런 환경에 처한 사람은 괴로워할 수밖에 없어요. 내가 성과를 내야 하는데, 쉽지 않죠. 술 한 잔으로 풀어주는 건 한계가 있어요. 

'일상내편' 저자 이노션 송창용 국장. 구혜정 기자

-만약 신입사원이 팀에서 이런 문제를 느끼고 있어요. 그럼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요. 

선임인 대리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어요. 대리가 솔루션은 내지 못하겠지만 공감은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자기 포지션에서 뭔가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한계를 인지해야 해요. 지금 문제제기를 하면 "네가 우리 조직에 얼마나 안다고 그래?"라는 반발을 살 수 있죠. 그게 현실이에요. 스스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죠.

대책을 세워볼까요? 지금부터 2~3년 동안 본인이 조직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스스로의 강점을 키운 뒤, 회사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을 때 문제제기를 하면 듣는 사람들의 태도가 지금과는 다르겠죠. 그래도 바뀌는 게 없으면 지금까지 준비한 강점들을 기반으로 이직하면 돼요.

-'일.상.내편' 프롤로그에서 "지금의 회사를 선택한 것도 자기 자신이니 여기서 어느 정도 승부를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힘들다고 바로 퇴사하지 말라는 의미처럼 들렸어요.

퇴사와 이직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했으면 좋겠어요.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거죠. 회사에 영혼을 팔라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먼저 지금 있는 회사에서 내가 일을 잘 하는 모습을 보여 믿음을 사고, 본인이 뭘 잘하는지 스스로 발굴해 방향성을 잡아야죠. 

퇴사 전에 왜 퇴사하고 싶은지 정리해야 해요. 여기는 시스템이 엉망이야. 윗사람이 다 성과를 가로채. 일을 너무 많이 시켜. 연봉이 적어. 윗사람이 날 너무 괴롭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야. 이런 식으로 퇴사하고 싶은 이유를 써보고, 해결될 것인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어요. 다른 회사에 가면 문제가 해결되는지도 같이 고민해보세요. 

그렇다면 좋은 일자리란 무엇일까요. 조직문화가 좋은 곳이죠. 회사의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고, 직원을 존중하고 부속품으로 여기지 않는 곳을 좋은 일자리라 생각해요. 이런 곳으로 이직하셔야죠. 

-퇴사하고 싶을 때가 있으셨나요. 

한때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데, 낮은 연차가 해야 할 일인데 왜 나한테 시키지?'라는 생각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그때 퇴사를 마음먹었죠. 

막상 퇴사를 다짐하니까 내가 왜 이 일을 여기서 해야 하는지, 내 일의 의미는 뭔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제가 하는 일의 수혜자를 만나기 시작했죠. 저한테는 직원들이었어요. 

제가 일을 함으로써 직원들의 삶이 더 나아지고, 그들이 회사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조직문화 일을 더 하고 싶다고 느꼈어요. 제 일의 가치와 사명감을 느끼게 된 계기였죠. 

-사명감은 자신을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 볼 수 있네요.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를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고 책에서도 밝히셨죠.

열정과 사명감을 가지면 엄청난 효과가 나타나요. 사명감은 사회적으로 부여되는 게 있죠. 제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가진다는 걸 깨닫는 겁니다. 이 일만큼은 제대로 돼야 한다는 생각이 사명감이 되고, 그 일이 마무리되고,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 일의 구조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 해요. 내 일이 사회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야 하죠. 우리 회사를 더 좋은 회사로 만드는 기회까지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내가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노동 환경도 중요하죠. 한국의 노동문화는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한국의 노동문화는 바뀌어야 해요. 리더들의 문제가 크죠. 돈을 잘 못 버니까 조직문화보다 매출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봐요.

CEO 교육을 더 현실적으로 할 필요가 있어요. '비전선포'의 문제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거죠. 그 비전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어떤 식으로 녹아있는지까지 밝혀야 해요. 특히 요즘 세대는 인터넷 등으로 사실확인을 정말 잘해요. CEO가 아무리 잘해주는 척해도 직원들은 머지않아 다 알 거예요. 일 잘하는 회사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진실된 마인드가 중요한 이유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직장인은 힘들어요. 저도 공감하고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그 힘든 것에서 그치지 말고,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회사를 바꾸는 건 어렵지만 본인이 바뀌는 건 쉬워요. 회사에서 표정이 안 좋던 내가 행복해지면 다른 직원들도 달라져요. 본인이 편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결국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거죠. '일.상.내편'이 가진 이미지를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책 내용에 많이 공감해주시고, 도움받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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