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마동석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17년차 배우지만 빛을 본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배우는 출연작마다 좋은 성적을 거두며 혁혁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배우 마동석의 이야기다. 차근차근 주어진 일만 하던 그는 액션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갖고 쉼 없이 달린 끝에 대기만성 형 배우로 우뚝 섰다. ‘마블리’라는 애칭과 함께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그의 개성은 뚜렷하다. 영화 ‘악인전’을 통해 칸으로의 입성을 앞두고 있는 마동석을 만나 그의 연기철학과 액션에 대한 뚝심을 들여다봤다.

Q. 칸 입성을 축하합니다(웃음).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마동석:
어휴, 비행기 오래 타는 게 싫은데 말이죠(웃음). 칸에 가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고 좋습니다.

Q. 국내 반응도 그렇지만 현지 반응이 어떨지도 기대가 돼요.
마동석:
어떻게 보실 지가 너무 궁금해요. 물론 좋게 봐 주셨으니 영화제에 초청 받은 거겠죠? 그게 정말 좋아요. 칸 영화제에 초청 받기 전에 할리우드에선 이미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기도 해서, 두루두루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아요.

Q.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 전에 이미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판 계약이 체결됐어요. 실베스터 스탤론이 수장으로 있는 제작사 발보아픽처스와의 계약이었죠.
마동석:
미국 에이전트 회사인 ‘걸쉬’가 제 일을 봐주고 있는데, 그쪽에서 저를 호감 있게 봐주시더라고요. 그분들과 여러 소통을 하고 있는데, 제가 ‘악인전’을 제작한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와도 영화 준비를 함께 하면서 피칭도 하고 있거든요. 이번에 걸쉬 쪽에서 ‘악인전’에 관심을 보여주다 발보아픽처스의 프로듀서와도 연결이 돼서 이어지게 됐어요. 사실 저는 프로듀서로 합류할까 했는데, 그쪽에서 제가 했던 역할을 다른 식으로 한 번 더 출연해줬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그러자고 했고요.

배우 마동석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Q.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어떤 점을 좋게 봤다고 생각하나요?
마동석:
글로벌하게 먹힐 수 있다고 본 것 같아요. 영화에서 형사와 조폭, 형사와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는 많지만 갱스터와 형사가 손을 잡고 연쇄살인마를 잡는 이야기는 흔치 않죠.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영화 소재라 생각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제작사 쪽에서 제가 나온 영화의 액션을 모두 다 봤다고 하더라고요. ‘부산행’과 같은, 드라마가 구축된 액션을 좋아하는 것 같고 제가 액션 장르를 계속 한 걸 좋게 봐준 게 가장 주요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감사할 따름이죠. 그리고 어찌 됐건 똑같이, 묵묵하게 하는 거고.

Q. 액션 장르라는 한 우물만 파다가 이제야 진가를 인정받는 것 같아요. 마동석 표 장르라는 느낌도 들고, 심지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같이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표현도 등장했죠.
마동석:
‘악인전’은 사실 제 시네마틱은 아니에요. 이원태 감독님의 기획이지 팀 고릴라(마동석이 이끄는 창작 그룹)의 작품은 아니죠. 이번 ‘악인전’은 캐릭터의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액션 장르는 결을 180도 바꾸기가 힘든데 ‘악인전’은 많이 비틀어서 나온 것 같아요. 저도 나름대로 기존 액션 영화에서 보여주던 템포보단 훨씬 힘을 빼고 느리게 대사를 소화했죠. 클로즈업이 많기도 해서 디테일한 부분들을 신경 썼어요. 코믹감이 있는 대사도 너무 웃기면 캐릭터 성격이 달라지니까 선을 넘지 않으려 했고요. 김무열과의 케미도 좋아서 정말 편하고 재밌게 찍었어요. 굉장히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지만, ‘컷’ 소리만 나면 다시 화기애애해지는 현장이었죠. 하하.

Q. 극 중 김무열의 정태석 캐릭터는 사투리를 쓰는 반면 마동석의 장동수 캐릭터는 표준어를 느리게 말하는 느낌이었어요.
마동석:
장동수는 악랄한 폭력성으로 조직 보스라는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에요. 그런 만큼 기본적으로 태도 등에 여유가 묻어나야 한다는 느낌이 가장 컸고요. 김성규, 김무열과는 캐릭터 밸런스를 맞추려 했어요. 김무열은 격렬한 콘셉트를 잡았으니 저는 그걸 눌러줄 필요가 있었고, 반면 K 역의 김성규는 굉장히 차가운 느낌을 냈어요. 혼자 잘한다고 끝인 게 아니니까,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을 했죠.

Q. 세 캐릭터 모두 매력적이었어요. 상대의 캐릭터가 탐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웃음).
마동석:
맞아요. 셋 다 매력적이었는데, 감독님은 제가 K 역을 맡으면 아무도 저를 못 잡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영화 '악인전' 장동수 역의 배우 마동석 스틸컷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Q. ‘악인전’의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매력이 느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마동석:
이원태 감독님이 정말 글을 잘 쓰시는데, ‘악인전’을 탈고하자마자 책을 보여주셨어요. 건달, 형사, 연쇄살인마 얘기만 들었을 땐 많이 봤던 소재가 아닐까 했지만 일단 보니까 예상을 빗나가는 디테일과 반전, 구성들이 있더라고요. 캐릭터가 판에 박힌 게 아니어서 감독님과 배우들이 함께 만들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악당 역할을 마지막으로 한 게 ‘감기’(2013)예요. 그런데 ‘악인전’의 장동수는 폭력이라는 부분에서 극단적으로 악한 악당이잖아요. ‘마블리’를 뺀, 경쾌한 액션을 선보이는 마동석이 아닌 악당에 가까운 마동석을 관객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Q. 처음의 샌드백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마동석:
제 아이디어로 들어간 장면이에요. 사실 ‘범죄도시’의 첫 장면도 제가 제안한 거거든요. 가리봉 거리에서 싸움을 하며 바로 캐릭터와 거리 소개를 시작하고 사건이 빨리 진행됐으면 했어요. 원래의 시나리오는 장첸이 중국에 있을 때의 시점이 첫 도입이었지만 그러면 사건이 너무 느리게 나오게 돼서요. ‘악인전’에서도 비슷한 개념에서, 장동수 캐릭터에 관객들이 빨리 이입했으면 싶었어요. 그래서 그 캐릭터를 간단하게 보여주고자 복싱 장면을 제안했죠. 그리고 감독님이 그걸 정말 좋게 캐릭터화 시켜주셨어요. 이를 뽑는 장면도 사실 제 아이디어였어요. 자잘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는데 감독님이 잘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좋았어요.

Q. ‘악인전’에 나오는 인물들은 분명 선한 이들은 아니에요. 그런데, 묘하게도 보면 볼수록 나빴던 사람을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마동석:
저 역시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미화시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일반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겐 절대 해코지를 하지 않는 ‘이쪽 세계’의 사람으로 장동수를 표현하고자 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어요. 이 영화 자체가 2004~2005년의 실제 그런 범죄자들이 활보하던 시점을 영화화하고 실제 사건을 접목 시켜서 소스를 만든 거거든요. 그런 만큼 미화는 절대 안 된다 싶었어요.

Q. ‘악인전’은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패셔너블하게 나온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마동석:
옷을 너무 많이 갈아입어서 힘들더라고요(웃음). 전부 특수 제작했어요. 의상 담당하는 분이 준비를 워낙 많이 해오셔서 영화에는 준비한 옷의 반밖에 못 입기도 했어요. ‘굿바이 싱글’ 땐 30벌 가량 입었는데 이번엔 10여벌 입었어요. 제 슈트는 전부 스판 재질이어서 액션이 어렵지도 않았고요.

영화 '악인전' 장동수 역의 배우 마동석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Q. 마동석 표 액션 영화는 만화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폭력적인 잔혹함 보다는 통쾌함이 크게 작용하는 인상을 받았어요.
마동석: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무술 감독과도 액션 장면을 촬영함에 있어 기술적인 부분을 넣을 때 최대한 통쾌함을 강조하고자 하죠. 예를 들어 누군가를 잡아 채 밀어내는 장면이 있으면 기술을 거는 걸 부각시키지 않게 카메라 앵글을 잡으면서, 그 기술에 살짝 변형을 가해 통쾌함을 끌어 올리는 거예요. 1초 만에 지나가는 액션 장면도 몇 시간 동안의 회의를 거쳐 나온 결과물들이에요. 액션마다 포인트를 잡기 위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Q. 앞서 언급했던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번 ‘악인전’과 팀 고릴라로서 선보였던 MCU는 어떤 차이가 있었다고 보나요.
마동석: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제가 그동안 기획했던 ‘성난 황소’, ‘범죄도시’, ‘챔피언’ 등의 액션영화로 인해 나온 단어예요. 좋은 말로는 과찬이시고 놀리려고 한 말이면 놀림 받는 거죠(웃음). ‘악인전’과는 액션영화라는 장르만 같지 전혀 달라요. 제가 지금 기획하고 준비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제가 나오지 않아요. 호러물, 코미디물 등이 있고요. 제가 시놉시스를 쓰기도 하는데 아직 많이 느려요. 하지만 많이 해야 실력이 늘고 더 해봐야지 새로운 액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작보다는 어떤 드라마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액션도 달라 보일 것 같고요. 지금 가장 생각 중인 건 그동안 함께 해온 무술팀 친구들과 순수한 액션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요.

Q. 영화 제작에 대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프로듀싱을 맡았던 작품들도 좋은 성과를 거뒀었죠. 연출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마동석:
전혀요. 제가 죽기 전에 ‘연출 한 번 해볼 걸’이라고 하는 게 아닌 이상에야 지금까지는 전혀 생각이 없어요.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도 팀 고릴라고, 내부 살림은 장원석 대표가 하는 거고 저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작가들과 회의할 때 참여하는 거고요. 한국 대본을 영문화 할 때 그 특유의 정서나 유머코드를 살리는 데에 조언을 하는 정도예요. 미국에서는 배우들이 자기 회사도 갖고 있고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일도 비일비재해서, 저 또한 그런 것들을 많이 해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배우 마동석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Q. 하지만 본인의 이름을 걸고 영화를 만들면 흥행에 대한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마동석:
그런데 그동안 제가 한 작품이 잘 되긴 했어요. ‘원더풀 고스트’도 저예산 영화여서 스코어가 작게 나왔을 뿐이었고, 흥행 참패를 했다고 하는 ‘브라더’도 순익분기점 70만보다 훨씬 큰 150만 관객이 봐줬고 ‘결혼전야’도 잘 됐어요. ‘챔피언’과 ‘성난 황소’로도 돈을 많이 벌었는데 잘 안 된 것마냥 얘기돼서 속상했어요(웃음). 그리고 영화는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묵묵히 하다보면 빛을 볼 거라 생각해요. 지금도 코미디 액션극과 ‘백두산’, 웹툰 영화 ‘시동’ 등을 촬영 중이에요. 다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Q. 자신의 필모그래피 혹은 영화인생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청사진이 있을까요.
마동석:
딱히 그런 건 없지만 하고 싶은 건 몇 가지가 있어요. 액션영화를 찍는 것과 제작 및 프로듀서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한국에서 한국영화를 한국어로 제작한 뒤 그걸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려놓는 게 꿈이에요. 미국에서 한국영화를 배급해보고도 싶고요. 요즘 외국 분들과 소통하다보면 한국영화를 좋아해주셔서 뿌듯해요. 자존심도 살고요. 그런 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사실 마동석이라는 사람은 영화 쪽으로 잔뼈가 굵은 배우기도 하죠.
마동석:
제가 2002, 3년도에 영화를 시작했으니까요. 그동안 일만 계속 했어요. 이 자리가 곧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했죠. 나중에 어떤 다른 일을 할지 고민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제가 좀 헝그리 정신이 있는데, 때때로 생각하는 것들을 실천하고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품 하나하나마다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임하고 있어요.

배우 마동석 / 사진=㈜키위미디어그룹

Q. 연기를 할 때 가장 중점에 두고 있는 점들은 무엇인가요.
마동석:
연기를 해도 연기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제 취향이에요. 리얼함을 갖고자 하는 게 1차 목표이고, 정갈하게 영화 분위기에 맞춰 정확한 타이밍에 대사를 치면서 튀지 않게 영화에 녹아들고 싶어요. 영화는 다른 사람들과의 앙상블도 중요하니까요. 기획도 그런 걸 공부하기 위해 시작한 건데 실제적인 프로듀서 작업은 최근에나 시작했죠. 연기에도 많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Q. 형사나 깡패 역할로 자주 소비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요. 비슷한 결의 액션영화만 찍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고요.
마동석:
사실 그 직업들을 자주 한 게 조연일 때였어요. 제대로 찍은 영화에선 많이 해보지 않았던 것들이에요. 그리고 찍어놓은 영화 개봉 시점이 겹치면서 그런 지적들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죠. 영화 세 편의 개봉이 미뤄지다 한 해에 개봉된다고 통지를 받았는데, 관객 입장에선 굉장히 식상해질 수도 있겠다 싶었죠. 하지만 제가 찍은 거니까 책임지고 받아들이자 싶었어요. 그런 반응들은 예상을 하고 있었고 당연히 비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야구선수도 3진을 당할 수 있고 안타를 칠 수도 있는 거예요. 만루홈런을 치면 또 다른 반응이 나오겠죠? 매 타석 매 경기가 있는 것처럼, 저 역시도 영화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어요.

Q. 생계 때문에 어릴 때 미국에 가서 고생을 굉장히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때의 경험 덕에 영어도 잘 하고 운동할 때의 신체 조건도 좋아졌죠. 글로벌적 문화 감각도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을 주고 있고요.
마동석:
너무 고생했던 터라 그때를 생각하며 지금의 고생을 견디기도 해요. 그런 경험들은 제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죠. 생각의 폭이 넓어지면 좀 더 새로운 분석도 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저는 연기도, 프로듀싱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제 역량에 대해 아쉽고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열심히 노력하려 해요. 저는 가만히 있지 못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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